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글 '사람 발자국과 공룡 발자국'은 토론 커뮤니티 '아크로'에서 'minue622'님께서 작성하신 글입니다. 이상과 현실사이의 공론장 아크로의 주소는 http://theacro.com/zbxe/home 이고, 해당 글의 링크는 http://theacro.com/zbxe/763762 입니다. 링크를 따라가 해당 글의 댓글도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을 옮기는 것을 허락해주신 'minue622'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사람 발자국과 공룡 발자국 1. 진화론과 창조론
그럴 일은 없지만, 지구의 나이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과거 남극에 야자수가 번성했으며, 사람과 공룡이 함께 살았고, 1억 4천만년 묵은 인간의 뼈가 나왔다는게 사실이라고 한번 쳐보자. (http://blog.naver.com/godinus123?Redirect=Log&logNo=30113110818)
내가 하고 싶은 말은 "그래서 그게 뭐 어쩄다고?"
인간의 기원에 관해 진화론에서 말하는 것을 지지하는 모든 증거들이 조작이거나 또는 고의적인 해석 왜곡이라고 한들, 기독교라는 어느 한 종교에서 성서라고 불리는 오래된 문건을 '문자 그대로 이해'하고 이를 절대적 진리라고 받아들이는 기독교내 일부 극단주의자들의 헛소리가 어느날 갑자기 진리로 바뀌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논의의 편의상 현재 진화론에서 설명하는 인류의 기원이 전부 틀렸다 가정해본들, 그렇다고 해서 창조론자라 불리는 기독교내 일부 꼴통들의 헛소리가 진리로 바뀌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2. 과학과 전문가들과 사람 발자국
진화론의 문외한인 A와 또 다른 문외한인 B간에 인류의 기원 문제로 의견이 충돌했다고 해보자. 문외한인 이 둘이 (이후 오랜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이 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쌓기 전에) 백날을 입씨름한다고 해서 의미있는 논의가 쉽게 이루어질까? 그런 일이 일어나리라고 보긴 어렵다.
이런 경우 이 둘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쟁점이 되는 현안에 관해 전문가들이 의견의 합의를 (완벽하게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략 형성하고 있는가를 확인할 수 밖에 없다.
ㄱ) 만약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관해 의견이 합의가 이뤄져있다면 문외한들은 이를 받아들이면 된다. ㄴ) 만약 전문가들 간에 의견이 중구난방 옥신각신 분분하다면, <알 수 없는 문제>로 놔두고 이 두 문외한은 서로 입을 다물 일이다. ㄷ) 만약 전문가들 간에 다수설과 소수설로 의견이 나눠져있다면, 역시 <알 수 없는 문제>로 나두거나 다수설이 아마도 맞을 가능성이 높을 거라 '잠정적'으로 결론 내릴 일이다.
만약 문외한 둘 간에 현안이 되는 문제의 상황이 ㄴ)이나 ㄷ)의 경우에 해당된다면, 문외한 A가 자기 입맛에 맞는 의견을 지지하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백 날 가져온다 한들, 이는 문외한들끼리의 논쟁을 해소시키는데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하잘 것 없이 어리석기 짝이 없는 짓이니, 그 이유인 즉슨 상대편인 B는 A의 의견에 반대하는 전문가의 주장을 '권위자'의 의견으로서 들고 들어오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해서 결국 ㄴ)이나 ㄷ)에 해당하는 경우, 어느 일방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전문가의 주장을 한 둘 긁어오는 것으로 논쟁을 정리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그야말로 참으로 어리석기 그지없는 짓이라고 하겠다.
그럼 공룡과 사람 발자국의 경우는 어떤 경우인가?
사태는 사실 ㄱ)에 해당한다. 공룡과 인간은 같이 산 적이 없다. 그러나 일명 창조과학자라고 하는 일부 전문가를 참칭하는 집단이 있어, 이를 반박한답시고 이런 저런 화석자료들을 들이대는 모양이다. 좋다! 우리는 여기서 통 크게 이 사람들을 '전문가'라고 인정해주자. 그렇다면 이 상황은 ㄱ)와 ㄷ)의 짬뽕 정도로 정리되는 바, 전문가들 내에 <압도적 다수>는 공룡과 인간이 같이 산 적이 있다는 주장을 헛소리로 여긴다. 이 상황에서 문외한 A가 그 세력이 똥개 발가락 때만큼도 못되는 '자칭' 전문가들의 논증, <물론 A 자신은 그 논증의 타당성 여부를 제대로 판단할 능력이 없음. 이게 있다면 더이상 문외한이 아니지), 몇 쪼가리를 들이댄다고 해서 상황이 뭔가 좋아지는가?
아니다. 왜냐하면 전문가들 내 <압도적 다수>는 공룡과 인간이 같이 산 적이 있다는 주장을 헛소리로 여긴다는 사태에 전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런 글이 있다. 물론 이 외에도, 흔히 창조론자라고 불리는 '자칭' 전문가들의 주장을 헛소리로 여기는 압도적 다수의 생물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긁어오는 거야 일도 아니지.
Creationist Lies : The Human / Dinosaur Footprint ( http://www.liveleak.com/view?i=d25_1273340971 )
3. 결어
이제 상황을 정리하자.
문외한 A는, 문외한이라는 말의 정의 그 자체에 따라, 사람과 공룡 발자국에 관해 스스로 신뢰할만한 판단을 내릴 능력이 없다. (B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것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견해를 참고하는 일이다. (즉, 권위자 인용 끌어대기 게임) 문외한 A에게 비극이라면, 이 증거대기 게임에서 A는 백전백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압도적 다수의 전문가들의 A의 믿음을 헛소리로 여기니까) 물론 A에게 남은 선택지가 있긴 있으니, 전문가들의 의견을 '선택적'으로, 즉 자신의 입맛에 맞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취사선별해서 수용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자기기만'이다.
다른 선택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세상 만사 접고 대학원을 진학한다든지 아니면 떼돈을 벌어 저명 생물학자들을 개인교사로 초빙해 몇 년간 열심히 배우든지, 하여간 무슨 방법을 써서든 공부를 해서 이 문제에 관해 전문적 식견을 쌓는 일이다. 그런데 별로 이럴 것 같지는 않고...
또 다른 선택지도 있는데, 진화론 일반을 포함한 생물과학 전체의 권위를 무시하는 일이다. 이 역시 자기기만의 일종이겠지.
이 밖에도 탈출구는 여러가지겠지만, 내가 추천해주고 싶은 건, 기독교라는 종교 내에서도 '일부'에 국한되어 믿어지는 성경 텍스트의 해석방식, 즉 "텍스트의 축자적 이해, 그것도 선별적으로 골라내어 입맛에 맞는 것만 축자적으로 이해"하는 해석론이 과연 기독교 성경 이해의 '정통'인지 여부를 성찰적으로 한번 반성해보는 일이다.
참고로, 여기서 내가 '선별적으로 골라내어'라는 한정구를 붙인 것에는 이유가 있는데,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거나, "원수가 뺨을 때려면 다른 한 쪽 뺨을 내밀어라" 등과 같은 성경구절에 관해서는, 이 사람들은 문자적 해석을 냉큼 버리고 유독 은유적 해석방식을 고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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