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우면 그리운대로
늘 그랬듯, 오늘처럼 비 오는 날엔 가슴골에 숨겨둔 그리움이 차올라 그대는 거기서 울고, 난 여기서 울었다.
지운다고 지워질 이름이라면 벌써, 다 지워진 이름이겠지 잊는다고 잊혀질 사람이라면 이미, 다 잊혀진 얼굴이겠지
지우고 산다는 것 쉬울리 없으니 이젠, 우리 서로 그리움 찾아 헤매지 말고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살아가며 그리움에 익숙해지기로 하자
어쩌다, 서로에게 가는 길을 잃었을 뿐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는 우리인데 어찌 지우고 어찌 잊겠는가
그저, 그리우면 그리운대로 아프면 아픈대로 살다 다음 생에 그대는 구름, 난 바람 되어 다시 만나면 되겠지
- 최수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