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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커피!2012-03-19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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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나중에 죽어서 화장을 하게 되면 몸에서 커피콩이 사리처럼 나왔으면 좋겠다커피를 많이 마시니 소변에서는 커피향이 났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으악! 얘가 미쳤나? ...울 수 있습니다! 그치만 정말 진심입니다!!! 커피가 너무 좋아요잉~



커피의 맛에 일찍 눈을 뜬 접니다. 흔히 그렇듯이 어린이가 커피를 마시면 머리가 나빠진다고 쉬쉬하며 금기시했죠. 그런데 어느 날 가족들이 거실에 둘러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눌 때어른들의 커피잔에 눈독을 들이고 있던 제게 “야 좀 봐라어디 한 잔 맛 좀 볼텨? 하고 건네주신 커피 한 모금이 저의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놨습니다! 쫍쫍, 스르르, 꼴깍. 달짝지근한 인스턴트 커피의 맛



‘하? 어라? 괜찮아. 맛있는데이 인간들이 좋은 걸 왜 안권했는지 이제야 알았다!

 


그 뒤 머리가 나빠져도, 이가 누렇게 된다 해도, 전혀 개의치 않는다며 자신있게 커피를 제 두 손으로 직접 타먹기 시작했죠. 홀짝홀짝- 고등학생 때친구들 사이에선 이미 커피 좋아하는 애로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어떤 이미지가 있었습니다. 커피를 너무 즐기는 제가 걱정된다며 커피 물을 붓고 있는 저를 두곤 한마디씩 해놓고선 정작 생일 때 받은 선물은 모조리 커피 뿐이기도 했습니다. 캔커피 박스부터 조제 막심커피 100봉지 등 각종 커피 선물 세트아니이것들이..’ 


Como, 2010


커피는 악마와 같이 검고지옥같이 뜨겁고천사와 같이 순수하고키스처럼 달콤하다. - 프랑스의 작가, 탈레랑


 

 

솔직히 털어놓건대제가 대학을 지금까지 꼬박꼬박 잘 다니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앞 한 작은 카페덕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진짭니다.) 이 카페로 말할 것 같으면 매일 커피콩을 직접 볶는 집에다가 저명한 바리스타인 아저씨께서 커피에 대한 자부심이 그 누구보다도 월등히 크시고요, 이미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카페라고 하더군요어느덧 햇수로 따지면 5년 차 단골이 되어 카페 주인 부부와도 이런 저런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습니다어쨌든 빼먹지 않고 카페에 출석체크를 하고 커피를 한 손에 들고 홀짝거리며 강의실로 향하는 저를 봅니다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의 마지막 즈음을 보면산티아고 노인이 바다로 다랑어 잡이를 나갔다가 상어와 긴 싸움을 가까스로 끝마치고 판잣집으로 돌아와 기진맥진해 죽은 듯 쓰러져 누워있습니다마침 노인을 기다리던 마놀린 소년이 그를 발견하곤 숨을 확인한 후안도감에 울음이 터집니다. 그리고 커피가 그의 기력을 회복시켜 줄거라 믿고 근처 가게에 달려가 깡통에 뜨거운 커피를 담아와 노인에게 먹입니다등교하며 마시는 커피가 제겐 이러한 이미지의 커피입니다



마놀린: 뜨겁게 해서 우유와 설탕을 듬뚝 넣어주세요. – 『노인과 바다』



호오- 커피 한 모금에 세상이 그럭저럭 괜찮아보여요. 또 한 모금에 행복해지죠. 마치 커피와 연애하는 기분! 다른 많은 게 필요치 않아요커피 한 잔이면 정말 충분하다딱! 됩니다이천칠백원으로 하루 가질 수 있는 행복을 손에 다 쥐고 시작하는 기분이거든요제겐 이렇게 매일을 여는 커피 한 잔이 소중합니다.

 

 

 Mark, 2010


사계절과 함께 커피의 느낌은 꽤나 다르게 다가옵니다. 봄에는 잎사귀가 삭막함을 밀어내는 걸 구경하며 커피 홀짝이는 여유가 있어 좋고여름에는 뜨거운 햇빛 아래 얼음 동동- 차가운 커피 한 잔에 기분이 시원해져 좋고가을에는 우울하게 가을 탐이 커피의 쌉사르한 맛과 잘 어울려 좋고겨울에는 따뜻한 커피 후하고 불어먹으면 언 몸이 사르르 녹아 좋죠커피 한잔의 만족감과 행복함은 말할 수 없이 황홀해,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뜬금없지만 갑자기 커피에 대한 예찬론을 펼치고 싶어져 글을 써보았는데요. 역시나 어떤 대상에 대한 예찬을 온전히 표현해내기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을 느낍니다요. 흥쿗쿗~ 커피에 대한 제 사랑을 좀 더 잘 표현하고 싶어요! 일명 ‘커피칸타타’라고 불리는 바하의 커피예찬이 담긴 곡의 일부 아리아를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합니다



원래의 제목은 'Schweigt stille, plaudert nicht' (가만히 입 다물고 말하지 말아요입니다곡은 바흐가가사는 바흐와 많은 작업을 같이 했던 헨리키가 썼습니다. 18세기 독일의 라이프치히의 시민들이 커피를 즐기는 풍토를 극적으로 잘 묘사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데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습니다커피에 거의 중독이 될 정도로 좋아하는 딸과 이를 못마땅하게 여겨 해로운 커피를 마시지 말라 잔소리하는 아버지가 있습니다딸은 들을 생각이 전혀 없고 화가 난 아버지가 마지막 방법으로 커피를 끊지 않으면 시집을 보내지 않겠다고 협박하자영악한 딸내미는 본인과 결혼할 사람은 언제든 커피를 마실 수 있게 하는 약속을 결혼계약에 써넣어야 구혼에 성공할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ARIA 


Ei! wie schmeckt der Coffee süße,

Lieblicher als tausend Küsse,

Milder als Muskatenwein.

Coffee, Coffee muss ich haben,

Und wenn jemand mich will laben,

Ach, so schenkt mir Coffee ein!

 

Oh! How sweet coffee tastes,

Lovelier than a thousand kisses,

Softer than Muscatel Wine,

Coffee, Coffee, I must have,

And if someone wants to delight me,

Let him pour me coffee.

Da Capo!


! 이 커피는 너무나 달콤하구나

천번의 키스보다 더 달콤하고 

백포도주보다도 더 부드럽구나

커피, 커피야 말로 내가 마셔야 할 것이고

만약 누가 나에게 한 번 쏘고 싶으시다면

, 커피나 좀 따라 주세요! 






추신: 오해하지 마쎄용~ 고급커피만 마시는 똥은 아니니까요. 으흐흐~ 커피가 없으면 하루가 밋밋하고 맥없이 풀리는 느낌을 받을뿐이죠. 자판기 300원짜리 커피든 편의점 캔커피 또는 커피우유든 가리지 않고 꼭 마시는 커피 찬양론자쯤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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