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오늘 저녁, 오랜 친구와 만나 술 한 잔하고 집에 왔어요. 이 친구와는 사실 친구라고 하기엔 다른 점이 참 많아요. 삶에 대한 태도랄지, 방식이랄지, 성향이랄지……. 그래서 사람들은 저희 둘이 친한 것에 대해 의문을 많이 가졌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와 제가 가깝게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인 거 같아요. 저희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기 자신에게 누구보다 솔직하죠.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하지 않아했던 것이 저희를 가깝게 만든 가장 큰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 친구와 같이 대학생활을 하면서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더라고요. 저희는 학교를 다닐 때 굉장한 인사이더였어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굉장히 많은 미움을 받았죠. 어떤 일들은 굉장히 행복한 일이었고, 어떤 일들은 굉장히 가슴 아픈 일이었겠지만 지금은 모두 즐거운 이야깃거리네요. 그런 이 친구가 곧 결혼을 한다고 하니 제 자신의 일처럼 기쁘고(솔직히 제가 결혼을 한다면 기쁠지 조금 의문이 들지만...), 친구가 행복해하는 모습에서 저 또한 행복한 마음이 듭니다(이건 확실해요). 이 글을 빌어 친구의 결혼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축하해 친구야~ 
친구가 예전에 썼던 일기라며 보내준 글입니다... 이런 사이죠 ^^;
친구와 헤어지고 집에 오면서 오랜만에 주변을 걸어봤어요. 친구와 술을 마신 곳이 학교 근처였고, 학교와 지금 살고 있는 집은 그리 멀지 않아요. 그리고 전, 이 동네를 벗어나 살아본 적이 거의 없고요. 그래서 걷다보니 예전학교에서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예전 살던 동네에서의 즐거웠던 일들이 속속 생각나더라고요. 한편으로는 미소가 지어지면서 한편으로는 아쉬움에 씁쓸해지는 것이 즐거우면서도 착잡했어요. 지금은 그것들이 다 추억이 되어버렸거든요.
사람을 좋아하고 자기 자신에게 솔직하다는 것은 큰 맹점이 있었어요.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사람이 미워지고 제 자신이 미워질 때가 되면, 전 저만의 동굴에 들어가 한동안 나오질 않았어요. 혼란의 순간에 오히려 비겁했던 거죠. 모순되게도 주변 사람들을 쉽게 미워했고, 제 자신을 쉽게 망가뜨렸어요. 주변을 쉽게 정리해 버리고 혼자 끙끙 앓으면서 저만의 세계를 새로 만드는 작업을 했어요. 그런 중에 많은 진행 중의 인연들을 지난 인연으로 만들어버리는 우를 범해버리고 말았던 거죠. 제 편을 들어주느라 자기와 가장 친한 선배와 주먹다짐을 해준 형, 랍비와 같이 늘 지혜로운 말을 해주던 형, 이유 불문하고 항상 제 편이던 형, 오랜만에 만나 친동생처럼 아껴 주던 의남매 누나, 늘 타박주면서도 늘 챙겨주던 누나, 단지 이름이 같다고 예뻐해주던 누나, 쪼아춤을 추며 함께 학교를 누빈 친구, 진봉이란 이름으로 부르며 항상 응원해주던 친구, 고맙게도 좋아해주다 상처받고 떠난 친구, 부족한 제게 많은 의지를 했던 동생, 말도 안 되는 오해에도 불구하고 먼저 말을 걸어준 동생, 제가 먼저 찾아놓고 제가 먼저 떠난 친구, 놀판을 통해 만난 사람들까지 너무 많은 소중한 인연들을 쉽게 정리해버렸어요. 지금은 많이 아쉬워요. 당시에 그 소중했던 인연들을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긴 것이 너무나도 후회 되고요. 하지만 돌이킬 수 없는 과거를 후회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요. 지금은 비록 아무 관계도 아닌 지난인연이 되어버렸지만, 그래도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고마운 인연들이지이요. 아쉬운 마음이 큰 만큼 지금의 인연들에 더 충실하고 더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려고 합니다. 언젠가 우연히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지난 인연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정말 고마워요. 그 고마움을 잊지 않고 살게요. 늘 마음 깊이 당신의 삶을 응원해요. 우리 서로 잘 지내다가 인연이 닿는다면 반갑게 만나 맛있는 밥 한 번 먹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