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영화소모임 ‘짜파구리를 먹는 고릴라들’의 첫 번째 공개 시나리오 ‘망각’입니다. ‘짜파구리를 먹는 고릴라들’은 20대 때에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을 만들어보고자 시작한 독립영화모임인데요.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아직 제작에 착수하지 않은 시나리오를 함께 공유해보고자 이렇게 올려봅니다. ‘망각’은 2011년 4월 ‘짜파구리를 먹는 고릴라들’팀의 MT날 저녁에 나눈 이야기들을 종합하여 제가 작성한 시나리오입니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자신이 본래 가졌던 가치, 추억이라든지 꿈이라는 것들을 잊어가며, 살아가는 것이 아닌 살아지고 있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공포물로 표현해보고자 했습니다. 이런 작업을 처음해보는 것이라 여러모로 많이 서툴 거예요. 부디 어여삐 봐주셔서 재밌게 읽어주실 수 있으면 좋겠네요. 좋은 의견도 많이 부탁드려요. 시나리오를 더 좋은 방향으로 수정 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 이 글이 하나의 아이디어를 제공할 수 있다면, 월리스의 마음으로 기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맙습니다.  - Prologue - 주인공 A는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공허하게 살아갑니다.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찍은 자신의 과거 사진을 보고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 함께 여행을 가게 됩니다. 여행지에서 옛날이야기를 하며 재밌게 웃고 떠드는 가운데 친구가 한명씩 사라집니다. 주인공 A는 이러한 사실에 어리둥절하나 같이 있는 친구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주인공 A는……. 
『망각』 #1 - 아침, 출근길. [B가 출근하는 중. 카메라 정지하고 있고 B가 대기하고 있는 카메라 쪽으로 다가오자 카메라 B에게 다가가서 인터뷰.] B : (카메라 발견하고 놀란다) 어? 뭐야? (촬영자와 카메라를 번갈아 바라보며) 이거 뭐 찍는 거야? (촬영자를 바라보며) 뭐? 잊은 거? 잊은 거 없냐고? (자신의 몸을 뒤지며) 아, 나 또 뭐 빼먹었나? #2 - 오후, 카페 안. [카페 안 창가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 C와 인터뷰.] C : (고민하는 듯이) 음, 글쎄. 사랑? 꿈? 우정? 모르겠다. (갑자기 밝게 웃으며 밖을 본다) 그나저나 그 때 그 녀석들은 다 어디서 뭐하나 몰라. #3 - 오후, 농구코트. [코트에서는 사람들이 농구시합을 하고 있다. 코트 옆 쉬고 있는 D와 인터뷰.] D : (지친기색으로) 며칠 전에 지갑 잃어버렸어. 아, 어디서 잃어버린 거야. 여기 올 때도 그래서 걸어왔잖아. 덕분에 지금 다리 힘 풀려가지고. 더 뛸 수 있는데. [D투덜대는데 #4로 화면 전환.] #4 - 오후, 회사. [회사안의 E에게 인터뷰 시도.] E : 야,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어.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중에 다른 목소리가 인터뷰를 방해한다.] Z : (다급한 목소리로) E, E! 어디 있어? E : (황급히 일어나며) 네, 갈게요. #5 - 지하철 안. [어두운 화면 속 A의 인상 쓴 얼굴이 보인다. A인상을 쓰며 괴로워하는데 인상 쓴 얼굴과 교통사고 상황이 교차된다. A악몽에서 깨어나고 지하철을 둘러보며 상황을 파악한다. 마침 지하철 문이 내리고 A부리나케 하차한다.] #6 - 지하철 계단. [A지하철 계단을 오른다. 카메라 A의 뒷모습을 따른다. A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7 - 저녁, 골목길. [어두운 저녁 골목길을 A가 오른다.] #8 - A의 집. [A가 집에 들어서며 피곤한 기색으로 가방을 던지고 침대에 눕는다.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다가 맞은편의 달력을 바라본다. 달력에 빨간 숫자가 연속으로 나열되어 있다. 달력 주변으로는 보이는 집안의 풍경으로는 물건이 거의 없고 빈 액자가 벽에 걸려 있다. 책상을 바라보니 사진이 들어 있는 액자가 하나 있다. 책상의자에 앉으며 손으로 액자를 들어 물끄러미 사진을 바라본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서 망설이다가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A : 어, 난데 뭐하냐? 어, 아 그냥. 이번에 주말에 뭐해? 오랜만에 한번 볼래? 응. 응. 아, 요즘 D는 뭐한데? 오랜만에 같이 한번 놀러 갈래? 응. 응. #9 - 오전, 버스 앞. [버스에서 내리는 A. 숙소 쪽으로 걸어간다.] #10 - 오전, 숙소 정문 앞. [가벼운 발걸음으로 숙소 안으로 들어가는 A.] #11 - 숙소 내부 복도. [카드를 손에 들고 방 번호를 흥얼거리며 방 앞으로 걸어간다.] #12 - 방 앞. [카드로 된 열쇠의 사용법을 몰라 주춤한다.] A : (당황하며) 아, 뭐야. 이건. [곧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13 - 거실. [들어가자마자 가방을 벗어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소파에 몸을 던진다. 잠시 후 소파 앞 리모컨을 들어 TV를 켠다.] A: 흠, 너무 일찍 왔나? (시계를 보며) 음, 언제 올라나. [앉아 있는 모습, 누워 있는 모습, 여러 가지 모습이 시계와 함께 오버랩 된다. 초인종 소리가 들린다.] A : (잠에서 깨어나며) 아, 드디어 왔나 보네. (큰 목소리로) 잠깐만. #14 - 문 앞. [문을 열자 B, C, E가 짐을 가득 들고 있다. B, C, E순으로 들어온다. A가 B의 짐을 받아들며 B에게 말한다] A : 야, 쫌 빨리 빨리 다녀. 뭐 이리 굼떠? 지금 몇 신 줄이나 알아? B : 야야, 나는 모릅니다. 따질 거면 C한테 따지라고. C : (퉁명스럽게) 왜, 또 나한테만 뭐라고 그래. E : (C의 어깨를 두드리며) C야, 너 맞아. 너 때문이야. #15 - 거실. [부엌에 가져온 짐을 두고 자연스럽게 소파 쪽으로 와서 자리 잡는다.] A : 넌 정말 여전하구나. 어떻게 넌 졸업을 하고 회사를 다니는데도 그 모양이냐. C : 야, 나만 늦은 거 아니야. B도 늦게 왔어. B : 나보다 훨씬 늦게 왔다는데 문제가 있는 거지. (주변을 둘러보며) 이야~ 그나저나 방은 되게 좋은데? A : 근데 D, F는 언제온대? 왜 같이 안 왔어? E : 아까전화하니까 둘이 따로 온대. 뭐 금방 오겠지. A : (B가 가져온 기타를 보며) 야, 저 기타는 뭐냐? 저거 무겁게 왜 가지고 온 거야? B : 엠티의 꽃, 기타 몰라? 낭만이지. C : (B의 다리를 툭툭 치며) 한 곡조 뽑아봐. 오랜만에 너 기타 치는 거나 한번 들어보자. [B가 케이스에서 기타를 꺼내고 현란한 손놀림을 보인다. 그것도 잠시 고통스런 얼굴로 손을 쥐어 잡는다.] B : (인상을 쓰며) 아아아, 안되겠다. C : 야, 너 왜 그래? E : 너 그때 다친 거 아직도 아픈 거야? A : (의아한 듯) 그때 다친 거? 언제 다쳤는데?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야, 너 괜히 폼 잡다가 안 되니까 창피해서 그러는 거 아냐? E : (A를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며) 야! A! 저거 너 때문에 그런 거 같은데 그런 말이 나와? B : (기타를 내려놓으며) E야 됐어. 지난 일인데 뭐. (A를 바라보며) 너 이 자식, 나한테 그렇게 가르쳐 줍쇼 하고 배울 때가 언젠데 이제 와서 이렇게 기고만장하다 그거지? 너 한번 쳐볼래? (A에게 기타를 건넨다.) A : 어? 나 안친지 오래라 될라나 모르겠다. 뭐 실력이 어디 가겠어? [A가 B에게 기타를 받아들고 신중한 모습으로 기타를 치기 시작한다. 작게 노래도 흥얼거린다. 곧 포기하고 아무렇게나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른다.] C : (큰소리로) 됐어, 됐어. 관둬. 더 이상은 못 들어주겠다. B : 이건 뭐, 가르친 보람이 하나도 없잖아. 그러니까 Y한테 차였지. E : (크게 웃으며) 하하. 그 때 완전 웃겼었는데. 그렇게 비참했던 A의 모습이라. A : (의아한 듯) Y? 그게 누구야? E : (웃음을 참지 못한다) 얘 창피한가 보다. 아, 완전 웃겨. B : 네가 그렇게 좋아했던 Y! C : (B에게) 그래서 너한테 기타 가르쳐 달라고 그렇게 졸랐었잖아. A : (이제야 생각난 듯) 아, Y! [A의 씁쓸한 얼굴로 과거를 회상한다. 맑은 하늘과 예쁜 주변 풍경이 A의 얼굴에 오버랩 된다. 친구들이 웃으며 말을 건넨다.] C : 난 아직도 궁금해. 도대체 Y의 어디가 그렇게 좋았던 거야? 예뻐서? B : (말소리가 작아진다.) 뽀뽀는 했냐? #16 - 맑은 하늘과 예쁜 주변 풍경. [맑은 하늘과 예쁜 풍경에서 A가 있는 동아리 방으로 카메라의 시선이 내려온다. 시선이 내려오면서 A의 내레이션.] A : 무슨 이유가 있어서 좋아한 게 아니라 좋아하니까 모든 게 이유가 되어 버린 거지. #17 - 동아리 방. [동아리 방에서 A가 능숙하게 기타를 치고 있다. 옆에서 Y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Y : 난 오빠 기타 칠 때 정말 멋있는 거 같아. A : (Y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흠흠. 있잖아. 흠흠. Y : (A를 뻔히 바라보며) 응? [A가 Y에게 입맞춤을 시도한다. 카메라 내려오며 A의 오른손을 잡는다. A의 오른손이 내려오며 다운스트로크를 한다.] #18 - 거실. [A멍한 얼굴로 어느 한곳을 응시하고 있다. 씁쓸한 듯 입맛을 다신다.] E : 얘들은 대체 언제 오는 거야? 배고파 죽겠네. C : 우리끼리 뭐라도 먹고 있을까? A : (정신을 차리고) 뭐 먹을 게 있나? B : (벌떡 일어나며) 내가 짜파구리 해줄게! C : (B에게) 응? 뭐? B : 짜파구리! 짜파구리 몰라? C : (E를 바라보며) 그게 뭐야? E : (A를 바라보며) 그게 뭐야? A : (B를 바라보며) 그게 뭐야? B : 아유, 이 불쌍한 것들. 너구리랑 짜파게티랑 섞어서 만드는 건데, 진짜 몰라? C : 아, 그게 뭐야? B : (셋의 얼굴을 둘러보며) 아니, 어떻게 짜파구리를 몰라? (개그맨 톤으로) 너구리 면으로 짜파게티를 딱! 먹기 전에 너구리 스프를 살짝 딱! 원래 짜파게티만 먹으면 느끼해서 오이 채 썰어서 넣어 먹잖아. 이렇게 먹으면 느끼한 거 없이 딱 한국인의 맛이야. A : 됐고, 그냥 해와. C : 오이 숑숑~ 오이 숑숑~ E : (A를 보며) 불길한데, 그냥 먹는 게 낫지 않을까? B : (짐에서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꺼내 손에 들고) 믿고 기다려보셔. [B가 너구리와 짜파게티를 들고 부엌으로 간다.] #19 - 부엌. [B가 냄비에 물을 붓고 전기레인지 위에 올린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봉지가 옆에 있다.] B : (큰 소리로) 먹고 맛있다고 또 다시 해달라고 해도 소용없어! 그리고 설거지는 내가 안한다! #20 - 거실. C : (부엌 쪽을 보며) 뭐야? 그럼 나 안 먹어! E : (부엌 쪽을 보며) 난 먹어! A : (부엌 쪽을 봤다가 C를 보며) 나도 먹어! C : (A를 흘기고 잠시 망설이다가) 우와, 이것들 보게. 나도 먹어! [A와 E가 웃는다. 셋의 시선이 TV를 향해 있다.] E : C야, 그때 말했던 그 사람하고는 잘되고 있어? C : 글쎄. 요즘 좀 그래. 우리가 며칠이나 사귄지도 모르는 거 있지? E : 너무했다. 어떻게 그러냐. A : 너희들이 더 너무해. 그런 거야 잊을 수도 있지. [C, E가 A를 흘긴다. A가 시선을 부담스러워하며 짐짓 딴청 하는데 초인종 울린다.] A : 왔나보다! #21 - 거실에서 문 앞. [A가 일어나서 문 쪽으로 다가간다. 카메라가 A의 뒤를 쫓는다. B는 여전히 부엌에서 짜파구리를 준비하고 있고 C, E는 눈으로 A의 움직임을 눈으로 쫓는다.] #22 - 문 앞. [문 밖에서 D의 목소리가 들린다.] D : 빨리 열어! 빨리! [A가 문을 연다.] A : 어, 왔어? D : 어. 빨리 이거부터 받아. 아, 무거워. A : (문 밖을 보고) 너 혼자야? F는? F는 어디 있어? [D가 A를 째려보고 그냥 거실로 들어간다. A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고 의아해 하고, D와 B, C, E가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23 - 부엌. [A가 고기를 들고 부엌으로 온다. D가 B에게 인사를 하러 부엌에 들어온다.] D : 넌 뭐하냐? B : 짜파구리를 만들고 계시지. 고기 많이 사왔네? 근데 어떡하나. 짜파구리 때문에 고기 아무도 안 먹으려고 할 걸? A : (D에게) 야, 근데 F는 진짜 안와? D : (인상 쓰며 B에게) 야, 얘 진짜 왜 그러냐. B : (A에게) 넌 왜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그러냐? 사고 때 이야기는 가급적 하지 말자. D : 농담이라도 그런 이야기는 진짜 하지말자. 알았지? [D가 A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부엌을 떠난다.] #24 - 부엌 반대편. [A의 얼굴이 의아함이 가득한 얼굴로 부엌 의자에 걸터앉는다. B의 요리하는 소리가 점점 커진다.] #25 - 거실. [거실에서는 C, D, E가 TV를 보고 있고, A가 걸어 들어온다.] A : D야, 내가 진짜 모르겠어서 그러는데 F가 뭐 어쨌는데? [TV를 보고 있던 C, D, E가 A를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본다.] D : 그때 일은 말하지 말자니까. C : 너 그때 일로 머리까지 다쳤어? 왜 그래? E : (TV를 보며) 뭐, A입장에서는 정말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일 테니까. C : (TV로 고개를 돌리며) 어휴, B는 그때 일로 손을 다치고 A는 머리를 다치고. [부엌에서 B가 냄비를 들고 거실로 들어온다.] B : 그만들 하시고 짜파구리나 드십시다. 짜파구리 대령이오. #26 - 거실. [A의 고민 가득한 얼굴로 카메라 시선 고정. 짜파구리에 대해 이야기하는 다른 인물들의 대화가 윙윙거린다. #5처럼 화면이 어두워지며 A가 인상을 쓰며 괴로워한다.] #27 - 늦은 밤, 자동차 안. [카메라 시선이 매우 어지럽다. 밖이 어두운 듯 차창 밖의 풍경은 보이지 않는다. 차 안에서는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있다. 보조석에 앉은 사람의 목소리가 놀람으로 커진다. 갑자기 차 안이 밝아진다. 큰 소리가 나고 카메라의 시선이 매우 어지럽게 움직인다. 카메라는 흔들리다 바닥에 떨어진 듯 포커스가 맞춰지지 않은 채 어떤 곳을 찍고 있고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다. 피투성이가 된 F의 얼굴이 갑자기 카메라 앞으로 떨어진다.] #28 - 거실. E : 뭐해? [눈을 감고 멍하니 서 있던 A가 E의 목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다.] A : 응? E : 와서 먹어. A : 으응. E : (A에게 자신의 자리를 내주며) 이리와, 이리와. A : (E의 자리로 간다.) 아, 으응. D : 그냥 너구리를 하든지, 짜파게티를 하든지 하지. 이게 뭐야. C : 내 말이. 난 그냥 짜파게티가 훨씬 좋은데. E : (냄비 안을 바라보며) 그래도 뭐 그럴 듯하게 생겼네. A : 얘들아, 방금 내가 쓸데없는 소리해서 미안해. 뭐에 좀 홀린 것 같네. [A가 말을 마치자, 모두가 A를 의아하다는 듯이 쳐다본다. A도 아직도 의아함을 떨치지 못한 표정으로 거실을 한번 훑어본다. 카메라의 시선이 B의 흔적이 있었던 곳으로 향한다. 시선이 향한 곳에는 B의 흔적이 전혀 남아있지 않다.] #29 - 거실. [A가 상기된 표정으로 맥주를 마시고 있다. 맥주를 탈탈 털어 입에 넣는다.] A : 술! 술! 술!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줘! [거실에는 술판이 벌어져 있다. 다들 술에 취한 듯 보인다.] C : 오오, 기분도 좋은데 내가 한 곡조 뽑아볼까? A : 엠티의 꽃은 기타지! 기타 가져와, 내가 반주해줄게! C : 오, 너 취했구나! 헛소리 하고 있네. 하하. D : 다들 취했어! 맛이 갔는데? 하하. C : (주변에서 술을 찾으며) 술 다 떨어진 거 같은데, 내가 가서 술 좀 사올게. A : (C를 만류하며) 아냐, 아냐. 내가 사올게. 넌 정신이나 좀 차려. D : 너나 정신 차리시지! 누가 누굴 챙겨? 하하. C : 그럼 노래 부르고 있을게 가서 빨리 사와. E : 오, 맙소사! 하하하. A : 술 말고 더 필요한 거 없어? 갈 때 가서 한 번에 사오게. C : 너구리만 먹었더니 배가 고파! 짜파게티나 좀 사와! A : (일어나며) 오케이, 오케이. [A가 일어나서 냄비를 보는데 냄비 안에는 너구리 국물이 가득하다. 냄비 근처를 보니 너구리 흔적만 있고 짜파구리의 흔적이 없다. A가 잠시 멈칫하며 생각에 빠지려는데 친구들이 A를 재촉한다.] C : 빨리 사와, 멍청아! D, E : 으하하하. #30 - 문 앞. [A가 문 앞에 앉아 흐리멍덩한 눈으로 신발을 찾아 신는다. A의 등 뒤로 C, D, E의 대화가 어렴풋이 들린다.] C : 그래? 아, 진짜? 대박이네. 우리 나이에 벌써 애라고? E : 아 걔는 그럴 줄 알았어. 그래서 결혼을 그렇게 서두른 건가? D : 왜 나한테 그래. 난 몰라. 나는 걔랑 말도 별로 안 해봤어. E : 웃기시네. Y, 학교에서 유명했었잖아. Y 안 거쳐 간 남자가 없었다는데? [신발을 신고 일어난 A가 Y라는 이름을 듣고 잠시 멈칫한다.] C : 맞아, 그렇다던데. 너도 그 중 하나 아냐? D : (언성을 높이며) 아니야. 난 진짜 아니야. C, E : 얘, 맞네. 하하. A : (의아해하며) Y? 누구지? [A가 떠난 자리 뒤로 보이는 C, D, E가 냉랭한 표정으로 A가 떠난 자리를 바라본다.] #31 - 편의점 가는 길. [어두운 복도를 A가 걸어간다. 등 뒤에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지나간다. A는 뒤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불안함을 느낀다. 뒤를 돌아보지만 아무도 없다. 불안한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여 편의점에 도착한다.] #32 - 편의점. [도착한 편의점 안에는 아무도 없다. A는 편의점 안으로 들어선다.] A : 여기요, 아무도 없어요? [A는 뒤를 돌아본다. 돌아보니 아까는 보이지 않던 캐셔가 뒤로 지나가고 있다. 흠칫 놀라 뒤로 물러서는데 캐셔가 눈도 마주치지 않은 채 계산대를 향해 간다. A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술을 꺼내고 있는데 날카로운 표정으로 캐셔가 A의 뒷모습을 주시한다.] #33 - 편의점에서 돌아오는 길. [A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어두운 복도를 걸어간다.] A : 아, 거스름돈을 안 받았네. (피식 웃으며) 괜히 쓸데없이 겁은 먹어가지고. [A가 거스름돈을 받으려 편의점으로 돌아가려고 뒤를 돌자, A의 뒤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지나간다. A가 인기척을 느끼고 빨리 뒤를 돌아본다.] A : (안도의 한숨을 쉬며) 아, 뭐야. 깜짝 놀랐네. 아 진짜 왜 그러지? [A가 안심하며 다시 뒤를 도는데 F의 피투성이 얼굴이 보인다. A는 겁에 질려 뛰어서 방으로 돌아온다.] #34 - 방 앞. [A가 초인종을 누르고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지만 응답이 없다. A는 겁에 질려 어쩔 줄 몰라 하는데 문이 벌컥 열린다.] C : (겁에 질려 있는 A를 보며) 뭐야? 왜 그래? (A의 손에 들려 있는 짐을 보며) 별로 무거워 보이지도 않는데. A : (소리치며) 왜 이렇게 문을 안 열어! 뭐했기에 문을 이렇게 안 여냐고! C : 뭐야, 바로 열었잖아. 괜히 성질이야. A : 뭐? [C는 돌아서서 거실로 향한다. A는 C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따라 들어간다.] #35 - 거실. A : (C의 뒤를 따라가며) 야, 내가 문을 얼마나 두드렸는데 거짓말 할래? [C는 소파에 앉아 있는 E의 옆에 가서 앉는다. 소파에 앉아 있던 E가 어리둥절하다는 듯 C를 한번 보고는 A를 쳐다보고 말한다.] E : (의아한 듯) 왜? A : 야, 됐고. 아, 내가 방금 뭐 봤는지 알아? 내가 이거 사가지고 여기 오는데 말이야. [A가 거실을 보고 말을 잇지 못한다. 소파에 C, E가 앉아 있고 거실 한복판에 늘어져 있던 음주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다. C, E의 발그레하던 얼굴도 정상이다.] A : (멍하니 거실을 보다가) 아니 이게 어떻게 된 거야? 원래 우리 세 명이었나? C : (어이없다는 듯 A를 바라보며) 얘들 좀 더 부르지 그랬냐. (시선을 돌리며) 황금 휴일에 비싼 방 잡고 TV만 보게 생겼네. E : (A가 사온 봉투를 확인하며) 뭐야 이게? 너 왜 술만 잔뜩 사왔어? C : 뭐? 술을 사왔다고? E : (한심하다는 듯) 도대체 뭐하자는 거야? 밥도 안 먹고 술부터 먹자고? (C를 바라보며) 나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게. (A를 흘기며) 아, 내가 진짜! [E가 문 밖으로 걸어 나간다. A가 멍한 시선이 그 뒤를 쫓는다.] #36 - 거실. [A가 멍한 표정으로 소파에 가서 앉는다. 그런 A를 C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쳐다본다.] C : A야, 너 무슨 걱정 있어? 왜 그래? A : 아, 나 기분이 이상해. 뭔가 계속 찝찝한 기분이야. 뭐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 거지? 내가 뭐 잊은 게 있나? C : 잊은 거? 중요한 거야? A : 아, 모르겠어. [C가 물을 따라서 A에게 건넨다.] C : 물 좀 먹어봐. 가끔 그런 기분 들 때 있잖아. 지금 그런가 보네. A : 그런가? C : 야, 그래도 먹을 거 아무 것도 안 사오고 술만 사오는 건 너무 했다. 하하. 그렇게 술이 먹고 싶었어? A : 아, 몰라. 정말 이상해. (C를 향해 돌아앉으며) 아까 편의점 갔다 오는데 말이야, 진짜 으스스한 게 말이야. C : (A의 손을 잡으며) 이야기 해봐, 무슨 일이야? #37 - 베란다. [A가 C에게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C는 초점 없는 눈으로 A를 바라보고 있다.] #38 - 거실. C : (다독이며) 기분 탓이야 기분. 자꾸 그런 생각을 할수록 더 그런 거야. 그냥 잊어버려. 잊는 게 가장 좋아. 알았지? (베란다 밖을 바라보며) 밖에도 이제 완전히 어두워졌네. 밖에 하나도 안보여. (양팔을 감싸며) 으으, 밖에서 누가 쳐다봐도 전혀 하나도 모르겠다. [A가 일어나서 베란다 쪽으로 향한다. 얼굴을 대고 밖을 바라본다.] A : 진짜 어둡네. 밖이 하나도 안보여. 아, 진짜 기분 탓이겠지? 오늘 정말 이상하다. [A가 돌아선다. 어느새 C가 A의 뒤에 와서 서 있다.] C : 무섭다. 커튼도 없고. A : 응, 아 그래도 계속 뭔가 허전하다. (정색하며) C야, 우리가 여기 셋 밖에 안 왔었어? 정말? C : (목을 움츠리며) 또 왜 그래? 우리 둘 밖에 안 왔잖아. 자꾸 무섭게 할래? A : 뭐? 아깐 셋이 왔다며, 둘이 왔다고? C : 야, 그만해! 소름 돋는다고! A : 아, 말도 안 돼. 분명 뭔가 빼놓은 게 있을 거야. (턱을 괴고 생각하다) 아, C야, 아까 엠티의 꽃은 기타라고. [A의 앞에 있던 카메라는 돌아서 A의 뒤로 간다. A의 앞에 있던 C는 보이지 않는다.] #39 - 거실.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 A.] #40 - 어둠. X : 뭐 잊은 거 없어? - 끝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