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주일간 본 영화 13편에 대한 불친절한 감상. #1. 언더 더 스킨 *굉장한 스포가 있습니다. 주의.
시작에 앞서, 13편에 대한 내 마음 속 순위 1. 그레이트 뷰티, 2. 홀리 모터스, 3.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 - 당신에게 별로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봤으면 좋겠어, 의 경계 - 4. 언더 더 스킨, 5. 혹성탈출 1, 6. 헝거게임 3, 7. 마스터, 8. 인사이드 르윈, 9. 혹성탈출 2 -무언가 보이지 않는 굉장히, 아주 많이 두꺼운 벽- 10. 엑스마키나, 11. 다이버전트 -강력하게 보지 않기를 추천함의 경계- 12. 쥬피터 어센딩, 13. 메이즈 러너
개인 별점 ★★★★
외적인 것에는 반드시 숨겨진 의미가 존재한다는 믿음은, 감각을 정신의 아래에 놓음으로서 대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임을 천하게 여기게끔 한다. 아무 것도 얻지 못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되지 않았으며 무언가를 얻는 것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다. 대상은 친절 할 수 있다, 또한 너무 많이 보여주지 않을 지도 모르며 그것은 끊임없이 말을 걸 수도 저 멀리에 존재할 수도 있다. 그저 우리는 대상이 보여주는 대로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 할 필요 없이, 이미 창작자의 손을 떠난 이것은 우리가 해석하고 부여하는 대로 의미를 가지니까. 굳이 파헤치고 더 왜곡시킬 필요도 없이 가장 단순히 표면적인 - 색감이나 구도나 음향 따위 - 로도 그것은 우리로 인해 가치를 지닐 수 있게 된다.
언더 더 스킨은 어둠에서 빛나는 밝은 점 하나가 정렬하며 겹쳐지는 미지의 것들이 되면서 마지막에는 사람의 눈으로 연결되며, 사람의 말을 배우는 여자의 목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여기서 두 가지의 주제를 함축하는 이미지가 드러난다. 인간을 관망하는 또 다른 존재와, 외적인 것을 인식하는, 그럼으로서 끊임없이 실체를 의심하고 생각하기 위한 장치인 눈. 도입부를 관통하는 이미지인 어둠 속의 밝은 점 하나는 그 바로 다음 장면에서 오토바이를 탄 남자의 위에 떠오른 어둔 밤의 보름달과 겹쳐지며 그들의 존재에 대한 실마리를 준다. 그는 한 여자를 납치한다. 납치당한 여자는 그들에게 이용되기 전에 그녀에게 옷을 넘겨준다. 옷을 입은 그녀는 여자의 몸 위를 기어가는 개미 한 마리를 바라본다, 아마도 여기서 그녀에게 인간은 개미같은 존재일 지도 모른다, 자신만의 사회를 가지고 무리지어 사는 유사성은 있지만 인간에게 개미처럼 그들에게도 하등하고 연관없는. 인간으로 가장할 수 있는 껍질의 제공과 연달아 그녀는 보통의 사람들이 그러하듯 자신을 꾸미는 것을 모방한다.
그녀는 끊임없이 아무도 찾을 이 없는 혼자인 남자들을 찾아 헤맨다. 루시에서도 느꼈지만 스칼렛 요한슨은 영혼이 배제된 듯한 연기를 정말 잘 한다. 그녀는 여전히 무심하다. 그저 외부의, 외계의, 사람을 관찰하며 이용하는 존재에, 그녀는 자신이 무엇인지 인식하지 않는다. 남자들은 그녀의 외모에 이끌려 마지막을 맞이한다. 어떻게 되는지 명확하게는 말해주지 않지만, 갇힌 남자들은 가죽만을 남긴 채 어디론가 보내진다. 남자들이 희생되는 것이 반복 될수록, 그 장면들은 그녀가 옷을 벗거나 감정을 드러내는 정도의 변화와, 관념적인 이미지로써의 장소가 현실성을 가지며 구체적으로 점점 묘사되는 것으로 인해 심화된다.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서 받은 장미꽃 때문에 손에 묻은 피를 보고 그녀는 흠칫 놀란다. 자신의 몸에 흐르지 않는 피를, 여태 무심하게 모든 것을 바라보던 반면에, 진심으로 우러나온 놀람의 눈으로 본다. 아마도 그녀는, 개미같던 존재들과 부대끼면서 동떨어진 자신의 존재에 외로움을 느끼고, 인간처럼 가장한 자신의 실체를 진짜 인간으로 혼동하기 시작한 것 같다. 그 후에 차에 탄 남자는 그녀에게 “당신 진짜 눈부셔, 특히 눈이. 눈빛에 뭔가 있어.” 라는 말을 건낸다. 그 남자가 갇히고 나서, 그는 립스틱을 덧바르는 그녀의 주위를 돌다 마주서서 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마치 네 본질을 잊지 마라는 듯.
인도를 걷다 넘어진 그녀는 주변 남자들의 도움을 받는다. 날이 저물어 어두운 밤이 될 때 까지, 그녀는 처음으로 이용해야할 대상으로서 인간을 물색하지 않고, 그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마주한다. 그녀는 얼굴이 기형인 남자를 태운다. 그녀는 여느 남자들을 대하듯 남자에게 웃으며 말을 걸고 손이 예쁘다고 칭찬한다. 눈을 마주보고 자신을 만져보게 한다, 여기서 그녀가 외계인이라는 것이 비판적인 역할을 한다. 사람들에게 상처받고 외면당해온 남자는 순식간에 그녀에게 빠져든다. 그녀는 집까지 남자를 데려간다. 남자를 가두는 과정에서, 그녀의 본질이 처음으로 나타난다. 남자를 가둔 후 그녀는 거울을 한참이나 들여다본다. 주체성 없던 외계의 존재에서, 스스로를 인간으로 의식하며 ‘갇혀서 나갈 수 없는 존재’에 동정심을 느꼈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에게 잡혀 죽기는 하지만, 기형인 남자는 처음으로 그녀에게서 풀려난다. 그녀는 차를 타고 무작정 달리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안개를 맞닥뜨린다. 안개 속으로 들어간 그녀는 사방을 둘러봐도 뿌연 풍경 속에서 노랫소리를 듣는다. 그녀는, 차를 버리고 걷기 시작한다.
달콤한 케이크를 한 입 먹어본다, 그러나 인간이 아닌 그녀는 몸이 거부하기에 뱉어낼 수 밖에 없다. 뛰쳐나와 방황하다가, 여태 자신을 희롱하거나 꼬시려들었던 자들과는 달리 순수히 친절을 베푸는 남자를 만난다. 거울 앞에서 그녀는 스스로의 껍질을 꼼꼼히 살펴본다. 보이는 것이 그녀 스스로 하여금 본질을 잊게 만든다. 그 와중에도 그들은 이탈한 그녀를 찾아 헤맨다. 그녀는 남자와 시간을 보낸다, “괜찮아요, 해냈잖아요, 해냈어요.”. 그녀는 사람으로서 주체성을 갖고 감정을 느끼며 남자와 서로를 만진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다름이 그녀에게 환멸감을 선물한다. 아마도 그녀는 육체적으로 사람일 수도, 정신적으로 다시 그 이전의 존재가 될 수도 없는 궁지에 빠진 것 같다.
그녀는 쉴 곳을 찾아 다시 홀로 숲 속을 헤맨다. 거친 바람이 산 속을 헤집고 그녀는 강간하려는 한 남자에게서 필사적으로 도망친다. 그러나 결국 붙잡히고 오랜 몸싸움 끝에 남자는, 피부가 벗겨진 여자를 보고 경악하며 달아난다. 그녀는 일어나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감싸고 있던 껍질을 벗는다. 우는 자신의 껍질과 눈을 마주한 채, 남자가 붙인 불에 온 몸이 타오르며 생을 마감한다. 동일한 것이 될 수 없지만, 너무나 유사한, 그래서 더욱 환멸감이 큰, 그런 두 존재들.
영화정보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197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