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초등학교 때 학교에서 꿈을 적어내라고 하면 ‘천재대통령’(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지배자? 늘 반장을 맡아 했거든요. 아마 세상 사람들의 반장이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컴퓨터박사’(캬아, 어린 나이에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이? 하지만 지금은 컴맹이라는…….), ‘왼손잡이 화가’(저는 오른손잡이입니다. 게다가 그림실력도 젬병이죠.) 등을 적어냈습니다. 그때 저에게 꿈이란 무언가를 더 잘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고등학교 일학년 때 한번은 국어시간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선생님께서 꿈을 적어오라는 숙제를 내주셨어요. 저는 ‘좋은 아빠’라고 적어냈다가 선생님께 귀뺨망이를 그냥 인정사정없이 폭풍 싸대기로 후려 맞고는 바로 찌그러졌던 기억이 있어요. 다시 써오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저는 왜 제 꿈이 ‘좋은 아빠’인지를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는 글을 적어냈어요. 오우, 그날이 바로 이 세상과 하직할 뻔한 날이 되었습니다. 반항하는 것이냐는 선생님의 사랑의 발길질 훈육 속에 제 꿈은 그렇게 ‘전문 경영인’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꿈이든 장래희망이든 포부든 간에(비록 사전적 의미에서는 다소 차이가 있을지언정 현실에서는 같은 의미로 쓰이는) 왜 그것이 직업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스물여덟이란 지금의 나이에도 여전히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둘러싸여 있지만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행복하게 사는 것이 꿈이라고 대답한다면 “어떻게?”라는 물음이 항상 따라옵니다. 좋습니다.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행복하게 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면 되니까요. 그런데 어째서 단지 수단일 뿐인 ‘어떻게’가 꿈이 되어야만 하는 것일까요? 직업으로 답을 듣고자 한다면 꿈을 위한 너의 계획은 무엇이냐고 묻는 것이 더욱 적절한 질문이지 않을까요? 꿈이 직업이란 구체화된 형태로 발현될 때는 반드시 명예욕(사회적 지위를 바라는 마음)과 강력하게 결부된다고 봅니다. 텔레비전 속 오디션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이 흔히 하는 “노래가 하고 싶어요.”라는 말. 왜 ‘노래방사장님’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을까요? “내 꿈은 내 광고가 뉴욕 타임스퀘어에 걸리는 거야”라며 카피라이터를 꿈꿨던 제 친구, “내 꿈은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는 거야”라며 배우를 꿈꿨던 과거의 인연. 모두 전형적인 명예욕이 주가 되는 꿈입니다. 명예욕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명예욕이 긍정적으로 발현되면 UN사무총장이 된다든지 국제구호단체의 장이 되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역량을 발휘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과연 명예욕이 없는 사람도 이러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명예욕이 없는 사람들은 명예가 주는 부담감으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선일 거예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사회적 윤활유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그들일 것입니다. 꿈이 직업이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왜 그 직업을 하고 싶은데?”라고 묻는다면 ‘의사’가 되어, ‘검사’가 되어, ‘기업인’이 되어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왜 ‘고아원 원장’이 되어, ‘양로원 원장’이 되어, ‘자원봉사자’가 되어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도와주고 싶다는 사람은 없는 걸까요?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데에 굳이 어떤 특정한 직업이어야만 할 필요가 있는 건가요? 어떠한 특정한 이유로 직업을 택한 것이라면 그때는 그 직업은 수단이 되는 것이고 그 특정한 이유가 꿈이 되는 것이 아닌가요? 그리고 그 특정한 이유라는 것은 다른 직업으로도 충분히 대체가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개중에는 직업자체가 주는 매력 때문에 그 직업자체를 꿈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저처럼 직업자체에 대한 매력도 크게 와 닿지 않고 명예욕 또한 그리 크지 않아 직업을 그저 꿈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요. “만약 당신의 꿈이 의사라면 당신이 의사가 된 후에는 꿈을 달성했으니 더 이상 꿈이 없는 것인가?”라는 선문답 같은 아리송한 말의 힘을 빌리지 않겠습니다. 하나의 꿈을 달성하고 나면 또 다른 꿈을 꾸면 되는 것이니까요. 그저 바라기로 누군가의 꿈이 무엇이든 간에 저의 꿈이 좋은 아빠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은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기에 좋은 아빠보다는 좋은 사람이 더 끌리기는 합니다만……. 꿈이 ‘좋은 사람’이라면 밍밍하다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이 얼마나 근사한 꿈입니까? 물론 저와 같은 사람들도 직업을 선택할 때는 적성과 흥미를 고려하여 스스로가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만 합니다. 제게 필요했던 교육, 그리고 저와 같은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꿈으로서의 직업을 찾게 해주는 교육이 아니라 꿈을 이루기 위한 단계를 준비하게끔 적성을 찾게 해주는 교육이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사실 저에게 꿈이 있다면 꿈 없이 사는 것이 꿈입니다.  고맙습니다. 김진영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