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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파스텔 습작 - 다이빙 연습하는 오리군.2011-11-02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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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duck man~.jpg (136KB)


안녕하세요, 여러분~


여기 저만의 갤러리가 있다는 것이 뭔가 참 어색하면서도 송구스럽네요!!

제가 뭐 대단한 필력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고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말이죠.

그래서 제 이름이 걸린 갤러리를 어떤 글로 시작해야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가볍게 가기로 했습니다만, 제가 요약을 잘 못해서 내용은 길어질 것 같네요.


한 일주일 전 쯤이었는데, 그날따라 딱히 할 것도 없고 무척이나 심심한 밤이었습니다.

그래서 책상서랍 구석에 고이 모셔두었던 파스텔을 꺼내 들었죠.

1년 전에 파스텔로 그림이나 그려보자고 사놓고선,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 것이었어요.


분명히 이마트 문구코너에서 요 놈을 집을 때만해도

'와, 이 파스텔로 그린 멋진 그림들로 사람들을 놀래켜줘야지!'

라는 부푼 꿈을 안고 있었어요. 덩달아 화방에서 고급 스케치북까지 사버렸죠.


시작은 이리도 장대하였으나, 역시나 천성적인 게으름은 거스를 수 없었나 봅니다.

내일부터 시작하자고 미루기를 하루 이틀,

어느새 파스텔은 저에게 잊혀져 버리고 말았어요.

무려 48가지 색이나 표현할 수 있는, 꽤나 유능한 녀석이었는데.....


그동안 파스텔에게 소홀했던 것을 사과하며,

1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도록 멋진 그림을 그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마땅히 뭘 그려야 할 지 모르겠더군요....

저의 파스텔 첫 작품이니 뭔가 그럴듯한 걸 그려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그렇게 뭘 그리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제 눈 앞에서 연신 고개를 흔들어대는 오리 노호혼을 발견했어요.

에잇, 이러다 밤새겠네 그냥 저 놈이나 그려보자고 슥삭슥삭 열심히 작업을 시작했죠.


그제서야 저는 알 수 있었어요.


이거....재밌다.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


1년전에 부푼 기대를 안고 파스텔과 고급 스케치북을 사던 그 때,

다음으로 미루지 않고 아무 대상이나 잡고 일단 시작부터 하고 봤더라면...

그랬다면 이 재미를 더 일찍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지금쯤이면 더욱 재미나고 놀라운 그림들을 그릴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조금은 허황된 상상까지 들더군요.


살면서 이런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생각만으로 끝이 났던 경우,

또는 준비까지도 다 했는데 실행 전에서 흐지부지 되었던 경우 말이죠.

이 날 문득 파스텔에 손이 가지 않았다면,

제가 파스텔의 재미를 아는 기회는 영영 오지 않았을 지도 몰랐겠죠.


어떤 일이든, 일단 손만 대면 어떻게든 흘러가기 나름입니다.

가장 안타까운 경우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그 일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경우겠죠.

그래서 저는 항상 반성하고 다짐합니다.

저의 게으름으로 인생의 좋은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고 말입니다.


고작 48가지 색이나 표현할 수 있는 유능한 파스텔에서 너무 무게를 잡았던 것일까요?

하지만, 저에게는 나름 뜻 깊은 경험이자 반성의 시간이었습니다.

화가의 꿈은 없습니다.

단지 파스텔로 그림 그리는 것이 참 재미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제 삶을 재밌게 즐기기 위한 놀이로 삼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제서라도 이 재미를 알게 되어 참 좋았습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지만, 결국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렇게 간추려지네요.


지금 뭔가 주저하고 있나요? 일단 시작합시다! 그러면 재미를 얻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젊음을 신명나게 놀아재끼는 놀판 여러분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이 부족한 글을 마무리 짓고 싶네요.


여러분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어떤 놀이를 하고 계신가요?



duck man~.jpg


요게 되게 빈곤해보이는 그림이지만,

그래도 나름 저에게는 뜻깊은 첫 파스텔 작품이에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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