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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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11112 김점늠 Artist 님.2011-11-2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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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김점늠 선생님.jpg (25KB)김점늠그림1.JPG (30KB)화실.JPG (99.3KB)세여인039.JPG (30.6KB)0707_077.JPG (23.9KB)untitled.JPG (21.3KB)k_140.JPG (123.1KB)

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기술가가 아닌 예술가를 꿈꾸는 진정한 예술가 김점늠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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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rtist 김점늠 -

 

한국미술문화대상, 여성미술대전, 경인미술대전의 수상경력.

PESCARELLA전(이탈리아), 한일누드크로키 교류전(일본 오사카), 전국 크로키전(단원전시관), 홍익대미술교육원전,

느낌전 등 다수의 전시회를 열었으며 현재 한국전업미술가협회 회원과 필드로잉 회장을 맡아 활동 중.

 

 

 

 

 

 김점늠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된 것은 『2011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를 통해서였습니다. 저는 부평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전시에 도슨트로 참여하여 전시에 오는 사람들에게 작품에 대한 설명을 해주고 또 혹시나 있을지도 모르는 작품훼손을 예방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김점늠 선생님께서는 부평아트센터에서 진행되는 전시와 여러 가지 것들을 총 관리하시는 역할을 맡고 계셨죠. 그렇게 『2011인천여성미술비엔날레』에 참여하면서 선생님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처음 선생님을 뵈었을 때는 선생님께서 작품을 하시는 분인 줄 몰랐습니다. 작품을 하시는 분들은 보통 표가 나잖아요? ‘나는 화가다.’, ‘나는 미술계의 원로니라.’하는 식으로요. 하하. 제게는 평소 TV를 통해 익히 봐왔던 예술가들의 괴팍한 모습이라든가, 어느 작품전을 보러갔다 기자에게 크게 호통을 치던 여류화가의 이미지가 머릿속에 고정관념으로 박혀있었는데요. 선생님께는 전혀 그런 모습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첫 만남이라 오히려 긴장하고 있는 제게 인자한 미소를 지으시며 말씀을 건네셨지요. “미술 좋아하세요?”라고요. 하하. 나중에 선생님이 작품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알고 받은 충격이란!

 

 

 행사 주최 측의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전시 관람객의 숫자가 많지 않았습니다. 이점이 오히려 저에게는 다행이었는데요. 사람들이 오지 않는 시간동안 선생님께 이것저것 여쭤보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 작품, 한 작품, 작품마다 어떻게 감상할 것인지에 대해 그리고 저의 평소 미술에 관해 궁금했던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굉장히 보편적인 시선으로 설명해주셨다는 겁니다. 저같이 예술분야에 문외한인 사람도 ‘아아, 그렇구나.’하고 이해할 수 있게요. 사실 우리 같은 일반사람들이 예술을 멀리하는 이유는 예술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지 않겠어요? 선생님께 설명을 들으니 예술이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예술에 대한 놀판인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그리고 선생님의 자연스런 아우라를 보고 본받기 위해 놀판의 만남에 모시게 되었습니다.

 

 

 

 

김점늠그림1.JPG

 

 

 

 

 그렇게 11월 12일 토요일 오후 5시 송내역! 그날 바람이 참 솔찬히도 불더군요. 한참 분위기를 타고 있었는데 선생님께서 오셨고, 저와 현민 양은 선생님을 따라 선생님의 화실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화실 구경을 하게 되었지요. 놀판을 하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면 제가 언제 기회가 있어 화실 구경을 할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께서는 누추해서 실망스럽겠다고 하셨지만 제게는 굉장히 색다르고 흥분되는 경험이었습니다. 새로운 세계로 온 느낌이었다고나할까요? 화실에 앉아 향은 독특했지만 맛은 괜찮았던 차를 마시면서 선생님의 작품을 하나하나 감상하고 또 질문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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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과 현민 양의 다정한 모습  -

 

 

 

 

- 죽음의 문턱에서 만난 희망.

 

 

 

 선생님께서는 원래부터 미술을 하시는 분이 아니셨답니다. 미술을 처음 시작하신 계기가 정말 운명적이고도 낭만적입니다. 젊은 날 선생님께서는 건강이 극도로 나빠지셨고, 죽음의 문턱까지 넘나드는 상황에까지 이르셨답니다. 그 때 선생님 남편 분께서 선생님께 옛날에 무엇을 좋아했는지를 물으셨고, 선생님께서는 지금껏 무엇을 하면서 가장 좋고 즐거웠는지를 생각해보셨는데 그게 학창 시절의 미술 시간이었더랍니다. 그 시간만큼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겁게 보내셨다고요. 그래서 미술 시간이 가장 좋았다고 대답하셨고 선생님 남편 분께서는 문화센터에서 유화 수강증을 끊어다가 선생님께 주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그림은 선생님께 건강과 희망을 되찾게 해주었고, 선생님께서는 그림이 아니었다면 지금 살아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지금 미술을 하면서 정말 행복하다고 하시고요.

 

 

 

 

- 크로키와의 운명적 만남.

 

 

 

 지난 번 이제우 교수님과의 만남 글에서 제가 썼던 내용을 기억하시나요? 이제우 교수님의 말씀을 듣는 동안은 무릎을 꿇고 있어도 다리가 아픈지를 몰랐다고 했었는데요. 선생님께서는 크로키와의 만남의 순간에 그런 경험을 하셨답니다. 선생님은 우연한 계기로 크로키반을 수강하게 되셨는데요, 다리에 힘이 풀려서 무릎을 꿇고 있는 것조차 알지 못한 채 크로키에 푹 빠져계셨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계속 크로키로 작품을 하고 계시고요. 혹시 잘 모르시는 분을 위해 제가 부연설명을 하자면 크로키란 형상의 특성을 캐치하여 빠른 시간 안에 표현을 해내는 화법입니다. 일반적으로는 세세한 부분까지는 표현하지 않고 단순화되고 요약된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선생님께서는 연필, 먹, 콩테, 사인펜 등 소재에 따라 다른 느낌으로 여러 가지 매력을 연출할 수 있는 것이 크로키의 매력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현재 선생님께서는 유화와 누드크로키를 한데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계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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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가장 아름답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선생님께서는 지금 유화와 누드크로키를 한데 접목시키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제가 얼마 전에 어느 남성화가분을 만난 적이 있었는데 그분께서는 누드에 대해 굉장히 탐탁지 않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말씀을 드리며 사회적으로 불편한 시선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굳이 누드라는 장르를 선택해서 하시는지에 대해 여쭤봤더니 선생님께서는 누드에 대한 사회의 인식과 교육 때문에 누드가 터부시되는 것을 매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사람이 가장 아름다워요.”라고 말씀하시더군요. 음, 정답! 하하. 이것 참,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선생님의 순수한 시선에 저의 지나치게 세속적인 시선을 들이댄 것 같아 부끄러워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모델이 옷을 벗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방향으로 느껴지는 일이 전혀 없다고 하십니다. 그저 한 사람의 아름다움으로 보이고, 그 아름다움이 생명가진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다고 말씀하시더군요.

 

 

 

 

- 기술이 아닌 예술, 그리고 소통.

 

 

 

 “당신은 기술이 아닌 예술을 했으면 좋겠어.” 선생님 남편 분께서 선생님께 하신 말씀이랍니다. 허허, 저도 나중에 이렇게 멋진 남편이 될 수 있을까요? 선생님께서는 선생님 남편 분의 말씀을 생각하며 항상 기술가가 아닌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고 노력한다고 하십니다. 현민 양이 혹시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한 작품을 하실 계획이 있는지를 선생님께 물었는데요. 대답하기에 굉장히 곤란하겠다는 제 예상과는 다르게 선생님께서는 환하게 웃으시며 정말 그러고 싶다고 대답하시더라고요. 너무 순수하셔서 솔직할 수밖에 없는 그런 대답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게는 가장 인상적인 말씀이었지요. 이 말씀을 듣는 순간 예전에 선생님과 나눴던 이야기가 생각이 났는데요. 선생님께서는 소통하지 않으려는 작가의 태도는 잘못된 것이며, 작가는 작품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가령 의미 없이 기교로만 치장된 작품이나 표현방식의 독특함만을 좇는 작품은 그저 공산품에 불과할 뿐이라고요. 현민 양의 질문에 대한 선생님의 대답은 곧 다른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는 그런 예술을 하고 싶다는 말씀이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선생님께서는 그림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지, 그리고 선생님만의 독창성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늘 고민하신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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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의 꿈.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꿈이 무엇이냐는 현민 양의 질문에 고흐와 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예술가가 되는 꿈을 계속 가져왔고, 지금은 국내에서 김점늠이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사람들이 ‘아,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고 알 수 있는 정도의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더불어 저희에게도 꿈을 크게, 높게 가지라고 말씀하셨는데요. 큰 목표에까지는 미치지 못할지라도 큰 목표를 가지면 그보다 아래의 목표에는 미칠 수 있을 거라고요. 선생님께서는 이 격언을 들려주셨는데요, 선생님께서도 이 격언을 늘 생각하신답니다.

 

“Shoot for the moon. Even if you miss, you'll land among the stars.” - Les Brown

달을 향해 쏘아라. 설령 빗나가더라도 별을 맞힐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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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선생님의 화실에서 저와 현민 양이 굉장히 많은 질문을 했습니다. 가령 ‘참 쉽죠?’의 밥아저씨에 대해서 라든지 기술과 예술의 경계, 현대미술 바라보기, 미술과 시장, 주류작가와 비주류작가, 작가로 살아가기 등 참 많네요. 그 질문에 대한 대답과 내용을 다 옮길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며칠을 고민을 해도 어떤 방식으로 옮겨야할지 참 어렵네요. 선생님께서는 정말 알아듣기 쉽게 보편적인 시선으로 설명해주셨는데 제가 옮기지를 못하겠습니다. 쉽게 쓰면 선생님께 무례한 글쓰기가 될 것 같고 잘 쓰자니 제 그릇의 한계에 다다릅니다. 제 그릇의 한계에 봉착합니다. 제가 좀 더 소양이 있었다면 만나주신 선생님께도, 글 작성을 도와준 현민 양에게도, 글을 읽어주실 여러분께도 좋은 글을 보여드릴 수 있을 텐데 이 점 정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내용을 아신다면 분명 미술에 훨씬 쉽게 다가갈 수 있으실 텐데 어쩔 수 없이 이건 참가한 사람들만의 비밀로 간직하겠습니다. 빠지는 내용이 너무 많아 스스로도 자책감이 크게 드네요. 엉엉.

  

 

 화실에서 나와 선생님께서는 칼국수를 사주셨습니다. 사실 그날 저는 몸도 마음도 기운이 없는 상태였는데요, 그래서 그런 건지 따뜻한 칼국수가 정말 맛있더군요. 선생님과 화실 그리고 칼국수. 지금 그날의 느낌을 생각해보면 추운 날 누가 다가와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무튼 저녁을 먹고 선생님과 헤어져 집에 가는 길에 현민 양은 김점늠 선생님과 이제우 교수님이 분위기가 꼭 같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이제우 교수님도 교수님 일에 관해 말씀하실 때 정말 바라만 봐도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지으시는데요. 김점늠 선생님께서도 미술에 관해 말씀하실 때에는 정말 행복한 얼굴로 기분 좋아지는 웃음을 지으시거든요. 두 분 모두 자신 있게 지금 행복하다고 말씀하실 수 있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개인적인 소견을 말씀드리자면 저는 미술작품이 왜 아름다운지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로 아름다운 건 작품이 아니라 작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합니다. 진정한 예술가라면 자신의 작품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을 것이고, 우리는 그 작품을 통해 그 작가를 보게 되고 그래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아름다운 것은 사람이니까요. 그리고 감히 선생님을 평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뵌 선생님은 정말 아름다우셨습니다.

 

 

 헤어지기 바로 직전 선생님께서 저희에게 해주신 말씀을 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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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어른들이 내 나이, 이십대 즈음에 ‘너희 때가 가장 좋을 때야.’라고 말하면 무슨 말인지 잘 몰랐어요.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니 이제야 그 말의 뜻을 잘 알 것 같아요. 저도 여러분에게 똑같이 그 말을 해주고 싶네요. 지금이 가장 좋을 때라고요. 뭐든지 많이 경험해보면서 열심히 살길 바라요.”

 

 이상으로 놀판의 만남 세 번째 김점늠 선생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진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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