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이 겪어보지 못 한 일에 무딘 성향을 보인다. 나는 그가 그런 말을 한 것이 그가 단 한번도 그런 입장으로 살아온 날들이 없었기 때문이라 장담한다. 물론 그가 그의 자살을 막을 수 없었던 것에 굉장히 분개하고 슬퍼한 것을 안다. 그러나 이미 죽어버린 그를 두고 자살한 시점부터 상상할 수 없을 고통이 시작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본다. 뱃속의 10달은 태어나서의 100년을, 그 100년은 죽어서의 1000년을 준비하는 거라던 문구를 인용하며, 그는 자살한 그로 인해 고통받을 사람들을 생각하면 정말 이기적이고 잘못된 행위라 말했고 그 말을 들으며 다시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보면 이전에도 자살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멍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알고있었다. 그는 죽을 용기면 뭐든 한다며, 삶이 이토록 아름다운데 그를 포기하는건 정말 잘못된 행동이라 일렀다. 왜 대다수의 사람은 자살을 해선 안 되는 것이나 죄악, 잘못된 행위라 칭하는가? 자살이란 어찌보면 참 멋진 것이 아닌가. 죽음은 주로 수동적인 형태로 찾아온다. 살 의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측할 수도 없이 어느샌가 죽음을 당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죽음과 마주한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 가진 이미지가 두렵거나 무서운 어떤 것임은 이해한다. (그렇다고해서 죽음 자체가 두렵거나 부정적인 성질을 갖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살의 경우는 일반적 죽음과 달리 우리가 우리의 마지막을 능동적으로 정할 수 있다. 더이상 살아있는 상태로 부터 얻을 것이 없는 사람이 죽음을 선택하는데 있어 그사람에겐 죽음이 부정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삶으로 부터 떠밀린 경우는 다르지만 이는 조금 뒤에 얘기할 예정이다.) 거의 모든 선택에는 책임과 그 선택을 원인으로 하는 결과들과 마주해야하나, 자살은 그럴 필요도 없이 선택 그자체로 끝이나는 점이 참 매력적이지 않은가.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마지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