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훌륭한 삶이란 사랑에 의해 고무되고 지식에 의해 인도되는 삶이다.’ 책을 통해 알게 된 가장 좋아하는 문장이자, 제 삶의 지향점이 된 글입니다. 책 읽기를 통해 새로운 지식을 알게 되는 것, 지식을 통해 저만의 지혜를 만드는 것, 해보지 않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아름다운 문장이나 생각을 만나 고양감을 느끼는 것을 좋아합니다. 책 전반에 대한 소개가 아닌, 제게 좋은 자극이 되었던 점을 소개하며 생각과 경험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 제목 :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 작가 : 김정선 - 출판사 : 도서출판 유유 - 출판일 : 2016.01.24(초판) - 읽은 시기 : 25.06
안녕하세요, 김진영입니다.
일상에서 그 사람의 문장만으로 좋아지는 사람이 있어요. 맞춤법을 잘 지키는 사람, 적확한 언어를 사용해서 자기 생각을 명확하게 전달하는 사람, 풍부한 어휘를 사용해서 다채로운 감성을 표현하는 사람이요. 예를 들면 “내일 뵈요.”가 아닌 “내일 봬요.”라는 문장을 사용하는 사람, ‘조치’와 ‘조처’를 구분하여 사용하는 사람, 같은 빨간색을 말하더라도 어떨 때는 ‘빨갛다’로 어떨 때는 ‘불그죽죽하다’로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우선은 예쁜 문장을 구사하지는 못하더라도 틀린 문장을 구사하지는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책은 문장 속 어색한 표현을 다듬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이 책의 작가님은 오랫동안 교정교열 일을 하신 분인데요. 작가님이 일을 하실 때 어떠한 문장을 어떻게 교정하시는지 그 기준과 사례를 담고 있어요. 예를 들면 문장 속에 굳이 없어도 되는 데 쓰고 있는 표현이라든지, 잘못 쓰여 문장을 어색하게 만드는 표현이라든지 등이요.
출판사의 책 소개 글 중 일부를 옮겨봅니다.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는 20년이 넘도록 단행본 교정 교열 작업을 해 온 저자 김정선의 책으로, 어색한 문장을 훨씬 보기 좋고 우리말다운 문장으로 바꾸는 비결을 소개한다. 자신이 오래도록 작업해 온 숱한 원고들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어색한 문장의 전형과 문장을 이상하게 만드는 요소들을 추려서 뽑고, 어떻게 문장을 다듬어야 하는지 요령 있게 정리했다. 저자는 좋은 문장을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필요 없는 요소를 가능한 덜어내는 것이라고 말한다. ‘-적’, ‘-의’, ‘-들’과 같은 말만 빼도 문장이 훨씬 좋아진다는 것. 이 밖에도 문장을 쓸 때 주의해야 할 사동형과 피동형 문장, 지시 대명사의 사용 등 우리가 편안한 우리말 문장을 지을 때 염두에 두어야 하는 내용을 살뜰하게 정리해, 글을 쓰는 이들에게 두루 도움을 주고자 했다.
책은 아주 쉽게 읽을 수 있어요. 문장 교정이라니 뭔가 어려워야만 하는 느낌인데, 좋은 문장으로 글을 쓰면 책이 이렇게 술술 읽힐 수도 있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분량도 200page 정도로 많지 않고, 설명도 어렵지 않게 되어 있어 막히는 부분이 없어요. 구성도 소설과 설명+예시가 번갈아 나오는데, 지루하지 않고 흥미를 불러일으키며 집중할 수 있어요. 제 경우에는 한 번에 쭉 읽지 않고, 부분으로 쪼개어 음미하면서 예시를 풀이해 가며 읽었는데요. 확실히 전보다 문장이 깔끔해지고,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명료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물론 하루아침에 다 뜯어고칠 수는 없겠지만, 책의 내용을 계속 생각하고 주의하다 보면 점점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생기더라고요.
좋았던 부분을 일부 공유해봅니다.
1. 어느새 불콰해진 친구 엄마가 친구는 물론 싫다고 버티는 나까지 무릎에 누이고 포도주를 한 대접이나 억지로 먹였다. (p.35) : 국어사전에서 ‘불콰하다’는 얼굴빛이 술기운을 띠거나 혈기가 좋아 불그레하다는 뜻이더라고요. 처음에는 불쾌해졌다는 건가 했다가 뜻을 찾아보고는 새로운 표현을 배워 좋았어요. ‘어느새 술에 취한’이나 ‘어느새 얼굴이 붉어진’이란 일상 표현이 아닌, 조금은 생소하지만 둘의 뜻을 모두 아우르는 작가님의 문장 구사력이 좋았어요.
2. 외국어에서 온 표현이라도 더 다채로운 한국어 표현을 위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외려 장려해야 하지 않을까. 다만 한국어 표현을 어색하게 만든다면 굳이 쓸 필요 있겠는가. 앞에서도 말했듯이 한 글자라도 더 썼다면 그만한 효과가 문장에 드러나야 한다. 게다가 다른 언어에서 빌려 온 표현을 쓰기까지 했다면 더 말할 필요 없겠다. (p.56) : 자주 쓰는 말 중에 ‘~에 대한’, ‘~적’이 있어요. 예전에 ‘~에 대한’은 about의 번역체이고, ‘~적’은 일본식 한자 표현이라는 글을 읽고 일상에서 가급적 사용을 자제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 글을 읽고 무조건 사용을 자제해야겠다가 아니라, 표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언어를 사용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3. 지적인 문장이 아니라 지적으로 ‘보이는’ 문장이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지적으로 보이게끔 포장하지만 사실은 게으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p.69) : 예시로 2번에서 말한 ‘~에 대한’과 ‘~들 중 하나’ 등이 있어요. 저도 자주 쓰는 표현인데 없어도 무방한 문장에서는 사용을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추구하는 글쓰기와 결이 같기도 하고요.
4. 흔히 주격 조사 하면 ‘은, 는, 이, 가’를 꼽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가’만이 주격 조사고 ‘은, 는’은 보조사다. (p.79) : 생각해 본 적 없던 부분이라 새로운 지식을 얻어 좋았어요. 책에서 예시를 든 것으로 ‘내가 말했다’와, ‘나는 말했다’는 엄밀히 말해 다른 뜻을 갖는 문장이라는 건데요. 이러한 미묘한 표현의 차이로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보다 분명해지거나 반대로 모호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5. 말하듯이 글을 써야 자연스럽게 읽혀서 좋다고들 하지만, 여기서 ‘말하듯이’는 구어체로 쓰라는 뜻이지 말로 내뱉는 대로 쓰라는 건 아니다. 말은 말이고 글은 글이다. 말에는 말의 법칙, 곧 어법이 있고 글에는 글의 법칙, 곧 문법이 있다. 지켜야 할 규칙이 엄연히 다르다. (p.82) : 저는 글을 쓰고 나면, 문장을 소리 내어 읽어보는 버릇이 있는데요. 제 문장의 호흡이 실제와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에요. 이 부분을 저는, 제가 쓴 글이 제 호흡에 꼭 알맞다고 해서 다른 사람에게도 잘 읽히는 글은 아니라는 뜻으로 받아들였어요. 흔히들 많이 하는 착각으로 자기가 쓴 글은 자기는 잘 읽히니까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러한 부분을 주의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6. ‘표준적인 문장’ 같은 건 없노라고 말이죠. 정답 같은 건 없습니다. 그건 심지어 맞춤법도 마찬가지입니다. 맞춤법이란 그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만든 규칙일 뿐이죠. (p.99) : ‘짜장면’이라는 말이 제가 어렸을 때는 비표준어였지만 이제는 표준어인 것처럼 말도 쓰임에 따라 그 규정됨이 변해요. 중요한 것은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어떤 규칙을 사용할 것이냐, 그러면서도 어떻게 저만의 문장을 구사할 것인가라고 생각했어요. 어떤 글이 뛰어난 글이냐 하면 온전히 점수화할 수는 없지만 보편적인 경향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부분을 채워나가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7. 우리말의 시제는 과거, 현재, 미래뿐이어서 한 문장에 과거형을 여러 번 쓰면 가독성도 떨어지고 문장도 난삽해 보인다. (p.176) : 잠깐 ‘난잡’의 오자인가 생각했지만, 그럴 리 없다는 생각에 뜻을 찾아보니 ‘난삽하다’는 글이나 말이 매끄럽지 못하면서 어렵고 까다롭다는 뜻이었어요. 새로운 어휘를 배울 수 있어 좋았고, 생각해 보니 ‘문장이 난잡하다’는 맞지 않는 표현인데, 제가 좋은 문장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어휘력이 필수겠다고 생각했어요.
8. 접속 부사는 삿된 것이다. : ‘삿되다’는 보기에 하는 행동이 바르지 못하고 나쁘다는 형용사입니다. 문맥상 어떤 뜻이라고는 짐작은 되나 정확한 뜻은 검색해 보고 알았는데요. 왜 이렇게 모르는 어휘가 많은 것인지 책을 많이 읽어야겠어요.
이 책은 전 회사에서 사내 공지를 작성하는데, 제 글이 너무 이상하다며 팀 선배에게 추천받아 사게 됐어요. 또 당시에 팀장님은 제가 보고서를 너무 못 쓴다며 교육을 추천해 주기도 했는데, 교육 과정에서 제공해 준 책 이름이 『부장님은 내 기획서가 쓰레기라고 말했지』였어요. 평소 글을 나쁘지 않게 쓴다고 생각했던 터라 적잖은 충격을 받았었죠.
그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렇게 글을 다시 쓰게 되면서,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다시 읽어봤어요. 문장가의 꿈을 갖고 구매한 이오덕 작가님의 『우리글 바로쓰기』, 고종석 작가님의 『고종석의 문장』, 이태준 작가님의 『문장강화』와 비슷한 유형의 책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직 읽어보지 않아 정확한 비교는 불가하지만, 일단 책의 외견에서 두께는 상당한 차이를 보입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휘뚜루마뚜루 읽어보실 수 있을 거예요. 직장에서 메일이나 보고서를 쓰거나, 일상에서 메모나 편지를 주고받을 때 분명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고맙습니다.
▶ 함께 소개하는 것 1. 김정선 작가님 인터뷰 -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5/00000028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