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오늘을 기다렸습니다. 전 비를 좋아하거든요. 비만 오면 세상 모든 것들이 아름다워 보일 정도로 중증이에요. 온몸 구석구석 숨어있던 엔돌핀들이 빗소리에 스멀스멀 기어나오는가 봐요. 그래서 오늘, 비 내리는 날의 이상한 기운을 빌려 이렇게 놀판에 처음 글을 써봅니다. 몇번 시도한 적이 있기는 했지만 글 재주가 있는 편이 아니라 항상 망설이다 포기했거든요. 사실 지금도 조금 쑥스럽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비가 오니까요.
새해를 맞이하고 벌써 두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네요. 이젠 '새해'라는 말이 적절치 않은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오늘이 새해 같습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러시지 않을까 생각해요. 학생이신 분들은 새학기가 시작되었고, 취업준비생이신 분들은 상반기 공채가 시작되었고, 직장인이신 분들은...... 불타는 금요일인가요?ㅋㅋ 뭐 아무튼, 많은 분들이 오늘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시작을 하셨으리라 생각해 봅니다. 저같은 경우는 취업준비생인데, 어제까지 잠잠하던 독취사 게시판에 오늘 갑자기 두 페이지가 넘는 채용 공고가 올라와 조금 놀랐더랬죠. 아마 비가 오지 않았으면 괜시리 답답한 마음에 조금 우울해졌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인지 오늘따라 비가 더욱 반갑고 고마워요.
두보의 시 春夜喜雨(춘야희우)의 한구절이 떠오릅니다.

好雨知時節(호우지시절) 좋은 비는 그 때를 알고 내리니 當春乃發生(당춘내발생) 봄이 되어 내리네
오늘 내리는 비가 좋은 비이기를요. 각자의 인생에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그런 비이기를 바랍니다. 날씨도 따뜻해졌잖아요:) 어제 보니 산에는 벌써 나비가 날아다니더라구요. 제 인생에도 나비 한마리 날아들겠죠? 올 여름 기나긴 장마를 '비 축제'로 만끽할수 있으려면 꼭 그래야 할텐데 말이에요. 비처럼 눈물을 쏟으며 하반기 공채를 준비하는 끔찍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거에요. 오늘 이렇게 때를 아는 비가 내리니까요. 암요, 그렇고 말고요. 취업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 마음 다해 응원합니다!
마무리가 어째 좀 이상하게 흘렀네요. 취준생의 비애라고 생각하시고 너그러이 받아 주시기를요. 그럼 언젠가 비 오는 날에 다시 또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