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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아직과 이미 사이 - 박노해2016-01-10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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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과 이미 사이

 

 

'아직'에 절망할 때

'이미'를 보아

문제 속에 들어있는 답안처럼

겨울 속에 들어찬 햇봄처럼

현실 속에 이미 와 있는 미래를

 

아직 오지 않은 좋은 세상을 절망할 때

우리 속에 이미 와 있는 좋은 삶들을 보아

아직 피지 않은 꽃을 보기 위해선

먼저 허리 굽혀 흙과 뿌리를 보살피듯

우리 곁의 이미를 품고 길러야 해

 

저 아득하고 머언 아직과 이미 사이를

하루하루 성실하게 몸으로 생활로

내가 먼저 좋은 세상을 살아내는

정말 닮고 싶은 좋은 사람

푸른 희망의 사람이어야 해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고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친 강줄기가 더 정답고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 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말자

돌아서지 말자

 

삶은 가는 것

그래도 가는 것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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