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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대칭성이야기2012-01-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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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형이  점, 선 등을 기준으로 좌우, 상하 방향으로 서로 대응하는 성질을 기하학에서

대칭성Symmetry이라고 한다.

무수한 육각형이 규칙적으로 이어지며 대칭을 이루는 눈꽃송이를

바라 보며 우리는 아름다움을 느낀다.대칭은 그 완전성 때문에 아름답다.

물리학에서도 역시 대칭성이란 용어를 사용하는데 기하학과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세상의 사물은 어떤식으로든 변환을 가하면 대부분의 양들이 일제히 변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서도 하지 않고 원래의 값을 유지하는 양이 존재하는 경우가 있다.이렇게 

변하지 않는 속성을 물리학에서 칭성이라고 표현한다.  

 

우리가 많이 들어서 알고 있는 에너지 보존법칙이나 운동량 보존법칙도 어떤 물리적 

사건이 있으면  전과 후의 에너지나 운동량이 형태는 변하더라도 전체적인 양에는 

변함이 없다는 대칭성에 관련된 원리인 것이다. 

대칭성이란 개념을 수학이나 물리학에 처음으로 등장시킨 사람은 독일 출신의  

에미뇌터(1882-1935)라는


1916년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이론을 발표하자 힐베르트(1862-1943)등 당대 최고 권위의 수학자들이

의문을 제기하는데,혹시 상대성이론이 에너지 보존법칙을 위배하지 않느냐 하는 것이었다.

상대성이론의 현란하기 짝이 없는 시간과 공간의 늘어나고 줄어드는 현상과 질량의 증가와 감소등이 

그때까지(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고전역학의 금과옥조의 하나였던 에너지 보존법칙을 깨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던 것이다. 아무리 논리가 뛰어나고 우아한 이론이더라도 물리학의 기반이 되는 어떤 원리에

어긋난다면 그 이론은 틀린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 때 에미 뇌터는 대칭성이란 개념으로 에너지 보존이나 운동량 보존, 상대성이론 등이 내포하는 논리적인

근거를 수학적으로 증명한다.

물리적 사건이 시간에 대하여 대칭성을 유지하려면 에너지가 보존되어야 하고, 공간에 대한 대칭성을

가지려면 운동량이 보존되어야 한다.그리고 대칭성을 확장해서 각자 다른 운동상태에 있는 모든 관측자의 관점이

대칭성을 가지려면 필연적으로 상대성이론이 적용되어야 한다라고 정리한 것이다.   


말이 좀 어렵긴 하지만 일반인들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이해가 안되더라도 그런가 보다하고

그냥 넘어 가기로 하자.자세히 중언부언 해봐야 그말이 그말이고 말만 길게 늘어지니까.       


그런데 가만히 살펴 보면 과학의 역사를 바꾼 중요한 이론들은 바로 이 "불변하는(보존되는) 양, 즉 대칭성"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뉴턴이 발견한 운동법칙도 하늘에서 태양이나 달,별 등 천체들이 움직이는 것이, 던져진 돌멩이가

날아 가거나, 바닷물의 조석 현상이나 마찬가지로 동일한 법칙의 지배를 받는다는 대칭성원리의 하나다.


뇌터의 정리에 의해 이제 대칭성을 자연에 숨어 있는 진리를 밝히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과학이론 연구에 묵시적이긴 하지만 미학적 기준이 도입된 것이다.

대칭성에 의존하여 새로운 문제를 해결한 사례를 살펴 보면,

양자역학에 기반한 입자물리학 연구에 의해 원자핵 내부의 힘인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이 발견되었다.

기존에 알고 있던 두가지 힘인 중력과 전자기력에 더하여 자연에는 4종류의 기본 힘이 존재하는 것이다.  


흔히 전하는 말로 아인슈타인이 통일장이론을 연구하다가 끝내 완성하지 못하였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의 강한 핵력과 약한 핵력이 제대로 알려지기 전에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는

원리를 찾고자 그의 인생 후반기를 온전히 바쳤다.양자역학을 받아 들이지 않으므로 그는 물리학의 주류에서

소외된채 고독한 분투를 벌였지만 원자핵 내부에서 벌어지는 두가지 힘을 빼놓고서는 불세출의 천재에게도

통일장이론은 도저히 달성될 수가 없는 문제였다.자연은 아인슈타인의 상상 보다 훨씬 복잡한 존재였던 것이다.


1960년대 중반에 약한핵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는 데에 성공하였으며,이를 표준모형이라 한다.

이때 사용된 도구가 대칭성원리였다.공간의 에너지 상태가 달라져도 특정한 물리량은 불변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게이지 대칭성이란 개념을 적용하여 약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즈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힉스입자는 표준모형의 게이지 대칭성이 예측하는 마지막 미발견 입자이다.

만약 힉스가 발견되면 표준모형의 입지는 더욱 견고해지고, 대칭성은 또 다시 그 아름다움을 드러낼 것이다. 


대칭성원리의 수학적 아름다움에 도취된 과학자들은 또 하나의 새로운 대칭인 초대칭Supersymmetry이라는

개념에 의지하게 되었는데, 이 것은 현재까지 자연을 설명하는 가장 우아하고 강력한 이론으로 불리는 

끈이론(또는 초끈이론)을 떠받쳐 주는 대칭성이다.


간단히 말하면 자연에는 크게 나누어 물질을 구성하는 물질입자(페르미온)와 힘을 전달하는 전령입자(보손)의

두종류가 있다.

반입자란 물질입자인 전자나 양성자와 질량은 같으나 전기적 부호가 반대인 반전자나 반양성자를 말한다.

댄 브라운의 소설 "천사와 악마"에 등장하는 반물질은 반입자로 구성된 것으로 물질과 만나면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소멸한다.  


초대칭이론(초끈이론)은 모든 물질입자는 전령입자로 된 초대칭짝이 있고, 모든 전령입자에게도 물질입자의 

초대칭짝이 있다고 가정한다.만약 초대칭이 맞다면  현대 물리학이 당면한 여러가지 난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게 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직 발견된 초대칭짝이 하나도 없다. 


끈이론이란 만물의 가장 기본입자를 당구공처럼 생긴 점입자가 아니고 고무줄같이 진동하는 끈String으로

간주한다.기본물질을 끈으로 가정하면 현대물리학의 최대 난관인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의 심각한

부조화를 해소 할 수 있고, 물질세계를 하나의 원리로 통합하는 가능성이 열리게 된다.  

그러나 끈이론은 세상에 나온지 40년이 지나는 동안 정교한 연구에 더불어 엄청난 발전을 이루어 왔으면서도

실제 실험이나 관측으로 입증된 사실은 하나도 없이 이론속에만 존재하는 물리학이다.


처음부터 끈이론을 반대하던 사람도 있었지만, 끈이론 연구에 매진하던 일부 사람도 최근에는 끈이론의 타당성에

회의를 느껴 대열을 이탈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들이 끈이론을 반대 또는 포기한 이유를 들어 보면 자연의 많은 구조들이 실제로 대칭적이긴 하지만 지나치게

대칭성에 집착하여 그것을 도그마로 신봉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물리학 발달에 기여한 대칭성의 발현은 자연 전체의 모습이 아닐 것이므로,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자연은 결국 비대칭Asymmetry이라는 말이다 .

따라서 처음부터 비대칭인 물질세계를 통일적으로 설명 해 줄 수 있는 통일이론(또는 만물이론,최종이론)은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이 자연의 본모습을 비대칭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들어 보자.

첫번째는 물질의 비대칭성이다.

현대 우주론에 따르면 우리 우주가 137억년전 진공에서 갑자기 튀어 나왔을 때 뜨거운 불덩어리였다.

우주 최초의 순간 불덩어리는 입자와 반입자가 서로 생기고 사라지고를 반복하였는데 입자의 수가

약간(10억개당 1개의 비율로) 많았다.


우주가 식으면서 입자와 반입자는 서로 충돌하여 빛을 내며 소멸하는데 그때 반입자보다 조금 많았던

입자들이 살아 남아 오늘날의 은하와 별같은 물질세계의 기원이 되었다.만약 자연이 대칭적이었다면

입자와 반입자의 수는 같아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입자는 소멸하고 우주에는 물질이 전혀없는 빛(복사)만 가득한 세상이 되었을 것이다.


두번째는시간의 비대칭성이다.

우주시작 이후로 시간은 한쪽 방향으로만 흐른다.거꾸로 흐른적은 단한번도 없었다.

물체의 운동은 반대 방향으로 진행된다고 가정해도 물리법칙에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

따라서 날아가는 테니스 공의 궤적은 고스란히 반대로 되돌릴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바닥에 떨어져서 깨진 계란을 원래 상태로 되돌리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왜 그럴까?

깨진 계란을 복구하는 데에 우리의 능력을 벗어날 정도로 어려운 과정이 있기 때문만이 아니다.


여기에는 복잡하고 미묘한 내막이 있는데 그것을 엔트로피Entropy라 한다.엔트로피는 주어진 물리계의

무질서한 정도를 나타내는 양이다. 엔트로피는 시간에 따라 항상 증가하는 방향(즉 무질서해지는 방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엔트로피를 감소시키는 반대방향으로 시간이 흐르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자연은 시간에 대하여 비대칭이다.


세번째는생명의 비대칭성이다.

먼 옛날 지구상에서 최초의 생명이 출현했을 당시 어떤 화합물이 생명으로의 커다란 도약을 촉진했을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어찌되었든 생명이 자연발생 하였다면 무생물인 단백질 분자의 복잡성이 점차 축적된 결과 마침내

가장 단순한 생명체가 나타났을 것이다.


그런데 생명체를 구성하는 핵심 물질인 단백질 분자는 공간적 구조가 특정 방향으로 편향된 성분

(키랄성chirality 또는 광학이성질체라 한다)만 선호하는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단백질 분자의 그런 편향성 때문에 생명체는 복잡한 분자들간에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분자들 스스로

복제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물질의 근본적인 비대칭성과 생명의 비대칭성 사이에는 아름다운 연관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자연에 깊이 숨어 있는 질서가 대칭적이라는 생각은 그 역사가 오래 되었다.서구 철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탈레스는 세상의 모든 물질적 실체는 물이라고 생각했다.그 후 데모크리토스는 만물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원자로 구성되었다 했고, 아낙시메네스는 그 것을 공기라 하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물,불,흙,공기의 4원소라고

주장하였다.


탈레스와 그 추종자들을 그들이 활동한 그리스 지방의 이름을 딴 "이오니아 학파The Ionian"라 부르는데

그들은 만물의 실체로서 저마다 다른 물질을 선택하지만 변화하는 물질세계에는 불변하는 영속성이

존재한다는 공통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늘날 자신의 이름이 붙은 정리로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자연의 본질을 수학적으로 완전한 대칭적 존재라는

수학적 신비주의(數秘主義)를 주장하였다.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사상에 영향을 받은 플라톤도

우리가 보고 듣는 세계는 왜곡되어 있으며, 오직 이성과 관념을 통해서만 실재의 진정한 핵심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이데아론을 내세웠다.


이오니아 학파는 모든 실재의 핵심은 특정한 종류의 물질이라 보았고,피타고라스 학파는

수학을 자연의 핵심에 도달하는 열쇠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니까 겉보기에 대단히 복잡하고 혼란스럽지만

자연은 깊은 層位에서 하나의 원리로 설명 가능한 대칭성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이는 존재하는 모든 것은 어떻게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전일성Oneness이라는 인식이다.

이렇게 세계의 물질적 구성을 하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탐구의 대장정은 오늘날까지도 진지하게

이어지고 있다.낭만파 시인 존 키이츠가 말한바 "아름다움이 진리,진리는 아름다움 Beauty istruth,Truth beauty "

라는 싯귀처럼.


그에 대하여 비대칭적인 "부조리한 우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자연에 대한 통일된 기술방법을

추구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지,또는 정말 그러한 법칙이 우리의 발견을 기다리며 존재하는지

의심한다. 과학이론이란 그저 자연현상을 기술하기 위해 인간이 고안해낸 사고의 틀에 불과한 것이지

자연의 진정한 모습은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심지어는 지난 수천년간 전해 내려온 이오니아 학파의 우아한 전일성이 주는 마력과 인간이성의 힘에 의해

진리에 도달할 수 있다는 플라톤적 망상에 현혹된 사람들에 의해 벌어진 이른바

"이오니아 학파의 오류Ionian Fallacy"가 아니겠느냐는 진단을 내린다.


2011년 부터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유럽핵물리연구소(CERN)의 강입자충돌장치(LHC)에는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수천명의 과학자들이 밤새워 실험과 데이터를 분석하며 힉스입자나 초대칭입자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이곳의 과학자들이 민감한 입자물리학 실험에서 상호 정보교환을 신속히 하고 

실험 데이터를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1990년 부터 여러 컴퓨터를 연결하여 사용한 것이 오늘날 인터넷의 

시초가 되었다.) 


그들은 바로 "우주에서 가장 큰 미스터리는 우주가 이해 가능한 존재라는 사실"이라던 아인슈타인의

격언에 따라, 자연의 숨겨진 코드hidden code of Nature에 내포된 아름다운 대칭성을 찾아 나선

이오니아 학파의 후예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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