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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111130 유정길 사회활동가 님.2011-12-05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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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놀판의 만남 네 번째, ‘생명과 평화의 세상’ 유정길 선생님을 소개합니다.

 

 

 

 

유정길 선생님.jpg

 

- 사회활동가 유정길 -

 

에코붓다 공동대표 및 평화재단 기획위원. 불교수행과 사회운동을 함께 해온 불교계 대표적인 사회활동가.

‘음식물쓰레기 제로-빈그릇운동’을 비롯해 환경·생태운동, 제3세계 구호개발활동,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조계종 환경위원, 한국 JTS 정책위원, 용기순환협회 이사, 지혜학교 이사, 녹색서울시민위원회 의제분과 위원.

정토회 창립(1988년) 멤버로서 정토회 활동의 산증인이자, 시민운동의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프로필만 봐도 어마어마하지 않나요? 지난번 공지 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유정길 선생님에 대해 미리 알고 연락을 드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군 복무 시절에 ‘쿵푸팬더’라는 영화를 봤었고, 그 영화의 리뷰를 찾아 읽던 중에 유정길 선생님께서 작성하신 ‘쿵푸팬더를 통한 철학적 깨달음’이란 글을 보게 되었었죠. 그 글에서 본 문구가 가슴에 남아 잊히지가 않았어요. 그렇게 가슴에 새겨진 이 문구는 제 삶에 큰 영향을 주고 있고, 이 글을 작성하신 분을 꼭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 이메일을 보냈고, 선생님께서 흔쾌히 허락해주시면서 드디어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저의 행동은 꽤나 도발적이었네요. 허허.

 

 

 

 11월의 마지막 날 오후 2시, 비가 오고 바람이 제법 불던 쌀쌀한 날이었습니다. 저는 승렬이와 함께 평화재단 사무실로 선생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저희를 환한 웃음으로 맞아주시는 선생님을 뵙자, 그제야 제가 얼마나 대책 없는 짓을 했는지 실감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단지 글만 보고 선생님을 뵙고 싶어 찾아간 것이지만, 평화재단이나 선생님의 그동안의 삶이라든지를 생각해보면 준비를 너무 소홀히 해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말을 꺼내야할지 말문이 막혀왔습니다. 그래서 그때의 심정을 그냥 솔직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죄송스럽고 부끄럽고, 어떤 질문을 해도 멍청해 보일 것 같아 걱정이 된다고요. 선생님께서는 기분 좋은 웃음을 지으시며 선생님의 글 ‘쿵푸팬더를 통한 철학적 깨달음’에도 썼듯이 좋은 질문, 나쁜 질문이란 것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걱정 말고 편하게 말씀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우물쭈물하며 혹시 저희 때문에 기분 상하시지는 않을지 걱정된다고 하자, 선생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어디 기분 상하게 해봐요. 하하.” 후덜덜..하하하.

 

 

 

 그 이후로 저는 제 무지의 끝을 드러내며 선생님께 무식한 질문들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기회가 아니면 제 무식함이 언제까지라도 무식함으로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덕분에 저는 선생님과의 만남을 통해 많은 생각거리를 얻고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대신 여러분들께는 선생님에 대한 단편적인 이야기를 들려드릴 수밖에 없네요. 이점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선생님에 대해 더 궁금하신 분들은 검색창에 선생님 성함만 입력해도 많은 것들이 나오니 찾아보시길 바라고요, 이번에는 제가 선생님께 드렸던 많은 질문 중에 몇 가지를 추려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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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왜 통일을 해야 하나요?

 

- A. 지금의 역사관이 아닌 백년 뒤의 역사관을 생각해봅시다.

 

 

 질문을 너무 막 던진 것 같나요? 헤헤. 선생님께서 어떤 질문이라도 괜찮다고 말씀하시기에 제가 처음으로 드린 질문입니다. 평화재단이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목표로 활동한다고 하시기에 여쭤보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은 왜 통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부끄럽지만 저는 통일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현 정부와의 마찰은 차치하더라도 연평도 사건을 생각하면 차라리 북한과 아예 다른 국가가 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본 정도입니다. 아예 다른 나라가 된다면 분쟁도 줄어들 것이고, 통일비용 같은 것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될 테니 좋지 않을까 생각했죠. 저에게는 우리는 한민족이니까 당연히 통일해야한다는 당위성 같은 것은 와 닿지가 않아서요.

 

 

“고향이 어디에요?”

 

“서울이요.”, “저도 서울이요.”

 

“서울은 원래 어느 나라 땅이었죠? 백제의 땅이었나요? 고구려? 신라?”

 

 

 순간 저는 목옆으로 소름이 돋더군요. 선생님께서는 지금 서울은 백제의 땅이기도 했고, 고구려의 땅이기도 했고, 신라의 땅이기도 했지만 지금 우리가 우리나라의 땅이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지금의 역사관이 아닌 백년 뒤의 역사관으로 본다면 남북관계가 다르게 보일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다른 문제들은 차치하더라도 경제적으로는 분단국가의 현실이 우리나라를 섬나라로 만들어서 대륙과의 교류기회를 차단하고 있고, 문화적으로는 국가보안법 및 금지된 자료 등으로 우리의 사상을 넓힐 수 있는 기회가 차단되고 있기 때문에 통일이 굉장히 현실적인 문제라고 하셨습니다. 통일이 되면 우리 개인이 좀 더 나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요. 음, 해야 합니다, 통일. 더불어 선생님께서는 진보와 보수에 관해서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진보와 보수는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는 범주인데 자신의 사상과 다르다고 어느 한 사람이 소신을 가지고 한 행동을 보고 극좌파로, 극보수파로 모는 사회현실은 잘못되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 Q.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 A. 현실을 이겨내세요.

 

 

 승렬이의 질문입니다. 승렬이가 ‘2011년, 우리가 꿈꾸는 세상은?’이라는 주제로 진행된 지식채널e 시청자UCC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인 ‘요즘을 묻는 당신에게’를 봤는데요, 내용은 요요로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계속 요요를 하는 청년들의 고민에 관한 내용입니다. 승렬이도 이 동영상을 보면서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언제까지일지 현실적인 고민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주변에서 하는 비판적인 말이 신경 쓰인다는 것은 즉 다른 사람들이 비판하는 말에 자신도 동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며, 이것은 자기 마음속에 확신이 없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정말 확신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더라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고요. 그리고 혹시 부모님께서 비판한다고 해서 부모님의 말씀을 그대로 따른다면 부모님께는 좋은 사람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부모님을 넘을 수는 없으므로 부모님 이상의 사람이 될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좋아하는 일이 생긴다면 다른 사람들의 말에 신경 쓰지 말고 확신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가라고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비판을 이겨내야 한다고요.

 

 

 제가 선생님께 선생님의 말씀을 따라 이겨내자 해놓고는 또 현실이란 벽에 부딪힐 것 같다고 말씀드리자,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용기를 잘 실천한 일이라고 격려해주셨습니다. 더불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좋은 점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점에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경우에는 선생님께서 하시는 일은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을 많이 만날 수밖에 없는 일이고, 또 좋은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런 일을 하시는 게 더욱 즐겁고 행복해지신다고요.

 

 

 

- Q. 착하니까 매번 지는 것 아닌가요?

 

- A. 착하니까 매번 이기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착하게 살면 보답 받는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글쎄요. 착한 사람의 딜레마에 대해서 여쭤봤습니다. 이번 FTA문제라든지 나쁜 사람들은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가며 사회 기득권으로 자리 잡고는 착하게 사는 사람들을 이용해먹고 있는데, 착한 사람들이 이렇게 무방비로 당해야만 하는 것인지요.

 

 

 선생님께서는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싸우면 착한 사람이 질 수밖에 없다며 그 이유가 착한 사람은 싸울 때도 착한 방법만을 쓰고 나쁜 사람들은 온갖 방법을 다 쓰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당장은 싸움에서 지더라도 결국 내 뜻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고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생긴다면 그 싸움은 결코 진 싸움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현실에서 착한 사람이 계속 지는 이유가 일제 강점기의 잔재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때의 나쁜 사람들이 아직도 사회의 기득권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착한 사람들이 힘들 수밖에 없다고요. 그러고 이야기를 더 들려주시려는 찰나, 저희가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에서 다른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서 자리에서 일어나게 되었습니다. 한 시간 반이 순식간에 지났더라고요.

 

 

 

 

봉사.jpg

 

 

 

 

 아쉬웠습니다. 선생님과의 대화를 통해서 많은 깨달음을 얻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확실히 인생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간 분은 달라도 다르더군요. 정말 큰 바다를 대하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저희의 문답은 우문현답의 연속이었지요. 어떤 질문을 드려도 그 이상의 대답으로 돌아왔습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처음에 찾아 뵌 이유였던 ‘쿵푸팬더를 통한 철학적 깨달음’이란 글은 선생님께서 한 번에 작성하신 글이라네요. 허허. 몸이 안 좋아지셔서 쉬고 계실 때였는데 우연히 영화관 앞을 지나가시다가 그 영화를 보게 되셨고, 댁에 돌아가셔서 한 번에 작성하셨고 이후에 한 번 수정하셨답니다. 저희는 그 말씀을 들음과 동시에 “말도 안돼!”를 외쳤죠. 저희라면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도 쓸 수 없는 글이니까요. 그러고는 글쓰기에 관해서 여러 가지 조언을 얻었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안고 집으로 돌아가야 하나 생각하고 있는 찰나, 선생님께서는 이렇게 찾아온 기념으로 선물을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사람을 안다는 것은 하나의 문이 열린 것이고 그 안에는 새로운 문이 또 여러 개 있는데, 오늘 선생님을 알았으니 선생님을 통해서 새로운 문을 열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그러고는 많은 분들을 소개해주셨지요. 좀 전에 말씀해주신 선생님의 좋은 분들을요.

 

 

 

 우와, 이날 정말 많은 분들을 소개받아 수없이 인사를 하면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사실 전 선생님을 만나 뵌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신이 없었는데요. 아무런 준비도 없는 상태로 그렇게나 많은 분들을 또 만나 뵙다니요. 우선 평화재단 평화교육원의 교육국장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놀판이 무슨 모임인지 어떤 활동하는지를 물으셨고 저는 “아, 그게.. 아, 그러니까.. 아...”라고 대답했지요. 흑흑. 교육국장님이 무표정한 얼굴로 계시다가 당황한 저희에게 잠깐의 미소를 지어주실 때는 카리스마가 우왕. 그리고는 법륜스님을 뵈었습니다. 바로 앞에서 꽤 장시간을 뵈었음에도 경황이 없어 몰라 뵀습니다. 흑흑. 그냥 서 계시기만 하는데도 계속 인사를 하게끔 만드는 아우라를 가지고 계셨지요. 이것이 수행의 힘일까요? 이어서 청춘콘서트를 담당하시는 분을 뵈었습니다. 많이 바쁘신 관계로 간단히 이야기를 주고받고는 관련 팸플릿을 듬뿍 받고 건물을 옮겨 한국JTS의 팀장님을 만나 뵈었습니다. 저희에게 국제무대로 나가는 놀판이 되라 하시며 해외봉사활동을 권하셨습니다. 으하하, 굉장히 재밌으신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청춘콘서트를 기획하는 저희 또래의 학생 분들을 만나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아, 말씀을 기막히게 하시더군요.

 

 

 

 모든 분들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게 밝은 표정으로 모든 분들이 계시다니요. JTS건물에는 저희 또래로 보이는 학생들도 많이 계셨는데, 모두 자원봉사를 하는 분들이랍니다. 그 분들도 굉장히 즐거운 표정을 하고 계셨어요. 저희가 어수룩한 표정으로 둘러보는데 모두 눈을 마주해주시며 웃어주시더라고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니까 그렇게 즐거운 웃음들을 지으실 수 있는 거겠죠?

 

 

 

 그렇게 돌면서 인사를 마치고 나왔습니다. 선생님과 악수를 하고 헤어지는데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경황이 없어 선생님께 제대로 인사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요. 한동안 흥분이 가시지를 않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더군요. 민망함에 승렬이와 저는 마주보고 계속 소리만 질렀습니다. 생각해보니까 그분들께는 저희의 어리바리한 모습이 꽤나 우스웠을 겁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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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정길 선생님과의 만남이후 아직까지도 여러 가지 생각들이 계속 저를 복잡하게 합니다. 선생님께서는 저희를 굉장히 좋게 봐주시고 또 좋은 말씀으로 포장하여 여러 사람들을 소개해주셨는데 저희가 그 기대치에 잘 부응할 수 있을까요? 그래야 할 텐데요. 또 저희 또래의 학생 분들을 만나 뵈면서 놀판의 성격과 취지를 좀 더 분명히 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놀판이 넋두리판이나 자기자랑판이 될지도 모르니까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계속 정진해야겠다는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그래서 머릿속이 복잡하다 못해 터져버릴 것 같지만 이 고민이 저를 깨어있게 해주겠죠? 헤어질 때 선생님께서는 저와 승렬이에게 두 사람이 구심점이 되어서 놀판을 잘 꾸려보라고 하셨는데요. 해봅시다, 승렬군! 으핫?

 

 

 

 어쩌다보니 선생님 관련해서는 이야기는 많지 않고 제 이야기를 좀 많이 늘어놓은 것 같네요. 이날 많은 분들께 소개받은 좋은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안내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선생님의 글에서 큰 영향을 받아 계속 마음에 새기며 산다는 문구로 인사드리겠습니다.

 

 

하늘의 비가 많이 쏟아져도 바가지를 뒤집어놓는 사람에게는 물을 받을 수 없는 것처럼,

모든 것을 새롭고 소중하게 보면, 많은 메시지가 보이는 거지요.

 

 

 

이상으로 놀판의 만남 네 번째, 유정길 선생님과의 만남이었습니다. 그리고 김진영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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