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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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숭고의 노예2011-10-10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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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냥 넋놓고 누워있는데 문득 떠오른 한가지 생각이 알쏭달쏭한 궤적으로 제 뇌 속을 헤메이다 비슷하게 생긴 친구를 몇몇 이끌고 입으로 나오더니... 침과 함께 제 베개를 적시더군요. 


절대 존거 아닙니다. 허허



  숭고의 노예라고 제목은 지었는데 뭐... 그렇게 거창하진 않습니다.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에 대한 기사들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었습니다.


 요사이의 사회적 지위의 요소들은 미력, 재력, 능력 그리고 도덕(적으로 올바른) 인거 같습니다. 스티븐 잡스는 능력이 대단했죠. 연예인들은 예쁘고 잘생겼고, 워렌 버핏은 돈이 많습니다. 그리고 역사 속의 도덕적인 성인들이 있지요. 이렇게 미력, 재력, 능력, 도덕을 갖추신 분들은 대게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런 분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그런데 그런 사회적 지위의 요소들 중에서도 도덕은 차지하는 위치가 남다릅니다. 도덕으로 인한 사회적 지위가 명실상부한 최고의 자리입니다. 나경원 후보가 아무리 재력이나 미력이나 능력이 좋다 하더라도 박원순 후보보다 한 수 아래라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는 이유는, 박원순 후보의 치적들 - 아름다운 가게, 아름다운 재단, 희망제작소 - 때문인것 같습니다. 물론 정치라는 행위의 속성상 도덕이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우리는 일상 생활에서도 위와 같은 우선 순위를 정하곤 하죠. 



 도덕적 명성에 대한 욕망. 다른 어떤 것에 대한 욕망보다 더 숭고하게 평가됩니다. 도덕적 명성에 대한 욕망을 지닌 사람은 재력이나, 권력에 대한 욕망을 하찮은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사회적으로 보면 도덕적 명성에 대한 욕망을 지닌 사람이 무조건 갑인 것이 맞습니다만 다른 관점에서 그런 사람을 설명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숭고의 노예라는 관점에서요. 


   

 인간은 기본적으로 욕망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사회와 문화에 의해 훈육되면서 '욕망은 나쁘다.'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어요. 그래서 어떤 욕망은 정열, 열정이라는 이름의 탈을 쓰게 되고, 어떤 욕망은 합리와 논리라는 방패를 들게 되고, 어떤 욕망은 이념과 체제속에서 당위성을 확보하려 합니다. 그렇지 못한 욕망들은 금기라는 굴레를 뒤집어 쓰고 되고 아이러니하게도 더욱 강한 욕망들로 변하지요.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을 욕망하는 것을 순수하게 욕망할 줄 모릅니다. 




 사실 정말 냉정하게 우리를 돌아보면... 그런 경우 많지 않아요? 싫고 좋은 이유를 어떻게든 만들어 내는 경우요. 가장 자주 애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없어서......” 라고 생각해요. 시간이 없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는 것인데... 


 욕망하는 것을 순수하게 욕망할 줄 모르는 우리들에게 욕망의 이유는 참 중요합니다. 어쩌면 욕망의 이유가 너무나 중요해서 욕망하지도 않는 것을 욕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깐 도덕을 욕망해야 하는 이유는 도덕은 숭고하기 때문인 것이고, 그 이유 때문에 도덕을 욕망하기 시작한다는 것이지요. 돈이나 권력을 욕망하는 것보다 도덕을 욕망하는 것이 더 숭고하기 때문에 도덕을 욕망하는 것이고 이것은 비단 돈, 권력, 도덕에서뿐만 아니라 모든 욕망의 순위를 숭고가 결정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훈육되어진 우리는 욕망의 노예일 뿐만 아니라 숭고의 노예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이상이니, 조국이니, 종교니, 도덕이니  운운 하면서 자기를 불사르는 것.  욕망의 이유가 숭고하면 숭고할 수록 우리가 묶이는 노예의 사슬이 길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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