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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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어느 날 갑자기2012-03-23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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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1332495116.jpg (33.6KB)1332502029.jpg (74.5KB)


필요한 사진을 찾으려 서랍장 앞에 앉아 앨범을 이것저것 꺼내 살피고 있어요. 제일 아래 쪽에 자리한, 빨간색 앨범을 무릎 위로 가져옵니다. 커버를 열고 한 페이지를 넘기자, 하얀 드레스를 입은, 참으로 화사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의 신부가 부케를 들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우와- 신부, 정말 예쁘다.’

 


이 날 만큼은 그 어떤 신부가 예쁘고 아름답지 않겠습니까마는, 사진 속 신부에게 자꾸만 눈이 가 한참을 쳐다봅니다. 예쁘다는 말이 입에서 자꾸 맴돌더니 갑자기 눈물이 툭떨어집니다. ! 신부는 저의 엄마에요.

 


26년 전 부모님의 결혼식과 신혼여행 앨범 속에서 부모님을 처음 마주한 것도 아닙니다. 단지 정말 오래 간만에, 스물을 넘긴 어른이라면 어른이라고 불릴 수 있는 지금의 시점에, 앨범을 다시 펼친 것뿐입니다. 그런데 이제야 사진 속에서 정말 사랑스러운 한 커플이 눈에 들어온다는 점을 알아챈 겁니다. 그야말로 한 여자’, ‘한 남자가 보였다는 거에요'그래 그랬지! 엄마도 여자아빠도 남자엄마빠도 한 인간존재 그 자체.'



앨범을 넘길 때마다 나란히 붙어있는 두 사람, 정말 예뻐요! 또 수줍게 짓는 웃음에는 행복함이 잔뜩 묻어있는 것만 같아, 그 둘을 보고 있는 저도 얼굴에 절로 미소가 번집니다여태껏 똑같은 사진을 보면서도 부모님이 갓 결혼식을 마친 ‘연인으로 보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그저 우리 삼남매의 엄마, 아빠였지요. 항상 두 사람을 제 엄마빠라는 틀로만 가둬, 보아 온 것 같아 괜시레 미안해져 눈물이 좀 났네요

 



미안해요예쁜 두 사람, 내 엄마빠로만 생각해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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