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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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놀판이 참 좋아요.2014-08-27 23:37
카테고리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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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서정주 시인을 키운 건 팔 할이 바람이라더니 저를 키운 건 팔 할이 혼란인가 봐요. 오랜만에 제 갤러리에 글을 하나 쓰려고 하는데 머릿속이 혼란스럽기만 해서 글을 썼다 바꿨다 지웠다 또 썼다 또 지웠다가를 계속 반복하고 있어요. 마치 노력의 종착역이 결국엔 혼란인 것 마냥 벗어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혼란의 중심에 가까워지고 있어요. 것참, 제 글은 왜 항상 갈 길을 잃어버릴까요? , 여러 번 글을 뒤엎었지만 하고 싶은 말은 사실 이거 하나에요.전 놀판이 참 좋아요. 그래서 여러분도 놀판을 정말로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참 밑도 끝도 없지요? 허허…….


 저는 왜 놀판이 좋을까요? 저에게는 놀판이 제가 가진 혼란스러움을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에요. 놀판은 원래부터 그런 공간이니까요. 그래서 그럴 수 있다는, 그래도 된다는 믿음이 있어요. 사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는 모든 것을 드러내며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감출 것은 감추고, 드러낼 것은 드러내고, 꾸밀 것은 또 적당히 꾸밀 줄 알아야 해요. 그렇다고 딱히 내 실제의 모습이 이상하거나 부족한 것도 아닌데도, 날 것에 가까운 나의 모습이 아닌 사회가 요구하는 모습에 부응해 살아가야 하죠. 불편해요…….


 하다못해 어쩌다 인성검사를 할 때도 그래요. AB, 이렇게 흔히 반대되는 개념이라 하는 것을 나열해놓고 자신과 더 가까운 쪽을 선택하라고 하는데 이게 참 어려워요. 때에 따라서는 한 문항에서 A를 선택한 사람보다 A의 성향이 짙으면서도 B를 선택한 사람보다 B의 성향이 짙은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면 저는 집에 있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밖에 나가 노는 것도 좋아해요. 가만히 앉아 생각하거나 책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몸 쓰는 운동을 아주 좋아해요. 혼자 있을 때 편안함을 느끼지만, 함께 있을 때 즐거움을 느끼기도 해요.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오승렬 님은 저보다 중국어도 잘하고, 논어도 잘 아는데 농구도 잘하고, 게다가 여자도 잘 꾀어요. 이런, 제길!) 그래서 생각해보니 이건 혼자 있을 때는 다소 정적으로 함께 있을 때는 다소 동적으로 이런 식으로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지 어떤 것이 특별히 제 기본적인 성향이라 말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스스로는 제 자신이 다소 정적인 취향이 있지 않나 싶지만, 모르긴 몰라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저를 동적으로 여기지 않을까 싶고요. 그런데도 솔직한 자세로 인성검사에 임하면 제 검사는 신뢰도가 낮게 나와요. 특별한 성향을 가지지 않은 것으로 나오기도 하고, 어느 날은 내향적이고 다소 폐쇄적인 성격으로 어느 날은 외향적이고 패기 넘치는 성격으로 나오기도 해요.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저는 필요에 따라 제가 가진 성향 일부를 드러내는 인성검사를 하고 있어요.


 이건 비단 저만의 이야기는 아닐 거예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런 면도 있고 저럼 면도 있을 텐데 그것을 완전히 터놓고 대화하기가 참 어려워요. 놀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제가 가진 혼란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저를 실없는 녀석으로 취급하거나 마치 자신들이 가진 혼란을 들킨 것처럼 불편해해요. 다행히도 놀판에서는 이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요. 안타깝게도 누구하나 특별히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아니에요. (흑흑) 하지만 그렇다고 누구하나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하지도 않으니까요. 그래서 놀판에서는 그냥 저 자신일 수가 있어요.


 이유를 생각해보니 관계로부터 자유로운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아요. 제가 놀판에 올 때는 누군가의 아들, 누군가의 연인, 제자, 친구, 동료라는 이름으로 오지 않아요. 그저 놀판 회원 한 명, 김진영으로 이렇게 올 뿐이죠. 그래서 사람 관계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의무나 책임감으로부터 아무래도 자유로워요. 누군가에게 충족시켜줄 기대가 없으니 제멋대로 제가 가진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낼 여유가 생기고요. 평소 잘 생각할 일이 없는 저의 마이너한 성향에도 관심을 가져볼 수도 있고요. 온갖 종류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로우니 제 자신의 깊은 곳에 충실할 수 있고, 이는 오히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있게 하고 성장시켜줘요.


 지금 이렇게 놀판을 좋아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사실 그동안 놀판에 소홀했어요.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기 위한 과도기를 핑계 삼았지만 부끄러운 마음이야 어쩔 수가 없지요. 이제부터 다시 놀판에 충실하려고 해요. 아직 완전히 과도기를 완전히 마친 상황은 아니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렇게라도 인사드리고 싶어 글을 남겨요. (언제나 설레발은 노노) 앞으로 더 잘 할게요. 그러니 여러분도 놀판을 부디 좋아해주세요.


 술 한 잔 먹고 와서 용기내어 글을 다시 올려봅니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김진영이었습니다! msn031.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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