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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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자생력2013-03-09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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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자생력이 있잖아.”

 

학교에서 어느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몇 달간, 여러모로 지지부진하던 때에 들었던 말이에요. 길을 가다 곰곰이 되풀어보니 꽤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더라고요. 자생력이란 스스로 살길을 찾아 살아나가는 능력이나 힘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어요.


 

지난달, 드디어 대학 졸업을 했습니다! ‘드디어라는 부사를 붙여줘야만 할 것 같아요. 한 때, 졸업은 할 수 있을까 심각하게 걱정을 했었더랬죠. 일신상 건강문제도 그랬지만, 대학 졸업요건을 맞추기가 여간 까다로운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다행스럽게도 시간이란 녀석은 이런저런 근심걱정을 꾸역꾸역 밀어내주었고, 마침내 학교 포털에는 암호해독 후, 다음 단계 진출을 알리는 것처럼 졸업 PASS 글자가 떴어요. 무슨 지령문같이 졸업식 안내문도 함께 말이죠

 

그런데 '어떻게 내 힘으로 먹고살지'의 문제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해결하는 것이 눈앞에 닥친, 현 상태가 그리 편치 않았기에 졸업식 참석을 좀 망설였습니다. 예전 글에서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도 무척 고되고 불안하다고 토로했었지요지금도 크게 달라진 바가 없는 제가, 이렇게 살짝 들뜬 기분으로 글을 쓰다니, ‘의 기운이 세진 것일 겁니다. 아마도 곧 의 기운이 강해지면 또 절망의 나락을 기어 다닐지도 모르겠어요. 훗. 

 

어쨌든 졸업 당일, 막상 학사모를 쓰고는 동기들과 엄마와 사진을 몇 방 찍는데, 활짝 웃게 되더군요. 현실의 갑갑함은 잠시 잊어버리고 그저 기뻤습니다. 비로소 매듭을 짓는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알겠더라고요. 근데 참 신기하게도 말이죠. 인생의 한 부분을 단락을 짓고 보니, 그 너머의 새로운 도전과 가능성을 의식하고 준비를 하려는 자발적인 동기부여 비슷한 것이 생긴 것 같아요. 상황을 개선하거나 다른 시점에서 보려는 자발적인 행동과 태도. 이걸 ‘자유의지’라고 해도 좋을까요?


 

대학 내내 두 가지 정도 스스로 다짐했던 바가 있어요. 첫째,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자. 둘째, 내 손으로 끝까지 직접, 잘 되든 못 되든 선택에 책임을 오롯이 지자. 이는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오는, 자기연민이나 동정으로 치닫는 것을 떠나서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살아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좀 더 행복하고 괜찮은 사람으로 살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산물이었습니다. 이걸 내재한 사람이라면 어디에든 옮겨놔도 잘 자라는, 뿌리가 튼튼한 식물과 같아 좋겠다 싶었지요. 

 

이번 봄은 별다른 사건이 없이 무사 평탄하게 흘러가는 날이 될 것 같아요. 물론 마냥 마음이 편한 순조로움은 아니겠죠. 순조롭게 흘러가는 와중에도 수많은 갈등과 제 자신을 죄는 문제들이 발생하여 스트레스 받는 시기가 될 것임을 이미 예민한 촉으로 감지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다지 좋지도, 또 나쁘지도 않은 그럭저럭 괜찮은 상태인 저입니다. 다짐해 온 두 신조를 지키면서 저 나름의 밸런스를 잘 맞춰서 나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드네요.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 제 인생을 꾸려가려 합니다이게 바로 그가 말했던 '자생력'인가 봐요. Che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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