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가 나서 지원서를 작성하는데 뭐 이렇게 입력할 게 많은지요. 게다가 모든 데이터가 제 머릿속에 입력되어 있는 것도 아니니 이 서류 저 서류 뒤져보기까지 해야 해서 시간이 더 오래 걸려요. 그래서 기본 정보만 실컷 입력하다가 정작 자기소개서를 쓸 차례가 되면 체력도 정신력도 이미 바닥입니다.
뒷목은 땡겨오고 허리도 뻑적지근한 것이 슬슬 짜증이 나려던 찰나, 자기소개서에 취미와 특기를 쓰는 란을 발견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소서에서 가장 어렵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취미와 특기가 없는 건 아니에요. 독서나 영화감상, 드라마 시청과 같은 흔하디 흔한 취미도 있고, 오래 걷기나 말하기 같은 증명할 길 없는 특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걸 자소서에 쓸 수는 없잖아요. 암벽등반이나 일러스트 같은 어마어마한 취미, 특기를 써내는 사람들도 있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인생 뭐 있냐는 식의 혼잣말과 함께 그냥 창을 닫아버렸습니다.
"에라이, 내 특기는 오늘 할 일 내일로 미루기다!"
그리고 전 지금 이렇게 놀판에 와서 놀고 있습니다. 이래 놓고 또 마감 직전이 되어서야 반쯤 정신 나간 상태로 폭풍 타자질을 하고 있겠지요. 저는 그런 인간이랍니다. 와, 쓰고 보니 이 글이야말로 진짜 제 자기소개서 같네요. 이렇게 자기 분수를 아는, 진솔한 사람을 찾는 기업 어디 없을까요? 혹시 아시면 소개 좀 시켜주세요.
으- 하루종일 책상에 앉아 있었더니 온몸이 다 아프네요. 비가 오지 않았다면 상상도 못했을 일이었을 텐데, 그래도 비 때문에 버텼어요. 이제 몸을 좀 쓰고 와야겠어요. 땀 좀 내면서 에너지를 발산하다 보면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니까요. 자기 취미랑 특기를 적는데 '아이디어'씩이나 필요하다니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지만, 현실은 현실이니까 그냥 받아들이렵니다.
아, 항상 마무리가 어려워요. 다음에 또 뵈어요! 씨유! 짜이찌엔! (이 정도면 글로벌 인재 아닌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