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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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한 곡!2012-07-13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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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유머’랑 ‘음악’은 만국 공통어라고들 하잖아요.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화제로 꺼내기가 참 좋지요. 


몇 년 전에 딱히 약속을 한 건 아니었지만, 일주일에 한 번씩 지속적으로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노신사 한 분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정녕 ‘젠틀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분이셨고, 어떤 하나를 주제 삼아 대화하기를 진심으로 행복해하시는 분이셨지요. 함께 마주하고 있는 저는 저절로 즐거워졌고요. 그런데 한참 많이 부족한 저니까 대화를 나눴다고는 하긴 좀 어려울 것 같기도 하네요. 대개는 문화, 예술 분야에 대해 무지한 제게 여러 작품을 추천해가며 조곤조곤히 쉽게 설명해주셨지요. 


어느 날은 ‘음악’에 대해서였어요. 좋아하는 장르 이야기가 나왔는데, 어떤 하나를 콕 집어서 말하기가 참 난감하다고 하시더라고요. 허허~ 사람 좋게 웃으시면서 결국은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으셨습니다. 이미 저는 장르를 골라서 떡하니 말로 뱉었는데 말입니다. 잉~ 그럼 전 뭐가 되나요~! 하하. 농담농담입니다. 활기 넘치는 표정과 매우 진중한 태도로 음악에 대해 엄청난 찬사를 하셨고요. 이어서 만약 본인이 어떤 한정된, 한 장르를 좋아한다고 말하게 되는 순간, 마치 음악에 대해 선을 긋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버린 편협한 사람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하셨어요. 한 가수, 한 장르만 주구장창 좋아하게 된다면 죽을 때까지 다른 위대한 음악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조차 가지지 못할 게 아니냐며 그 사실이 너무나 안타깝다고 덧붙이셨죠. 


당시에 그 분의 말이 아주 가슴에 와 닿았어요. 그 영향으로 뒤에 저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접하려고 노력을 많이는 하고 있었지요. 그치만 이게 참 쉽지가 않네요. 격한 공감은 했습니다만, 전 사람마다 고유한, 개인의 취향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거든요. 아마도 취향이 여러 요인들로 인해 만들어졌다는 표현이 더 적합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제 귀가 어느 특정 장르들에 길들여져서 딱딱하게 굳어버렸는지, 그저 듣기에 좋고 익숙한 것들만 거듭 찾게 되더라고요. 


우리가 다른 것들보다 유난히 더 좋아하는 어떤 악절을 들으면서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들의 세계를 떠올려보는 것은 음악을 음미하는 한 방식이다. 문학적, 신화적 기억들, 특히 개인적인 기억들, 이 모든 것이 한데 뒤섞여서 마음이 아늑해지는 복합적이고 특별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이것은 우리의 정신의 허물벗기와도 같은 것이다. 하기야 이는 지극히 자의적인 해석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성향에 더 잘 어울리는 해석을 이끌어낼 수 있고 또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이리하여 개개의 해석은 그 사랑의 고유한 독창성을 드러낼 것이다. - <여름>, 알베르 까뮈, p65.




Yvan Attal의 영화 에서 두 컷을 가져왔습니다. 한 음반 가게에서 남편의 외도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는 Gabrielle(Charlotte Gainsbourg)과 낯선 남자, L'inconnu(Johnny Depp)가 Radiohead의 'Creep'이라는 곡을 함께 감상하며 서로가 미묘하게 교감하는 모습을 아주 섬세하게 잘 그린 명장면입니다. 이 장면, 아시는 분은 아실테죠. 


'음악적인 코드'라고 하면 좋을까요? 자그마한 바람이 있다면, 저와 음악 코드가 아주 비슷한 사람과 한 곡을 같이 들으면서 고개 끄덕이고 눈빛 교환도 뿅쁑뺭뼝하고파요~! 그 곡에 대한 감상도 서로 주고받고 싶고 말이죠. 저, 영화에 감정이입 너무 심하게 한 거 인정인정. 크큭. 그런데 말입니다, 좋아하는 음악적 취향과 완벽히 일치하는 사람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고 느끼곤 합니다. 뭐, 예전에 좋아하는 음악적인 코드가 상당히 닮은 어떤 사람을 만나보긴 했어요. 근데 다른 일로 크게 싸우는 바람에 더 깊은 얘길 못해봐서 아쉬움이 크네요. 하아~



Charlotte Gainsbourg | Heaven Can Wait

She's sliding, she's sliding down to the depth of the world
She's fighting, she's fighting the urge to make a... 

Heaven can wait
And hell's too far ago
Somewhere between
What you need and what you know
And they're trying to drive that escalator into the ground

She's hiding, she's hiding on a battleship of baggage and bones
There's thunder, there's lightening in an avalanche of faces you know

Heaven can wait
And hell's too far ago
Somewhere between
What you need and what you know
And they're trying to drive that escalator into the ground

You left your credentials in a greyhound station
With a first aid kit and a flashlight
Going to a... unknown

Heaven can wait
And hell's too far ago
Somewhere between
What you need and what you know
And they're trying to drive that escalator into the ground



좋아하는 배우이자 가수인 Charlotte Gainsbourg의 음악을 내리 반복해서 듣다가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라서 갤러리에 주저리주저리 장황하게 늘어놨습니다. 아아, 저의 개인적 음악 취향은 브릿 팝, 락 장르 듣기를 아주 좋아라하는 편입니다. 폭을 너무나 방대하게 잡았네요. 흫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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