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좀 센가요? 혹 눈살을 찌푸리셨다면 죄송하옵니다. 허나 소인의 미천한 수준으로는 이보다 더 적합한 단어를 찾을 수가 없었사와요. 그리고 약간의 변명을 덧붙이자면... 짜자잔!
자그마치 국립국어원의 신어 자료집에 수록이 되어 있는 단어입니다! 이런 전차로 제목을 적은 것이니 정상참작 부탁드려요:)
서론이 길었어요. 얘가 도대체 뭔 소리를 하나 하셨을 분들을 위해 서둘러 본론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시 한번 제목을 언급해야 할 것 같아요. 여러분, 저는 죽순이입니다. 그것도 아주 심각한 죽순이에요. 죽순이 of 죽순이랄까요? 그렇다면 제가 대체 어디에 죽 머물러 있느냐!
네, 그래요. 놀판입니다. 저는 요즘 놀판의 죽순이가 되었답니다. 취업준비 때문에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데, 이놈의 놀판 때문에 취업은 전혀 준비되지 않고 있어요. 자소서 한줄 쓰고 놀판, 직무 소개 한번 보고 놀판, 자격증 하나 입력하고 놀판... 뭐 이런 식입니다. 미친 것 같아요. 그런데, 무언가에 미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신나는 일인지요! 오늘은 또 무슨 글이 올라왔을까, 이번주엔 또 어떤 모임이 있을까, 이번엔 또 어떤 분을 만날까... 이런 기대와 기다림으로 매일매일이 풍요롭습니다. 흔히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신이 나요:)
사실 전 이것저것 재고 따지고 고민하고 한번 더 생각하는 게 습관인 사람이에요. 그래서 고민만 하다가 시작을 못하는 일들이 태반이지요. 그 흔한 동아리 활동 하나도 못해봤어요. 이게 걸리고 저게 걸려서 머뭇거리다가 모두에게 외면받는 3학년이 되었답니다. 놀판도 그렇게 손 틈새로 흘려보낼 수도 있었어요. 그럴 뻔 했었지요. 다른 이의 소개로 알게되어 들어와 본 놀판은, 흥미로웠지만 낯설었어요.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제가 범접할 수 없는 공간 같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전 바빴어요. 몸도, 마음도 모두요. 어떤 모임을 시작할 만큼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그러했어요. 그렇게 놀판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두달, 전 오늘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그 사이 오프라인 모임도 두번이나 나갔고, 글도 제법 썼던 것 같아요. 남들이 들으면 그게 뭐 별거냐 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서는 놀라운 변화입니다. 항상 '-때문에'를 붙들고 살아왔던 제가 '-임에도 불구하고'를 선택한 것이니까요.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에요. 물론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습니다. 가입인사를 하고 첫 글을 쓰기까지 한달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글을 쓸 용기가 나지 않았거든요. 그 시간 동안은 그저 구경꾼으로, 이방인으로 머물러 있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비가 왔고, 비에 홀려 글을 썼습니다. 쓰고보니 별게 아니더군요. 그냥 쓰면 되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 별거 아닌 일을 하고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한순간에 이 곳이 남의 공간에서 제 공간이 되더라구요. 그렇게 전 구경꾼에서 죽순이로, 이방인에서 놀판인으로 환골탈태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전 매우 즐겁습니다:)
글재주가 없어 쓸데없이 길어졌는데,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는 간단합니다. 쓰고 보니 별게 아니더라, 그냥 쓰면 되는 거더라... 딱 이거에요! 이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두달 전의 저처럼 망설이고 주저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이 계신 거 같아서요. 저는 놀판을 통해 좀 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그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매일 200분 이상이 놀판에 다녀가신다고 들었는데(맞나요, 김진영님? 틀렸다면 정정해주세요!), 올라오는 글은 많지 않아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목소리를 들려주세요! 우리 같이 놀아보아요!
글이 너무 길었습니다. 짧으면서도 임팩트 있는 글을 쓰고 싶은데 내공이 부족하네요. 마지막으로 '죽순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다가 발견한 영어와 한자를 소개하고 마칠게요.
자, 먼저 영어에요.
이거야말로 저의, 저에 의한, 저를 위한 숙어 아닌가요? 참 묘하게 맞아 떨어지네요ㅋㅋㅋ
자, 다음은 한자에요.
 한자는 굳이 코멘트하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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