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ncy 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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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sin against heaven2012-10-13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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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종교가 없다. 친가는 천주교, 외가는 독실한 천주교, 학교 들어가기 전엔 성당에서 수녀님과 함께 보냈고 미션스쿨을 졸업했고 몇년간 교회도 다녔다. 피곤할때는 빈번하게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는다. 마음이 답답하면 성모당 잔디밭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아직도 무의식 중에 힘들거나 긴장이 심하거나 무서울땐 사도신경을 암송한다. 다른 생명의 죽음을 목격하면 성호를 긋는다. 이럼에도 나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니까, 저 행동들은 모두 마음에서 그 종교의 교리와 신을 우러러 보기에 나온 행동이 아니라 어릴때 부터 종교적 환경에 노출되어 영향을 받아 생긴 일종의 습관이다. 그레고리안 성가는 라틴어라 나는 알아들을 수도 없지만 그 특유의 울리는 소리가 좋아 듣는다. 내가 좋아하는 다른 노래들도 거의 그런 울리는 느낌이 강하다. 성모당은 내 4~5살때의 기억과 가장 강하게 맞물려 있고 그때의 촛불과 잔디와 단풍과 노을이 위안으로 남아있기에 여전히 편안함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사도신경은 솔직히 나도 왜 암송하는지 모르겠다. 내용과 상황이 전혀 일치하지 않는 것 같은데 그러고 있는 걸 보면 그냥 주절주절 뭐라도 말해 다른것에 신경을 돌려야겠는데 헛소리 늘어놓기보단 기도문이 안 어색하니까 그러는 것 같기도 하고. 죽어가거나 죽어있는 것을 보면 생을 잃는 것이 너무도 안타깝고 안쓰러운데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옆에서 지켜보거나 그저 시체를 묻어주는 일 밖에 없다. 그래서 으레 다들 말하듯 편안하기를 바라며 방관자의 마음의 짐을 덜기 위해 성호를 긋는 것이다. 여태 살면서 종교를 가지고 싶었던 적은 꽤 잦다. 어릴땐 천주교가 아름다워보였다. 묵상하는 할머니의 머리위에 늘어진 하얀 면사포와 수녀님의 기도문 읊는 목소리, 성당의 창문 사이로 햇살이 통하고 성인이 잠들어 있는 곳 바로 옆에 넓게 펼쳐진 금빛 잔디밭이 그리도 아름다웠다. 요근래 들어서는 안정을 찾고 싶어서 갖고싶었다. 초등학교 저학년때 학교 교문 앞에서 노란띠를 맨 목사가 아무것도 모르는 애들을 붙잡고 "불교는 믿으면 안 돼, 그런 돌덩어리를 도대체 왜 숭배하는거야, 천주교? 천주교는 **** 하기때문에 믿으면 안 돼." 라고 말하는걸 들었는데 -천주교를 믿으면 안 되는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뭐 저런 짜증나는 목사가 있지, 다른 종교에 대한 존중이란게 없네 라는 생각이 들며 굉장히 불쾌했고 그 이후로 교회를 나가지 않았다. 그렇다고 주변에 불교나 기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은 없어 자연스럽게 가장 친숙하고 떠올리면 마음이 편해지는 천주교에 기대고 싶어졌고 천주교 신자가 되기 위한 노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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