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을 보고 감상문 쓰는게 있었는데 올려봅니다. 그냥 생각나는대로 편하게 쓰라고 하셔서 별 고민없이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적었어요. 글만 쓰면 너무 공격적이야...
이런 종류의 강연, 특히 매스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들을 보다보면 왜 그들은 현상에 대한 본질적인 사회 구조적 문제는 건드리지 않고 그것을 항상 개인의 인식과 노력 문제로 치부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의 강연을 들으며, 드러나 보이는 부분은 진보적이고 사회 구성원의 공감과 이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것 같으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정신 - 사회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소수의 엘리트이자 개별적 인간들이며, 신자유주의는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경제체제라는 - 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원인과 결과의 논리적 상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다. 그의 3무 정책을 비롯한 교육 개혁의 형태에는 찬성하는 바이다. 그러나 “대학이 취업 교육하는 곳입니까?“ 라는 그의 말을, 강연 내내 스스로 위배하고 있는 점에 대해 실망감을 느꼈다. 결국 그의 목표도, 좋은 학벌과 대기업에서만 벗어났을 뿐,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인격을 만들어 인간답게 살 수 있게끔 도와주는 교육이 아니라, 돈을 벌고 생존하게끔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대학이 자신의 기능을 잃게끔 하는 정부 정책의 문제와 사회적 인식이 먼저 해결되어야하나, 한 대학의 총장이 공적인 자리에서 그런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고 거기에 순응하여 현재의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사회에 환원하고 기여하는 방식을, 단편적으로 얼마나 많은 기업을 새로 만들었고, 그로인해 얼마나 많은 돈을 벌어들였으며, 얼마나 많은 일자리를 만들었는가 로만 평가할 수 없다. 사람은 각자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으며, 부족한 부분을 서로 채우고 보완할 수 있는 형태의 사회는 충분히 도래될 수 있다. 개인이 모든 것에 완벽해야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 혼자 뗏목을 타야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의 복지 기반이 부실하고 구성원의 존엄성을 경제체제로 부터 지켜줄 수 없을 만큼 윤리, 경제적으로 낙후되었다는 것의 반증이다. 우리 사회에서 교육의 내재적 가치는 점점 잊혀지고 있고, 이제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교육을 담당하던 대학의 자유와 학문 연구 이념마저 취업률과 연구 자금이라는 정부의 칼자루에 잘려나가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경쟁은 절대적으로 필수가 아니라는 것을 사람들은 잊고 있다. 평등이 결여된 자유는 자유의지에 의한 이해 실현으로 전락하게 되며, 그렇게 되었을 때 결국 모든 것은 조정과 갈등과 경쟁의 영역 안으로 흡수되어 버린다. 우리 사회는 교묘하게도 평등과 자유가 동치인 것으로 포장하여 위의 사실을 숨기고, 개인이 받는 고통을 너무나 쉽게 개인의 문제로 만들어 버린다. 이것을 끊임없이 대중에게 경고하고, 개인이 주체로써 살아갈 수 있게 하기 위해 교육을 제공해야하는, 최고 지성이자 지성 최후의 보루인 것이 바로 대학임을 대학 스스로가 잊고 있다. 제 아무리 3무정책과 거꾸로 교실, 유연학기제를 통해 생각하고 전문적인 개개인을 만들어 낸다 하더라도, 교육에 대한 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그가 말하는 기초가 튼튼한 미래세대는 결국 똑똑하기만 한 자본의 노예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