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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꿈 12012-01-30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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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넌 꿈이 뭐니?"

 어릴 적에 참 많이 들었던 질문 중 하나였어요. 이런 질문을 들을 때면, 주저없이 저의 꿈을 말할 수 있었죠. 과학자라구요. 참으로 흔한 꿈이었죠. 국민가수 김건모, 국민타자 이승엽, 국민여동생 아이유... 국민 장래희망이라면 과!학!자!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지리학자'가 저의 꿈이었죠. 교과서로 지급받은 사회과부도를 샅샅이 뒤지며 지도 보는 재미에 푹 빠졌기 때문이죠. 그렇게 지도를 열심히 탐구하다 밤하늘을 올려다 보니, 빼곡히 자리하고 있는 반짝반짝 작은 별들에 마음이 뺏기었습니다. 어느새 제 꿈은 '천문학자'가 되어 있더군요. 하지만 꿈에 대한 배신은 이제 갓 시작되었을 뿐이었습니다.


 지경사에서 나온 만화로 한국사를 설명한 5권짜리 책을 계기로 저는 역사에 흥미를 느끼게 되었어요. 따라서 저의 꿈은 '고고학자'가 되었지요. 그러다 TV 음악프로그램에 홀려 H.O.T., 젝스키스, Y2K, 조성모 등 기라성같은 가수들을 보며 가수를 꿈꾸게 되었어요. 중 3이 되어서는 단짝친구놈과 힙합에 심취하게 되었고, '래퍼'가 되어 대한민국 힙합계에 속사포같은 랩으로 융단폭격을 퍼부어 깜짝 놀래켜 주자 다짐했었죠.


 고등학교에 올라서는 공자, 맹자, 노자 등 유교의 군자들이 부러운 겁니다. 아, 저 수천년전 설파했던 지식들이 아직도 희자되며 우리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말이죠. '그래, 나도 나의 철학을 갈고 닦아 성인군자로 칭송받아야지! 이름은 뭘로 하지? 윤자? 희자? 아 뭐 멋있는 이름 없나...'

 이런 허무맹랑한 생각을 하며, 학문을 갈고 닦아 '대학자'가 되고자 한 적도 있어요.


 아, 저의 지난 꿈 이야기가 참 길죠? 아쉽게도 이제 거의 끝나갑니다. 대학을 진학하며 도시공학과를 선택했는데, 선택할 때만 해도 내 손으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도시계획가'라는 꿈에 가슴이 설레었죠. 하지만, 군 제대 후에는 출판사를 기웃거리며 출판업에 종사하는 꿈을 갖게 되었어요. '작가'도 좋고, '편집자'도 좋고, 이왕이면 기획부터 집필, 디자인, 편집까지 모두 해결할 수 있는 '출판 종합선물세트'가 되고 싶었죠.


 저의 지난 꿈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렇게 적으니 참으로 장황하군요. 어찌보면, 제 꿈에 대해 지조가 매우 없어 보이기도 하네요. 제가 얼마나 지조가 없는지, 저는 지금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어요. 현재 저의 꿈은 취업한 회사에서 맡은 직무의 전문가가 되고 싶은 것이에요. 그냥 전문가말고 제대로 잘하는 사람, 일인자까지도 꿈꾸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적은 글로 봐서는 제가 꼭 항상 꿈에 부풀어 사는 청년 같군요. 요즘 젊은이들 꿈이 없다고 방향성없는 그런 모습들로 비판받곤 하잖아요. 그런데 저는 항상 꿈을 꾸고 있으니 적어도 비판받을 정도로 한심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웃깁니다. 저는 지금 알았습니다. 제가 이렇게 꿈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을요. 평소에 제 스스로 '도대체 나는 무엇을 꿈으로 삼아 살고 싶은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자책하곤 했습니다. 마땅한 꿈 없이 사는 것 같아 스스로 한심했죠. 특히나, 대학교에서 사회로 나아갈 시기가 다가올 수록 현실적인 생각을 하게 되어 더욱 꿈을 꿀 수 없었어요. 갈'도시계획가'가 되면, 풍족하게 살 수 있을까? 출판업에 잘하는 사람들이 수두룩하던데 나같은 사람이 발은 내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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