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한 자기 사상을 지닌 사람과 습관적으로 책을 통하여 철학하는 사람의 관계는 마치 목격자와 역사 탐구자의 관계와 같다. 자기 사상을 지닌 사람은 사물에 대한 직접적인 고유한 견해로부터 이야기한다. 이에 반해 책을 통하여 철학하는 사람은 글쓴이가 말한 것이 무엇이며 무엇을 의미하며 그래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보고한다. 근본적으로 고유한 기본적인 사고만이 진실성과 생명력을 지닌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이러한 진실성과 생명력만을 완전히 이해하기 때문이다.
<부록과 첨가>_쇼펜하우어
고유한 자기 사상을 가지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쇼펜하우어야 난 사람이었으니깐 가능했지만, 범인으로서는 책에서 얻은 훌륭한 사상을 단순히 읊조리는 것조차 호락호락하지는 않지요. 사실 살면서 고유한 자기 사상을 내세워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드물기는 합니다. 우리 학창 시절만 떠올려봐도 그렇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가진 객관적인 지식을 묻거나, 주관적인 질문을 던지더라도 일반적인 통념으로 획일화된 대답을 원해요. 마치 유도 심문처럼 우리는 선생님이 원하는 대답을 했었지요. 거기에 더해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유별난 사상을 가지고 있으면 정말 유별나게 대접받게 됩니다.
'정신분석과 페미니즘'이라는 수업을 들을 때였어요. 중간 과제로 '진정으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에 대해 수필을 쓰게 되었는데, 저는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려면 자살을 해야 한다고 썼다가...... 나쁜 점수를 받게 되었지요.(물론 다른 요인도 있었겠지만요) 위인전기를 읽어보면 몇몇 천재분들은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행동을 했거나, 또는 사회에 전혀 어울리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다름'을 원하고, 강조하고, 지향하면서도 정작 다수와 '같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는 박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정치쪽에서 3s 정책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s 로 시작하는 스포츠(sport), 영화(screen), 섹스(sex) 를 이용, 대중의 사고를 마비하고 우민화 하여 지배자의 대중 조작을 용이하게 하는 정책을 말합니다. 이런 정책뿐만 아니라 대중을 우민화 할 가능성이 있는 것들이 더 많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한국 사회 중 특히 교육 쪽을 설명할 수 있는 키워드 중 하나인 '무한경쟁'. 경쟁은 순위를 요구하고, 순위를 위해선 불가피하게 평가를 내려야 하며, 평가를 위해서는 모범 답안이 필요하고, 모범 답안은 결국 사람들의 생각을 강제하게 되죠.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초등학교나 중학교까지는 책을 읽었는데 고등학교 가서는 책을 읽은 적이 없다." 라고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더러 있어요. 저도 그랬었고요.
쇼펜하우어의 '고유한 자기 사상 가지기'는 쉬운 것이 아닙니다만 분명 값진 것입니다. 자신의 행동원리를 의심해 보지 않으면 왜 내가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 왜 내가 이 베스트셀러를 읽고 있는지 따위의 질문에 기만의 대답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니깐요.
제가 이 글을 첫 글로 쓰고 있는 이유는 일종의 자기 다짐이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선택과 행동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나이기도 하고(흑흑), 혹여 삶을 습관적으로 살고 있다면 다시 한번 이 글을 보아 저를 추스릴 수 있게요. 또한 제 생각을 말함에 있어 주저함이 없기 위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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