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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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그보다는 -2013-03-04 18:22
카테고리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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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문득 사람이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때가 있습니다. 며칠 전, 오랜만에 생각이나 연락했다는 옛 친구의 연락에 기분이 묘해졌어요. 괜스레 걷고 싶어져 내려야할 곳보다 한참이나 일찍 버스에서 내려 걸었습니다. 평소 시끄럽다며 싫어했던 동네 길도 왠지 제법 정겨운 것 같다는 생각이 듭었습니다. 이런 날에는 지글지글 소갈비살을 고소한 참기름에 살짝 찍어 입에 넣고는 소주 한잔을 기냥 캬악~! 털어 넣으면 끝내주는데요. 아니면 노릇노릇 뜨끈뜨끈한 오징어 파전에 막걸리 한잔을 시원하게 꺼억~! 들이키면 아우 끝장납니다. 이것도 아니라면 살아있는 냥 꿈틀거리는 오꼬노미야끼에 따뜻한 사케 한잔 마시면 추워진 몸과 마음을 단숨에 녹여버릴 수 있습니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번호부를 쏴악 훑어봅니다. 전화번호부에 제법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선뜻 용기를 내볼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사는 게 바쁘다 힘들다 어쩐다는 핑계로 소홀해지다보니 세상이 나를 등진건지 내가 세상을 등진건지 어째 머쓱해져 주머니에 도로 휴대전화를 넣습니다. 어쩐지 자꾸 혼자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홀로.jpg

 

 

 

 사람관계라는 것이 꾸준함을 기본으로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관계가 일정하지 않다면 그 관계는 언제 바뀌어도 바뀔 수 있는 것이지요. 그 사이에서 나 개인의 부주의인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숙명인지 모르겠지만 이미 달라져버린 관계들이 꽤 있습니다. 어떤 것은 놓아야만 하는데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잊히는 것이 제가 잊는 것보다 싫은 것을 보니 제 스스로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은 참 괴이해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런 괴이한 인생에서 학습을 통한 것들이 아닌 날것을 좋아하기로 했습니다. 조건의 필요가 아닌 감정의 필요에 따라 관계를 맺고자 했습니다.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느낄 수 없는 것은 아니고, 느낄 수 없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니까요. 계산 없이 덤덤하게, 오직 마음이 자유롭기만을 희망합니다. 그렇게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돌아서면 없는 듯 잊고 살다가도 다시 만나면 봄 햇살 마냥 반가운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남들이 어떻게 가든 제 방식대로 느리지만 착실하게, 부지런하되 속도를 내지 않고 가보려고요.

 

 예전에 써놓았던, 지금 마음을 대변하는 글을 소개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김진영이었습니다. msn040.gif

 

 

 

그보다는 -

 

 

 

자주 볼 수 있게 가까운 거리에 사는 친구가 있으면 좋겠어.

그보다는 마음의 거리가 가까운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큰 욕조가 있고 뜨거운 물이 잘 나오는 집이 있으면 좋겠어.

보다는 작은 집이라도 함께 하는 아내가 있으면 좋겠다.

 

책방이 있고 그 안에 좋아하는 책들이 가득 있으면 좋겠어.

그보다는 그 지식과 지혜가 내 안에 가득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면 좋겠어.

보다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스스로에게 떳떳할 수 있으면 좋겠다.

 

수많은 갈등과 의문 속에서 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

그보다는 다 잘 되리라는 확신이 있으면 좋겠다.

 

고뇌하며 진리를 찾아가는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어.

그보다는 자유롭게 삶을 즐기며 진실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다.

 

 

그보다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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