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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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점점 멀어져만 가는 제주해군기지 문제의 초점2012-03-1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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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늦은 감이 있는것 같긴 하지만,,

얼마전 취재된 동영상에서는 강정마을에 해군기지를 세우려하는 정부측과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측간의 심한 갈등을 보여주면서 이 문제를 부각시켰습니다.

정부측에서는 해군기지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주민측에서는 온갖 날림과 술수를 사용하여 해군기지를 세우려는 정부를 비난하고 있습니다.

 제 의견부터 말씀드리면 기본적으로는 해군기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수긍하지만 그것이 강정마을에 세워져야 한다는 주장에는 반대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좀더 들여다보면 제 개인적으로는 문제의 초점이 자꾸 본질과는 점점 동떨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맨 처음 이 사건이 저에게 충격을 주었을 때는 경찰과 주민들의 거센 몸싸움과 과잉진압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묵살되는 주민들의 요구와 과연 대한민국이 법치국가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야비하고 무식한 태도의 강행절차는 국민들에게 분노와 실망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해군기지 문제에 있어서 다루어야 할 쟁점이 세 가지 정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해군기지를 건설하게 되는 과정에서 충분히 정당한 절차를 거쳤는지에 대한 진위확인과 두번째로 왜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서야 하는가? 세번째로 해군기지를 건설하게되면 손실되는 자연환경과 환경에 얼마나 문제가 되는지에 대한 토론이 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실제로 첫번째와 두번째 문제는 정부가 실제로 비판받고 있는 문제입니다.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있고 복잡한 해안에 주로 건설되는 해군기지가 왜 하필 단조로운 해안선에 툭 튀어나와있는 지형에 지어야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지형적인 불리함을 상쇄시킬만한 전략적 가치가 과연 충분한지. 이러한 비판들은 실제로 충분한 증거와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쟁점인 생태계의 문제에 있어서는 비판받는 정부측도 나름 합리적인 근거를 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보와 생태계중에 무엇이 더 상위의 가치인지는 그것을 주장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앞서말한 두 가지의 쟁점보다는 구럼비바위를 살리자는 감성에 호소하는 반대자들이 늘어나면서 주된 문제가 마치 국가안보VS생태계 처럼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들의 주장도 틀리지 않았고 구럼비바위의 실제적 가치가 어떤지와는 상관없이 소중한 자연유산인것도 확실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방식이 정부측으로 하여금 반격의 여지를 남겨주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측에서는 안보를 더 강조하여 안보의 가치가 구럼비바위의 가치보다 더 크다고 하면 되기 때문이죠. 그리고 여기에서 또 반대자들이 간과하게 되는게 '그러면 왜 하필 강정마을이냐' 라고 물어서 앞서말한 쟁점으로 정부측에 그 이유를 물어야 하는데 '아냐 구럼비바위의 가치가 더 커' 라는 식으로 반응한다는 거죠. 정부측이 말하는 해군기지의 필요성과 안보와의 관계는 해군기지가 강정마을에 세워져야 한다는 논리로 바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이점을 이용해서 해군기지 찬성론자들은 반대자들을 안보를 무시하는 무개념 국민 또는 종북좌파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과는 다릅니다.

 

 게다가 한술 더 뜬게 고대녀로 불리는 김지윤씨라고 생각합니다. 김지윤씨가 '해적논란'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문제의 초점은 점점 멀어져만 갔죠.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이 해적발언에 찬성하거나 반대하면서 '과연 해군은 해적인가?' 라는 어이없는 주제로 토론하고 논쟁하게 되버렸죠. 물론 표현의 자유라던지 경찰을 견찰에 비유한다던지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옹호 할 수 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한게 아닙니다. 이미 정부나 여당쪽에서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입니다. 이미 논점이 해적으로 흘러버린 상황에서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한다느니 성명을 한다느니 하는 방식으로 적당히 맞불 좀 놔주고 화제가 딴곳으로 흘러내려가지 않도록 적당히 관심만 집중시켜주면 됩니다. 그러면 과열된 언론은 슬슬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강정마을도 사람들 관심속에서 사라지겠죠. 김지윤씨가 진정으로 강정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면 해적발언 사과하고 정부가 그렇게 절차 싹다 무시하고 상식에 맞지않는 조건을 갖춘 지역에 해군기지를 세우게 된 이유를 추궁해야합니다. 김지윤씨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주민을 위해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부와 군대에 진짜 이유를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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