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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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불비불명 [不飛不鳴] - 날지도 울지도 않는다.2011-09-18 04:45
카테고리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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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해놓은 건 없는데 해야 할 일은 많고, 하고 싶은 일은 참 많은데 이젠 늦어서 할 수도 없을 것 같고, 낭비한 그 동안의 시간을 후회하며 ‘이제부터는 그러지 말아야지.’하면서도 또 똑같이 그러고 있고, 잘못 살아온 것 같다는 생각에 허탈하고, 그렇게 인생의 짐에 짓눌려 수렁에서 허우적거리고 계시지는 않나요? 나는 왜 도대체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을까? 나는 왜 그렇게 할 수가 없으며 나는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일까요?

 

 지금은 저는 아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한 때는 꿈도 없고, 희망도 없고, 목표도 없고, 의욕도 없고, 의지도 없고, 기운도 없고, 자신감도 없고, 자존심도 없는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없으면서 아무것도 하기 싫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그저 징징대기만 했죠. 이런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때는 정말 세상이 눈부시게 새카맣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마어마했죠. 그 어떤 노력도 스스로에게 부딪혀 상해서 돌아오는 것 같았습니다. 원망도 책망도 부질없이 벗어날 용기도 의지도 잃고 말았죠. 

 

 고민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땐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를 꺼내놓으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집니다.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다고?’라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거죠. 우리의 고민을 더욱 힘들게 만드는 것은, 고민을 마주하기를 피하거나 평생 고민해야 하는 문제의 답을 한 번에 찾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아, 이러면 정말 삶이 고달픕니다. 앞으로 하나씩 천천히 해결해나가기로 해요.

 

 

◇ 삼년불비우불명 [三年不飛又不鳴], 간단히 불비불명 [不飛不鳴]

 

 한자의 뜻을 그대로 옮기면 ‘삼년간 날지도 않고 또 울지도 않는다.’라는 뜻입니다. 큰 뜻을 펼칠 날을 기다린다는 뜻으로 쓰이는 말인데요. 중국고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조금 들려드리자면 춘추시대 초나라에 장왕이란 왕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장왕은 신하들을 모아 놓고 간언을 하는 자는 사형에 처하겠다고 하고는 국정을 돌보지 않은 채 주색으로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를 보다 못한 오거라는 충신이 장왕에게 수수께끼로 간접적인 간언을 하게 됩니다. “언덕 위에 큰 새가 한 마리 있는데, 3년 동안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습니다. 이 새는 무슨 새이겠습니까?”라고요. 장왕은 “3년이나 날지 않았지만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를 것이고, 또 3년이나 울지 않았지만 한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다.”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대답과는 달리 장왕의 행동에는 변함이 없었는데요. 이에 소종이라는 충신이 죽음을 각오하고 장왕에게 장왕의 잘못을 직언을 합니다. 장왕은 소종의 직언을 들은 그 날로부터 주색을 멀리하고 국정을 돌보기 시작합니다. 사실 3년 동안 장왕이 주색을 가까이했던 건 충신과 간신을 선별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행한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장왕은 간신을 몰아내고 충신들을 중용하여 어지러웠던 나라를 다시 바로잡고, 숨겨 왔던 지혜를 유감없이 발휘하여 백성들의 칭송을 받는 왕이 되었다고 합니다. 불비불명이란 고사성어는 여기서 이렇게 유래하였습니다.

 

 우리의 지금 이 시기를 불비불명의 시기라고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는 여태껏 날지도 않고 울지도 않았으니, 이제 한번 날면 하늘에 오를 것이고, 한번 울면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겁니다. 우리는 스스로에게 좀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어요. 그렇다고 불비불명이랍시고 현실에 안주해버리는 여유를 갖는다면 절대로 안 됩니다. 저처럼 부모님이 “공부안하니?”라고 물으시면 “불비불명입니다.”라고 대답하면 절대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게 무엇이든지 행동이 따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아시죠? 우리가 여태껏 표류해왔던 것처럼, 어쩌면 앞으로도 계속 표류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뭐 어떻습니까. 노로 방향을 살피고 나침반으로 저어가도 우리의 배는 여기에 떠 있습니다.

 

 김진영이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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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비불명 [不飛不鳴]

더 크고, 더 넓고, 더 멋진 세상을 위해 설레는 마음으로 갖는 잠시 동안의 준비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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