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책값도 꽤 비싸져서 1권에 1만원 이하인 책을 찾기가 어려워졌어요. 심지어 전공책은 5만원이 넘어 10만원을 바라보죠. 만화책도 1권이 5천원에 가까워지네요. 그러나 저는 책 읽기가 좋습니다.
(없긴 하지만) 애인이랑 데이트하다가 영화 한편 보려면 만원씩 두장, 2만원 들어요. 이 돈이면 책을 사서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책은 물질로 남아있죠. 보고나면 눈앞에서 사라지는 영화와는 다릅니다. 이것이 특히 저에게는 중요한 특징인데요, 저처럼 과거의 기억을 잊고 사는 사람에게는 영화는 아주 소모적인 매체입니다. 책은 한번 읽어두면, 내용이 기억이 잘 안 나더라도 다시 일부분을 발췌해 읽으며 되새길 수 있지만 영화는 시간을 들여서 전체를 보지 않으면 기억이 안나죠. 물론 영화도 빠르게 넘겨가면서 볼 수 있지만, 아무래도 영화의 맛은 나지 않으니까요.
인간이 이야기를 알게 되는 경험은 여러가지가 있죠. 독서는 물론이고, 영화, 음악, 미술, 강의, 체험, 여행 등등. 하지만 어떤 것은 너무 비싸고(여행), 어떤 것은 가기 어렵고(체험), 어떤 것은 자격이 필요하고(강의), 어떤 것은 내가 느끼는 속력과 상관 없이 무조건 흘러갑니다.(영화, 음악)
그러다보니, 책은 충동구매를 하게 되네요. 예전에 읽고 싶었는데 바빠서 사지 못했던 책들, 돈이 없어서 구하지 못한 책들, 요즘에 다시 구하면서 일단 책장에 박아둡니다. 그렇게 쌓여있는 책이 수백만원어치네요. 그리고 "매우 읽을만한 책이다"라는 느낌만 남아있고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책들도. 읽어야 할 책이 산더미같이 쌓여있지만, 또 책을 사둡니다. 그 책은 언젠가 읽을 때 반드시 재미있을 책이니까요. 어느새 서점의 골드회원이 되어 있습니다.
책을 많이 갖고 있다고 해서 지식이 많아지지도, 지능이 좋아지지도, 지혜가 높아지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책을 갖고 있으면 언제든지 심심하지 않게 보낼 수 있어요. 저는 어디 갔다가 약속이 늦춰지거나 해서 시간이 뜨게 되면 책을 사서 봅니다.
책 쌓아뒀다가, 언젠가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군요. 제 이름 붙은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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