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지난 놀판 여행 때 광주에서 찾아뵈었던 노현섭 선생님을 지난 5월 18일에 서울에서 다시 만나 뵈었었지요.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그날의 일을 기록하여 주셔서 이렇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 ‘이해와 오해 그리고 화해’, 몽당수필 노현섭 선생님의 블로그 입니다. - http://blog.naver.com/707shine * 한 잔 하러 가는 길 금요일 저녁. 한 주의 노동을 마치는 날. 꼬박 술친구를 찾아가는 날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하소연을 늘어놓고 나면 고된 일주일이 잊혀질 거란 몽상 가득한 금요일. 허나 매번 좋은 이들을 마주하면 어느새 즐거운 마음 가득하니 일주일의 투정은 여름날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 꼴이다. 이번 주는 특별하다. 조현 선생과 서울 나들일 간다. ‘놀판’을 만나기로 했다. 3월 경, 올라가 만나겠노라 제안하곤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채 꽤나 긴 시간이 지났다. 나를 찾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소중한 것임을 아는 지금. 그런 나라기보다는 경험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사정이 있다며 시일을 늦추는 스스로가 부끄럽고 부끄러웠다. 부끄러움도 잠시. 나를 향해 스스로들을 낮추는 그들로 인해 내 허영은 터지기 직전의 돼지 오줌보마냥 감출 수 없을 지경이다. 설렜던 것일까. 목요일부터 일도 그냥저냥이다. 하던 수업을 그저 일로 대하며 즐거웁지 못하게 시간을 보낸다. 어쩌랴. 이리도 경망스러운 것이 나인 것을. 시간에 철두철미한 조현선생을 실망시키는 일이 잦은 요즘이다.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한 시간에 맞춰 도착하지 못했다. 미안하지만 대사가 코앞이니 그에 감정 따위는 뒷일이다. 큰일이라야 술 먹는 것밖에. 별 것 아니다만 어찌 내게는 큰일이라 여겨져 쉬이 흥분이 가라앉지 않는다. 올라가 밤 새 술자리를 이어야 할 테니 휴게소에서 간단하게나마 식사를 챙겼다. 요즘 들어 몸이 문제인지 술자리 체력이 예전 같지 않다. 하자(?)있는 몸을 유지하려 약도 챙겨 먹었다. 이만하면 만날 준비가 끝난 셈이지. ㅎ 강남 터미널. 서울 지리에 익숙한 조현 선생을 따라 서울 사람 같은 표정을 지으며 택시에 올랐다. 허허~^^. 이미 타자 지향적인 허영의 우물로 빠져든 것일까. 설렘과 흥분이 나를 지우고 오로지 그들을 마주할 순간만을 기다리는 나. 좀 바보 같나? 사당역에 도착한 택시. 진영일 어떻게 불러야 하지? 현민인? 승렬인? 함께 나온다던 이들의 호칭은? 적잖은 고민이었으나 마주하자 내 허영은 그들에게 내 편한대로 비격식체를 택했다. 그게 조금이나마 우리 사이의 벽을 빨리 허물 거라 여겼다. 존중하지 않는다기보다는 편한 서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으니 오해는 없었으면 싶다. 그럼 놀판은? 그들 역시도 호칭에 대한 고민을 했을까. 그저 선배로 보이거나 형, 오빠 정도면 좋은데. 선생님은 참 어렵다. 이제 자리에 앉아 무대의 막을 올리자. 허나 이 일을 어찌할꼬!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는 것을.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설렘 가득한 마음이면, 원하는 것이 분명하면 몸은 그저 따라오는 것 아닌가.’하고 여기던 나로서는 몸뚱이의 한계를 경험한 밤이었다. 그런 덕에 지난 날 ‘놀판’ 식구들이 광주에 내려온 날 얼마나 고생스러웠을지 생각하게 됐다. 사실 이런 고운 마음은 조현 선생의 얘길 통해 나중에야 갖게 됐다. 당시에야 이런 마음이 들어설 자리가 있겠는가. 스스로도 밤을 이겨내지 못하는 몸뚱이에 놀라고 한스러울 뿐인데. 술 한 잔 걸치지 않았는데도 비틀거리는 나. 이를 어찌 설명해야 할지. ㅜㅜ ‘한스럽고 한스러운 밤이구나.’ 늦은 밤 사당역에 괘념 가득하다. ㅋ - 채울 그릇이 생겼으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 첫 자리와 두 번째 술자리까지. 우리가 대화를 나눴다는 것은 기억한다. 허나 아쉬움 크다. 머리 속에 지우개라도 들어간 듯 허다. 잔득 긴장하고 선을 보러 간 자리에서 겨우 다음 자리를 약속하고 구부정하니 물러나온 기분이랄까. 아마도 친교를 유지하는 즐거운 만남이라기보다는 무언가를 가르쳐줘야 한다는 어른의 입장에서 자리하고 싶었을까. 좋은 친구와 선생 사이에서 조금은 이르게 나를 결정해 개똥철학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리했다면 몸이 견뎌주었을까. 정의할 수는 없지만 평소 누군가를 만났을 때와는 다른 감정이 떠나질 않는다. 이 또한 그들에게 무언가를 줄 수 있다는 오만과 허영이 낳은 것일까 싶어 공연히 얼굴만 붉어진다. 그래도 그날 밤의 통한을 다시금 만나거든 채울 그릇이라 여기고 설레며 다음을 기대하련다. 관습적인 아름다움의 기준에 회의와 경계를 드러내던 진영이와 이야기를 진척시키지도 못했지만. 첫 만남에서 전라도 나주의 정서를 빌려 공감을 키우고, 조현 선생과 나를 편히 대해주려 노력한 승렬이만의 시선은 아직 느끼지도 못했지만, 학자금 대출을 받았다던 현민이의 경제사정은 조금이나마 나아졌는지, 그로 인한 다른 어려움들이 커지고 있지는 않은지 묻고 희망을 얘기하지도 못했지만, 처음 마주한 내게 지지 않을 꽃을 선물해준 사람. 잠깐이었지만 건네받으며 나누던 눈빛이 예지라고 기억하면 되겠지? 늦게나마 그날 전해준 꽃의 의미를 새기고 기억할게.^^ 물론 저녁 내내 먼 자리에 앉아 눈빛도 마주하지 못했지만, 마주 앉아 있던 기환이. 탁월한 말솜씨에 여름밤하늘의 별자리를 기대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과학도(?)가 전해준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 덕분에 추억을 향한 그리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아.^^ 별자리를 이야기하기에 좋은 성량과 억양. 그 위에 생동감 있는 눈빛까지! 그댄 꽤나 멋진 남자 같아. ^^ 다른 이야기들도 나를 설레게 할 텐데! 다음엔 전공했다던 물리 속으로 나를 당겨주면 좋겠어.^^ 지난 밤 아쉬움이 크지만, 우리 모두 만족지연능력을 발휘해 보면 좋것습니다.^^ 어쭈고 단박에 되는 것이 있것어요.^^ 아마 나도 그날은 부족한 몸뚱이와 허영만 잔득 내놓은 것 같은디요. 서로 진심을 담은 눈빛과 말을 나눌 기회가 한 번 즘 더 온다면 세상엔 서로를 이해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많다는 좋은 감정의 경험을 할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구만요. ㅎ 아무리 다른 서로일지라도! - 먼 시간 후를 희망으로 채울 수 있길 바라며 광주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