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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복 받으라니!2013-01-31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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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오늘도 만났어요. 그분들을. 공부를 많이 해서, 얼마나 하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분들이지요.


200px-Yin_and_Yang.svg.png 


딱 보면 사람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는 분들이, 제가 말해도 알아듣지 못할 사람이라는 건 모르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네요. 


치과 치료해서 맘대로 먹지도 못하고 배고파 죽겠는데 무슨 기운이 넘쳐 나는 것 같아 보인다고 한 것인지. 뭘 보고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도 알 수가 없어요.


저보고 남 밑에서 일할 사람이 아니래요. 작은 규모라도 자기 사업을 갖고 다른 사람들을 호령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네요.


제가 주변에 친구는 많은데 자기 편이 하나도 없대요. 내 편이 아닌데 어떻게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요.


직장 있냐고 물어보길래 없다고 했고, 학생이냐고 하길래 아니라 했고, 직장 구하냐고 하길래 아니라 했고, 고등학생이냐고 물어보길래 아니라 했고, 대학생이냐고 물어보길래 아니라 했고, 대학원생이냐고 물어보길래 아니라 했어요. "그럼 뭐예요?"라고 물어봤으면 "대학원 입학 예정인 백수"라는 정답을 얘기해줬겠지만, 끝까지 그건 안 물어보네요.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나봐요.


내가 잘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길래, 왜 그래야 하느냐 물어보니 잘 되면 좋은거 아니냐고 되물어보네요. 잘 되고 싶지 않느냐고 물어보길래, 잘 되는 것을 그렇게 바라지도 않고, 거부하지도 않는다고 했더니 그래도 잘 사는게 좋지 않냐고 하네요.


그리고 뜬금없이 자기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아느냐고, 궁금하지 않느냐고 물어봐요. 그건 잘 알고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질문이죠. 게다가 제가 잘 사는 것과는 별 관련도 없어요.


하는 일이 잘 안돼서 답답하지 않느냐고 자꾸 물어보길래, 그런걸로 답답하지 않다고 했죠. 물론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으니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죠.


지금도 잘 먹고 잘 살고 있다고 했더니, 언젠가 그게 끝나지 않겠느냐며 그 때를 대비해야 한다고, 자신이 그 방법을 알려줄 것이라 했습니다. 제 생각엔, 그 분이야말로 그 방법이 필요한데도 말이죠.


제가 이런 분들을 자주 만나는 저주받은 얼굴이라(그분들 표현에 의하면 '얼굴에 기운이 넘쳐나는'), 한달에 한두번씩은 만나는데요. 다음번에 그런 분을 만나면 실제로 잘 풀린 사례가 있는지, 어떤 방법으로 검증할 수 있는지, 이후에 인생이 잘 풀린다는 점이 보증이 되는건지 물어봐야겠어요. 저는 과학자니까요.


우리우리 설날이 또 다가왔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게 진짜 복 받으라는 인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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