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c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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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66시간의 미니어처 제작 수행기(?)2020-03-1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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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7일 토요일 오후 8시, 대략 66시간에 걸쳐 제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인 DIY 미니어처를 완성했습니다.

놀 땐 누구보다 충동적임을 자랑하는 저답게, 뭐 별다른 이유 없고요, 그냥 해봤습니다.

 

어느날 우연히 네이버 메인 우측 하단에 '너무 이쁜~ DIY 조명' 탭을 봤을 뿐이구요,

당분간 코로나 때문에 어디 나가지도 못 하는데 집에서 놀 거리로 적합하지 않나 했구요,

남자친구도 '헐 너무 예쁘다! 이거 완성해서 장식하면 넘넘 이쁘겠다!!' 라고 강하게 동조했구요,

이것 저것 모델 찾아보니, 이 친구가 가장 화려하고 이쁘고 디테일해서 마음에 쏙 들어버렸구요,


그렇게 저는 제 손으로 무덤을 팠던...그런 것입니다...

원래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한번도 해본 적 없어서 제 앞에 펼쳐질 미래를 너무 얕잡아봤어요.


분명히 같은 브랜드의 중형 모델을 경험자가 만드는데 40시간이 걸렸다는 후기가 있었는데

저는 그냥 들떠서 '아몰랑~ 미니어처 만들기 개꿀잼딱이겠따리~' 하고 질렀어요.

천피스짜리 퍼즐도 뭐 몇시간이면 끝났는데 비슷하지 않겠나 했던 그때의 저를 쎄게 후려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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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6일 도착한 박스...... 저때까지만해도 이쁜거 만들 생각에 들떠있기만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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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박스를 뜯고나서,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눈치챘습니다.

왜....? 왜?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다 만들어야해...? 그냥 조립하는거 아녔어...? 소품 왜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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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당체가.....이 도안은 뭘까..... 천쪼가리를 내가 다 저렇게 잘라줘야하는건가.....

A3사이즈 도안이 여덟장이 들어있더군요...

그중에서도 킬링포인트는 저기 저 A17-63-1.... 저건 도대체 뭐지? 저대로 내가 뭔가를 잘라야한다는건가

엄습한 불안감은 며칠 뒤 현실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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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제작 방법도, 도구도 감이 안 잡혀서 다섯시간 동안 이걸 만들었습니다.

친구들은 제 눈을 걱정해주었죠, 이때까지만해도 설렘에 제가 빠르게 뚝딱 다 만들거라고 생각했어요...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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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부터 슬슬 도안과 다른 사이즈거나 품질에 하자가 있는 부품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실컷 디테일 신경써서 해봤자 다른 소품들 사이에 파묻혀서 잘 안 보이게 될 거라는 것도 깨달았고요.

하지만 만들면서 빡쳐도 완성하고나면 귀여워서 다시 시작했다가 또 빡쳐서 욕을 하는 과정의 반복이었슴다...

저기 저 개수대에 은박지 반짝이는 것 좀 보세요....

서랍장 위 책에 페이지 마다 그림 그려져 있는건 또 어떻구요 ㅠㅠㅠ 귀여워 ㅜㅜ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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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만 하루동안 만든 소품들 입니다. 

사이즈가 너무 작아도 시간이 많이 들더라구요... 

하지만 뭔가 장잉정신이 발동걸려서 눈에 띄지도 않을 디테일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부터 슬슬 나는 왜 톱이나 기타 다른 공구가 없는지, 이제는 순간접착제를 사야 하는지 싶더라구요.

하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다짐하고 그렇게 고통의 길은 열렸습니다.......

혹시 이거 하실분 있으면 다 필요없고 순간접착제부터 사세요.....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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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엽고 빡치는 순간의 연속들 입니다.

저 쬐깐한 컵 하나도 부품 세개를 이어붙여야하는 거였고, 

심지어 손잡이는 와이어 1센티로 잘라서 핀셋으로 굽혀서 컬을 만들어줘야했어요 ㅂㄷㅂㄷ

옆의 바구니 만들 때는 주방가위로 천 자르다가 빡쳐서 종이도안에 본드로 천 붙인다음 오렸어요

그래요, 사무용 가위 하나 없어서 주방가위로 모든걸 해결했어요 흑흑흑흑

이래서 뭘 하려고 해도 갖고있는 도구나 재료가 많아야 수월한 거 같아요.

이렇게 지름신이 내리는 거 아닐까요?

베이킹 할 때도 이미 A, B가 있어서 C만 있으면 D를 만들 수 있는데? 라며 조금씩 조금씩 사모았죠

최근에는 바게트 만들다가 '아 모야 바게트 틀이 없넹' 하고는 정신차렸어요

미니어처 만들면서도 필요한 다른 공구나 꾸밀 수 있는 부재료 사고 싶어서 손가락이 드글거렸지만 참았어요.

아무튼 저 수건바구니는 만든 소품 중 가장 마음에 들게 귀여워서 자랑합니다요.

비록 만드는건 화가 났지만, 최대한 깔끔하게 만들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A17-56은 저 쪼꼬만한걸 주방가위로 자르느라 잠깐 욕을 했지만 완성하고 너무 귀여워서 핥핥했다는게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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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소파는 되게 신경써서 천 무늬까지 고려해서 재단하고 만들었는데

막상 쿠션이랑 노트북 때문에 다 가려지는게 아쉬워서.... 쿠션 올리기 전에 사진 한 컷...


전 사실 24시간차 까지만해도 그렇게 막 심한 정신적 고통은 받지 않았어요

그냥... 눈 좀 아프고 승모 좀 뻐근하고... 그래도 할 만 하고, 만들고나면 귀여워....


하지만 고통의 첫번째 웨이브가 들이닥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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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드는걸 보면서 너무 귀엽다, 나도 해보고 싶다, 꽃 많은데 만들다보면 행복하겠다! 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많았는데요,

제가 '이것은 재미와 즐거움이 아닙니다. 고난과 역경의 연속이에요.' 라고 말해줘도 안 믿더라구요 ㅎ


그럴 때 마다 이 짤 하나 보여주면 다들 납득하고 포기하셨습니다.


저는 이 모델에 화원이 있는 줄 몰랐습니다.

하더라도 꽃을 다 만들라고 시킬줄은 몰랐지 이 미X 제작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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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꽃 선반 완성 후에요, 아담하지만 꽉 찬 비주얼이 넘 귀엽지않나요... 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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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시험에 들게 한 첫번째 관문...... 해바라기 (?) 제작 입니다...

하나하나 다 가위로 홈 파서 꽃잎 만드는데, 저걸 한두개도 아니고 서른개 정도 만들다보니

몸에 사리 생기는 기분이었어요

그래도 저때까지는 꽃바구니 두 개만 만들면 될 줄 알았지...

해바라기 화단이 있을거라곤 상상도 못 하고...

하지만 애초에 '미니어처를 만든다면 온실 모델을 만들어야지!' 다짐했던 거 처럼

모든 꽃과 화분은 공을 들여 만들었습니다 ㅋㅋㅋㅋㅋ

꽃은 가짜도 이뻐요 //ㅅ//

그래서 화분도 모서리 부분에 천 한 올 한 올 서로 겹칠 수 있게 밀어넣어서 본드로 붙여주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했나 싶지만,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 최선을 다 하자는 생각이.....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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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에 들어가는 꽃 시리즈가 끝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제 앞으로는 이거보단 쉬운 것만 나오겠지! 희망에 부풀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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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희망은 몬스테라 이파리 구멍내면서 잠깐 바스라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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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만들면서..... 조금 울 뻔했고..........

그래도 이제부턴 정말로 조립만 남았어! 또 다시 행복회로가 불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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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웨이브...... 전등 만들기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미대 친구만이

'언니... 저거...저거 다 일일히 말고 다시 펴고 다시 모양잡고.......왜 휴식을 안 하고 수행을 해요....?'

라고 알아주었습니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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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들다보니 영롱해서 기분이 좋더라구요

이쯤부터 슬슬 빡치기보단 기분이 좋았습니다.


한 친구는 '니가 마조가 아닌지 진지하게 고민해봐 변태자식아' 라고 말해주었어요


제가 생각해도 저는 고통을 즐기는 거 같습니다.

러너스 하이와 비슷한 기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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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좋아하는 샹들리에 입니다. 

LED 전구 불 잘 들어오는지 전부 개별테스트하고, 전등 만든 후에 또 한번 테스트 해줬어요.

이렇게 공들여놓고 나중에 불 안 들어오면 다 박살내버릴거같아서 ㅎ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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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시간 차, 슬슬 건축 직전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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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세우니까 설계도면이랑 각도 안 맞고 파트마다 단차 생기고, 어떤 판은 휘어있고 

이것저것때문에 스트레스 빡 받고있었는데

세상에....마상에......

실제로 건물 안에 들여놓기 시작하니까 너무 이쁘고 귀여운거 아니겠어요

ㅠㅠㅠㅠㅠ내가 이거 보려고 만들기 시작했구나 ㅜㅜㅜㅜㅜ감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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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 만들 때 실수해서 한 쪽에 본드가 너무 많이 묻었는데, 다행히 티가 안 나네요 ㅜㅜ 맴찢할 뻔


한 친구는 여기서 뻑가서 자기도 미니어처 사겠다고 모델골랐습니다. 

저는 같이 골라주면서 지지해줬지요 끼룩끼룩

나만 괴롭..아니 행복할 순 없잖아요, 나눠야지 이 고ㅌ...아니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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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 틀이 잡혔습니다. 본드자국도 거슬리고, 길이가 안 맞아서 살짝 공백이 생겨서 좀 짜증났지만

어쩌겠어요 이건 제가 어찌 할 수 없는 겁니다...

깔끔하게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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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순간접착제를 안 샀을까 가장 후회했던게 전등 설치였어요.

본드들이 마르기전에 계속 떨어지고 쓰러지고 기울어져서 진짜 참을 인 마음에 여러번 새겼습니다.

순간접착제만 있었어도 총 제작시간 중 4시간은 그냥 단축했을거에요

하지만 저는 변태의 길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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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품 제작이 끝난 후에 조립은 비교적 빠르게 진행됐어요.

59시간째, 건물 전체는 완성하고 마당과 문 작업, 그리고 세부적인 데코만 남은 상황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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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정리하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 

깔끔하게 고정하고 나서 자랑했는데, 컴공과 전자출신 친구들이 아주 편안해 했습니다.

만족- 깔깔깔


아크릴 커버를 씌울거라, LED 조명 온오프 리모컨을 따로 구매했는데요,

아쉽게도 저항이 높아진 탓에 전체적인 밝기가 어두워졌습니다만....

전압을 높히는 작업은 먼 미래에 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정신력이 많이 고갈된 상태여서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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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고난 웨이브 3.....

직선 식물 줘놓고 화단과 온실에 덩굴식물 구현하라고 그래서

진짜 집어던졌어요

욕이 턱 끝까지 찼습......... ㅜㅜ........

정말 마지막 단계였는데...... 여기서 한 한시간 쓴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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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65시간 49분 18초, 드디어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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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해 잘 드는 곳에서 사진 찍으려고 했는데

막상 불을 켜고 보니 어두울 때 더 반짝반짝 예쁜 것 아니겠어요

내가 이거 보려고 그 생고생을 했구나 너무 기분이 좋아서 한참동안 쳐다보고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상세샷 나갑니다 

지름신 주의하세요 키킼키키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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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더 말이 필요 없습쥬....

세부적인거는 제가 임의로 좀 수정했는데, 전 제 버전이 더 마음에 듭니다.

저런 집 정말루 갖구 싶네욤.......

밤에 불 꺼놓고 저거 켜놓으면 은은하니 넘나 예뻐서 고생했던게 다 잊혀지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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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식장의 술병들을 한 쪽으로 몰아넣고 당당히 입성하셨습니다.

자주색 배경이랑도 너무 잘 어울리는 따스한 색감의 고쿠리 럭셔리 하우스 제작기였습니다.


만들고보니 너무 예쁜데, 막상 다시 만들 자신은 없어서

주변사람들을 꼬시고 있습니다. 남들이 만든걸 보고싶어요 ㅋㅋㅋㅋ


벌써 두 명 넘어왔습니다.


여러분들도 한 번 고통의 세계로 들어와보시죠.

이런건 노안 오기전에 한번쯤 해볼 가치가 있습니다.


당신이 완벽주의가 있고 손재주가 없는데 M...이시라면

아주 완벽한 놀잇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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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취미를 찾아서.2020-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