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 28분. 절로 눈이 떠진 오늘은 그 어느때 보다 세상이 맑게 느껴진다. 늘 그렇듯 쓰고 잠든 안경을 바로 잡고 머리맡에 손을 뻗어 스마트 폰을 찾아 손을 이리저리 하다 잡히는 스마트 폰을 얼굴 앞에 세운다. 5시 29분 알람이 울리기 1분전. 이불을 박차고 희미한 미소로 출발신호를 기다리는 단거리 선수마냥 손가락 끝을 준비한다. 5시 30분 따라~♪ 준비하고 있던 손가락은 멜로디의 한소절이 끝나기도 전에 빨간 아이콘을 드레그하고 튕기듯 이부자리에서 일어난다. 옆에 잠들어 있는 아이들의 머리칼을 한번 쓰윽 쓸어준다. 엄마가 주는 아침인사... 찬 욕실 바닥에 발을 딛으면 온몸에 긴장이라는 에너지가 말초에서 중추를 타고 올라온다. 머리칼을 쓸어올려 질끈 묶고 치솔에 치약을 짜고 둔하지만 익숙하게 이를 닦으며 온몸을 놀려준다. 나름 몸풀기 수도꼭지를 냉수로 돌려 쏟아지는 물로 얼굴을 적시면 드디어 뇌가 돌아가기 시작함을 느낀다. 이제 본능에서 이성으로... 단계다 6시 8분 버스시간 11분에 가까워진다. 현관을 나서 운동화를 앞꿈치를 탕탕 거려 챙겨신고 빠른 걸음으로 버스정류장을 향한다. 이래서 이사를 못하겠다. 버스정류장 2분거리. 6시 10분 조금은 싸한 공기가 폐를 깨운다. 익숙한 사람들이 익숙한 표정으로 익숙한 자세로 정류장 근처로 모여든다. 그러나 어색하고 모르는 사람들 저마다 스마트폰을 꺼내 무언가에 열중한다. 6시 11분 버스가 도착했다. 그래도 세상은 참 재밌다. 여러명 서 있었는데 나 여자라고 다들 뒤로 한발 물러서 주신다. 살짝 까딱하는 목례를 보셨을까? 버스 기사님과 눈이 마주쳤다. 버스카드 승인 확인 목소리 감사합니다와 함께 안녕하세요를 했더니 아저씨가 슬쩍 웃으며 고개를 숙여보이신다. 버스 맨 뒷자리의 앞자리 제일 좋아하는 자리 비어있다. 당연하다 이시간 종점에서 두번째 정류장에 사람이 있을리가 이래서 이사를 못하겠다. 항상 앉아서 갈 수 있는 특권. 6시 30분 벨을 누르고 버스정류장 한참전에 내리는 문앞에 선다. 신호를 받고 멈추는 버스. 버스 위치는 바로 회사 출입문 앞, 기사 아저씨가 혼자 어색하게 서있는 나를 보더니 문을 열어주신다. 내리는 사람도 나뿐이다. 이래서 이사를 못하겠다. 회사까지 20분 남짓거리 6시 33분 내리자 마자 익숙하게 사원증을 꺼내 들고 경비아저씨 보라고 슬쩍 흔들어주고 금새 위치로 커다란 화물 트레일러가 신호를 받고 커브를 틀고 있다. 아! 내가 지금 진로방해? 뛰어서 옆길로 비켜서면 큰 트레일러 는 무리없이 회사로 들어선다. 걷다보면 트레일러들이 뜨끈한 열기를 뿜으며 일렬로 줄을 서있다. 그 사이 사이 밤새 먼길을 운전해 오셨을 납품 기사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모닝 끽연과 모닝 커피를 마시고 있다. 쏟아 지는 큰 목소리들...피로가 녹아있는 웃음들... 에너지 충전 18년 회사생활... 별것이 다 에너지원이다. 큰 바퀴들과 큰 공장 기계장치들 아저씨들의 오토바이 소리, 이른 아침부터 형광봉을 흔드는 사람들의 손, 자동자 엔진소리, 빠른걸음으로 자신의 일터로 걷는 사람들... 한걸음 한걸음 에너지를 흡수하며 걷는다. 공장사이도 걷고 횡단보도도 지나고 오르막길도 걷고 나무잎을 스치며 걸어 사무실에 도착하면 아직은 컴컴한 군데군데 불켜진 사무실이 내집처럼 편안하다. 오늘은 그냥 운수 좋은 날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