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이거 뭐 얼마만의 새 글인지 모르겠습니다. 얼마 전에 정모를 했었지요? 그 이야기를 짧게나마 기록으로 남겨보고자 합니다. 바로 어제 전 일도 가물가물하는데 2주 전 일을 가지고 글을 쓰려니 막막하네요. 어쩌면 제 글이 그 날의 일정을 되짚는 글이 아닌 그 날의 제 생각만을 되짚는 글이 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듭니다. 그래도 고고~!  매우 무더운 날이었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우 화창한 날이라고 하겠지요? 무튼 그런 날씨였어요.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며 평소보다 일찍 약속 장소인 인사동을 향해갔습니다. 이 날은 새로 ‘가가멜고양이’님께서 오신다고 한 날이었어요. 그래서 특별히 오랜만에 정모를 하게 되었지요. 약속 장소를 향해가며 가가멜고양이님도 참 신기한 분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우연히 지나다가 놀판을 발견하셨다니……. 홍보를 통하지 않고 놀판을 찾은 분이 몇이나 있을까 생각하니 발걸음에 흥이 났습니다. 이 날 오시기로 한분은 ‘가가멜고양이’님, ‘snowall’님, ‘현맨’님, ‘오승렬’님이었어요. 도착해서 연락을 드리니 가가멜고양이님은 약속시간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종로에 오셔서 책을 보고 계신다고 하더라고요. 오, 저는 늘 책 읽는 사람을 동경해왔습니다. 왠지 책 이야기가 나오면 부끄러워지는 요즘이기에 더욱 만남이 흥미롭겠다는 기대를 하게 되었죠. 현맨님은 어느 가게에서 넥타이 선물을 구매하고 계시더라고요. 누구한테 주려고 하신 걸까요? 혹시 남자친구?! 누구에게 줄 거냐고 물음에 “아니, 그냥.”이라고 대답하신 걸 보면……. 누구냐?! 상상은 각자의 몫으로?! 종로에서 현맨님을 만나 약속장소를 향하는데 오승렬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동생을 돌봐야해서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아, 네……. 좋군요. snowall님은 늘 그렇듯이 늦게 오실 테고……. 아주 놀판입니다.  현맨님이 그렇게 강추하던 인사동 ‘까스야’에 도착했어요. 약속 시간보다 꽤나 일찍 도착해버렸지만, 염치불구하고 그냥 들어가서는 자리에 앉았어요. 오랜만에 현맨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가가멜고양이님과 snowall님이 도착하셨어요. 너무 배가 고팠던 터라 대충 인사를 하고는 바로 주문을 했어요. 저는 먹보라서 현맨님이 강추한 히레까스에 우동추가, 현맨님은 히레까스 단품, 가가멜고양이님은 배가 부르셔서 메밀국수, snowall님은 다이어트 중이라 메밀국수. 사진을 첨부하면 좋을 텐데 왜 매번 사진을 안 찍는 걸까요? 배가 고팠던 탓도 있겠지만 돈까스는 정말 맛있었어요. 제가 딱 좋아하는 스타일이었고, 다음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분도 꼭 한 번 가보세요. 

- 겁나 비싸요 - 밥을 먹고는 근처에 있는 카페로 향했어요. 다행히 여기는 사진이 있네요. 아, 이제부터 막막해집니다.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을까요? 대충 정리해보자면 크게 세 가지 주제였던 것 같아요. 첫 번째로는 동물이야기.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려는 찰나 옆으로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지나갔어요. 그래서 자연스레 화제는 고양이가 되었고, 고양이를 실제로 기르시기도 하고 또 동물에 대한 관심이 각별한 가가멜고양이님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가가멜고양이님은 첫 만남임에도 불구하고 낯을 가린다거나 하시지 않더라고요. 어쩌면 저희에게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는 걱정을 했었지만 오히려 대화의 주도권은 가가멜고양님께 있었지요. 그렇게 이야기를 듣던 중 문득 ‘빨갛다’님 생각이 났어요. 빨갛다님도 길 고양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으신 것처럼 보이니까요. 만약 두 분이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면 어떻게 이야기가 진행될까 생각해보는데 두 분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것에는 공통점이 있지만, 상당히 다른 유형의 인물 같아서 격한 논쟁이 붙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후에 있을 수도 있는 만남을 혼자 상상해보는데 제법 그럴 듯합니다. 두 번째로는 그냥 일상이야기. 가가멜고양이님의 직장생활 이야기, 준비하고 계신 업무 이야기, 평소 가지고 계신 가치관 이야기 등을 많이 들을 수 있었어요. 그리고 snowall님의 대학원 생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들을 수 있었지요. 뭐, 저나 현맨님은 그냥 보통의 취준생의 삶이라 특별할 것도 없지요. 세 번째로는 놀판의 방향이야기. 처음 거창하게 시작했던 것과 달리 지금은 많이 조용하지요. snowall님이나 현맨님이나 가가멜고양이님은 그냥 지금 이대로도 좋다고 하셨어요. 놀판이 거창하게 굴러가지 않아도 우리 나름대로의 소소한 즐거움은 언제나 있어왔으니까요. 그렇지만 전 조금 욕심이 들어요. 놀판의 궁극적 목표 중 하나인 ‘누구나 와서 자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 그것을 들어주는 좋은 사람이 많은 곳’을 만들려면 많이 분발해야겠지요. 그런데 제가 많이 분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제가 분발해서 잘 될 놀판이라면 차라리 망해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모르겠어요. 그래도 조급하게는 생각하지 않으려고요. 저는 놀판을 평생의 업으로 생각하고 있으니까요!  오랜만에 정모를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동안의 인연들이 쭈욱 생각났어요. 한분 한분 다 거론하는 번거로움은 생략할게요. 놀판을 하며 늘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결국 다 좋은 분들이었어요. 사람 인연이라는 것이 돌고 돌아 만나기도 하고 헤어지기도 하고 하는 것이겠지만, 다시 만났을 때는 반가운 얼굴로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어제 만난 인연들, 지금 만나는 인연들, 그리고 내일 만날 인연들 모두 각자의 삶에 충실하고 늘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또 만나요, 꼭! 
- 빈 자리로 오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