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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사람 고르기2012-10-03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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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직장 경력이 5년차가 되어가다보니, 이제 부득이하게 사람을 보는 눈도 키워야 하는 때가 왔네요.


아무래도 지방에 있다보니 우리 직장에 지원하는 지방대 출신 지원자들을 많이 보게 되요.


그중에 누굴 고를 것인가 하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을 잘 골라야 우리도 일하기 좋고, 성과도 내고, 뽑힌 사람도 발전이 있을테니까요. 서로에게 상처만 남는 취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앞서, 글쓰기 게시판에 취업을 위한 조언이 있었는데, 대기업 위주로 되어 있어서 중소기업을 노리는 경우에는 적합하지 않아보입니다. 물론, 중견기업 정도만 되더라도 까다롭게 봅니다만,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나 소기업은 정말 별거 없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가 사람 뽑을때 고려하는 기준을 소개합니다. 저한테 뽑히고 싶으면 다음과 같은 사항들을 잘 갖춰주세요


1. 전공 적합성

우리 직장은 일단 이공계니까, 최소한 공대는 나와야 합니다. 문과 졸업자가 지원하면 아주 곤란해요.

이번에 보고 있는 그 분의 경우, 모 지방 사립 대학의 전기과를 졸업하고 가전제품 만드는 공장에서 3년간 일한 경력이 있네요. 사실 대학을 어디 나왔는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2. 인성

사람들이랑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내성적인 성격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일 배우고 일 할 때에는 적극적인 자세가 중요해요.

그리고 성실해야 돼요. 성실함은 직장인 최고의 덕목입니다. 저는 최소한 나보다는 성실해야 한다(?)는 자세로 사람을 봅니다. 뭔가 일을 벌이고 싶어하고, 해보고 싶어하고, 만들고 싶어하는 자세를 봐요. 뭔지 잘 몰라도 의견을 제시하는 자세, 그 적극성이 중요하죠.


3. 실력

신입이든 경력이든 방금 온 사람이 우리 직장에서 일 잘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하늘과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을 외치기를 바라는 것과 같아요. 말도 안되죠.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을 갖고 있다면 다행이지만, 전공이 어쨌든 이공계라면 해볼만 하다고 생각해요.


4. 나이

한국은 나이가 매우 중요한 나라이기 때문에 따질 수밖에 없죠. 하지만 위의 2번 인성이 괜찮다면 나이가 많은 것은 극복할 수 있어요. 다만, 나이가 많을수록 일을 못하면 주변사람들이 "그 나이 되도록 뭐했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므로 더 열심히 해야 합니다.


5. 이력

경력이 있다면 뭘 했는지 살펴보면 되지만, 신입이라면 볼만한 수치가 학교 성적이랑 영어 성적이 있겠죠. 그 외에 자격증, 수상 실적, 경험 등이 있을 거예요. 그중에서 중요하게 보는건 학교 성적이예요. 앞서 말했듯이, 아무래도 지방대 출신이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지방대를 갔다고 하면 대체로 수능 시험을 잘 못 봐서 가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서 열심히 해서 좋은 성적을 갖고 있다면 실력과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습니다. 좋은 대학일수록 공부를 잘하는 애들이 많이 가기 때문에 내가 열심히 해도 성적이 낮을 수 있지만, 지방대에 가서조차 성적이 낮다면, 나의 성실함을 무엇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요.
물론 이렇게 말하는 것은 심하게 일반화 시킨 것이고, 지방대에서도 전부 다 열심히 하는 학교가 있어요. (포항의 P대학이라든가 대전의 K대학이라든가...)

제가 본 몇몇 이력서에는 학점이 낮아서 안타까운 경우가 꽤 됐어요.

그리고 자격증, 수상실적, 경험 등은 많다고 나쁜건 아니지만, 직장의 업무와 관련이 있지 않다면 특별히 좋은것도 아니예요. 가령, 경험에 "여기서 일해봤음."이 있으면 최고죠. (그러니까 다들 그렇게 인턴을 하려고...)


6. 면접

면접 중요해요. 채용 공고를 내도 어차피 1명 채용에 1명이 올까 말까 한 직장이긴 하지만 (그래서 대체로 인맥을 통한 스카웃...) 면접은 봅니다. 얼굴은 안봐요. 어떤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하는 자신감이 중요해 보여요. 그리고 알 것 같은 질문인데 대답 못하면 안돼요. 모를 것 같은 질문은 몰라도 어쩔 수 없지만, 알아야 하는 내용을 모른다면 곤란하겠죠.


7. 추천

사실 아는 사람 추천이 갑입니다. 위에꺼 다 필요 없어요.


어쨌든.

이 글을 쓴 이유는, 앞서 있었던 취업 준비를 위한 글을 읽어보고 생각해보니, 취업이라는 것도 정형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예요. 사실 저는 두번의 취직을 전부 인맥으로 들어가서 그 글에 나온 대로의 취업 준비를 해본적이 없거든요.


다들 대기업만 바라보니 취직이 안되고,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시달린다는 이야기 많이 듣죠. 대졸자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는 말도 많이 하고, 또 우리는 그런 말을 듣죠. 


하지만 중소기업은 눈높이를 낮추는 선택이라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것에 가까워요.


첫 직장을 대기업에서 해야 그 이후가 편하다고 하죠. 사실이예요. 정말 첫직장이 대기업이면 그 뒤는 아무래도 살기가 편해요. 하지만 어차피 대기업에 가도 삽질은 하게 되어 있고, 공짜로 돈을 주는곳은 아무데도 없어요.


저는 세상은 한번에 확 올라가는게 아니라 꾸역꾸역 기어가면서 한걸음씩 내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취직은 이제 겨우 그 한걸음에 불과해요. 한걸음을 이쪽으로 가든 저쪽으로 가든, 그 다음 한발짝을 나가기 위해서는 갖은 고생을 해야 하죠.


대기업만 바라보지 말라는 글이 아니고, 대기업도 고려해볼만하다는 글입니다. (대체 이 글의 어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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