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유적
예술을 인간다움을 향한 순수하면서도 숭고한 결정체라 생각하기도 하고, 자기들만의 문화에서 더욱 공고해지는 어쭙잖은 허영이라 생각하기도 합니다. 여전히 잘 모르지만 경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예술은 실재하지 않더라도 황홀경은 실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기 때문입니다. 직관적인 구상 작품, 채도가 낮은 작품, 기술 완성도나 성의가 보이는 작품, 내면을 자극하여 생각하게 하는 작품을 좋아합니다. 산다는 건 삶의 답을 찾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예술을 한다는 건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일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질문에 의미를 부여하며 일상 속 문화공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장소 : 간송미술관- 위치 :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로 102-11 간송미술관 / 서울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에서 버스&도보로 10분 거리 - 방문 일자 : 2025.05.24
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간송미술관에 다녀왔어요. 간송미술관은 서울 성북구에 위치한 미술관으로,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미술관이에요. 최초라는 것에서 느껴지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에 흥미가 생기시지 않나요? 더욱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훈민정음해례본을 포함한 수많은 국보와 보물을 보유하고 있는 미술관이기도 합니다. 어때요, 충분히 의미를 부여하고 한 번쯤 방문해볼만 한 곳이죠?
간송미술관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라는 문희정 작가님의 책을 통해서였어요. 이 책은 서울 시내 미술관과 갤러리를 친근감 있게 소개한 책인데요. 책에서 작가님은 일생동안 후회하며 두고두고 곱씹게 될 순간처럼, 간송미술관은 때를 놓치면 안 되는 미술관이라고 표현하셨어요. 그도 그럴 것이 간송미술관은 상설 전시를 운영하는 곳이 아니고 개방 기간이 일 년에 두 번, 그것도 한 번에 대략 이 주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때를 놓치면 정말 보고 싶어도 볼 수가 없는 곳이거든요. 살면서 때를 놓치고 후회하는 게 한둘이겠냐마는 노력해서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러고 싶어서 매 전시에 방문하려고 하고 있어요.

기분이 좋아지는 날씨였어요. 적당히 선선했고, 간간히 시원한 바람이 불었고, 하늘은 파랗고 땅이 푸르른 것이 쨍하니 눈에 담기는 그런 날이었어요. 지인과 함께 버스에서 내려 간송미술관으로 향해 가는데 옛 생각이 났어요. 지금은 시간별로 예약 후 방문할 수 있어 따로 줄을 서지 않지만, 전에는 오는 순서대로 입장을 하다 보니 버스정류장부터 미술관까지 길게 줄이 있었거든요. 2~3시간을 줄 설 때도 있었고, 그래서 사람들끼리 맛집 대기 시간 팁을 공유하듯 방문 시간 팁을 공유하기도 했어요. 줄을 서며 같이 방문한 지인과 신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같이 줄 서는 어른들께서 “학생들이 참 이야기를 재밌게 하네.” 하시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는 정겨운 시간이었어요.

처음 방문하시는 분이라면 생각보다 작은 규모에 ‘에게?’하고 놀라실 수 있어요. 요즘 미술관은 대체로 규모가 다 크기도 하고, 공간 자체로 전달하는 서사도 있으니까요. 간송미술관은 시설복원을 통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그런 쪽으로는 부족한 느낌이 있고, 더욱이 한국 고미술은 우리에게 친숙한 것도 아니어서 직관적인 감동을 얻기 힘들기도 하고요. 그래서 저는 전시사전교육 프로그램을 신청해서 들었어요. 혼자 준비 없이 와서 봤다면 5분 컷으로 끝났겠지만,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사전교육을 들음으로 해서 보다 의미를 부여하며 전시를 즐길 수 있었어요. 이번 전시는 ‘선우풍월,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이라는 조선시대부터 근대까지의 선면 서화를 다룬 전시였어요. 우리 선조들은 여름에 부채를 선물하며 마음을 나누고, 부채에 글과 그림을 넣어 미술품으로써 풍류를 즐기기도 했다고 해요. 교육을 진행해 주시는 선생님은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일정한 속도로 작품설명을 해주셨는데요. 화면을 넘길 때 외에는 모니터를 보지 않으셔서, 어떻게 저렇게 침착하게 다 외워서 말씀을 하실 수 있는지 감탄하며 들었어요.

제가 작품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 작품 사진은 없어요. 대략적으로나마 미술관의 느낌을 공유하려고 사진을 찍어봤어요.

사진에 보이는 저기 저분이 여기 간송미술관을 세운, 간송 전형필 선생님입니다. 선생님의 호를 따서 ‘간송’미술관인 거지요. 간송미술관을 좀 더 의미 있게 볼 수 있도록 간송 전형필 선생님을 소개해 볼게요. 전형필 선생님은 1900년대 초중반 시기의 인물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모두 겪은 격동의 시기 속 인물이에요. 당시 선생님은 엄청난 유산을 물려받은 어마어마한 부자셨대요. 여기서 대단한 것이, 그 많은 재산을 일본 등 해외로 유출되는 우리 문화재를 보호하기 위해 수집하는데 다 쓰셨다고 해요. 그 여파로 말년에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하고요. 2020년에는 간송미술관이 재정난에 시달려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는 일도 있었어요. 결과적으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구입을 하면서 일단락되었지만, 부자로서 편안한 삶을 사실 수도 있었을 텐데 전형필 선생님과 그 후손 분들의 숭고한 노력이 크게 다가왔어요. 지금 우리는 그분들의 숭고한 노력에 힘입어 지금의 문화유산을 향유하고 있는 것이에요. 멋져... 고맙습니다.

나오는 길에 뒤를 돌아 찍은 간송미술관, 보화각(보배를 두는 집)의 사진입니다. 어떻게 이제는 조금은 달리 보이실까요? 전에는 전형필 선생님의 유지를 이어 무료로 개방되는 미술관이었지만, 지금은 성인 기준 5천원의 관람료를 받고 있어요. 주차장도 무료였지만 지금은 유료로 변경되었고요. 그렇지만 이곳의 의미를 생각하면 여전히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후원은 못해도, 도록은 사야지 하고 있어요. 참고로 2024년부터는 대구에 대구간송미술관이 개관하여 간송미술관의 여러 문화재를 관람하실 수 있어요.
비둘기가 우는 성북동에 가면 참 좋아요. 여러 즐길 거리가 참 많아요. 근처에 사는 지인에게 “너네 동네 비둘기가 우는 성북동은 참 좋구나.” 하면 그 성북동이 아니라고 몇 번을 말하게 하냐고 핀잔을 듣지만, 그 진한 여운이 자꾸만 비둘비둘하게 만들어요. 일 년에 두 번, 간송미술관에 갈 때면 함께 근처에 있는 여러 곳을 둘러보는데요. 다음에 기회가 되고, 마음이 내킬 때 다시 또 소개해 볼게요. 가을에 있을 전시에 또 갈 생각입니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님의 말을 빌려 인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간송문화 제96권, 선우풍월(부채,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누는 벗) 인사말 中>
전시의 부제처럼, 부채는 바람과 달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벗으로서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옆에서 함께 해왔습니다. 부채가 전하는 우리 선조들의 풍부한 문학적 언어와 아름다운 그림들을 통해 마음에 청아한 바람을 들이시길 바랍니다.
- 간송미술관장 전인건 中
▶ 함께 소개하는 것 1. 간송미술관 홈페이지 - https://kansong.org 2. 이충렬 작가님의 책, 『간송 전형필』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0595618 3. 문희정 작가님의 책, 『나는 미술관에 놀러간다』 -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0011295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