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만남 후기 담당 snowall입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운전과 후기였네요.
이번 모임에는 김진영님, 현맨님,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모여 침흘린책 님을 만나러 울산으로 갔습니다. 울산으로 출발하려면 저 혼자 가면 안되고, 다른 두명을 모아서 가야 했기 때문에 월요일 아침 첫 동이 튼 직후, 서울 외곽순환 고속도로를 타고 인천 계양까지 달려갔습니다. 원래 계양에 9시쯤 도착하려고 했는데, 출발부터 꽉 막힐줄 알았던 고속도로가 계양 인터체인지 이후에서부터 막히는 바람에 8시 10분쯤 현맨님 집 근처에 도착했고, 기름통을 가득 채운 후 현맨님 집에 도착했더니 8시 30분이네요. 잠시 기다려서 오랜만에 만나는 현맨님을 차에 태운 후 경인고속도로로 가다가 말고 꺾어서 국도를 타고 영등포로 갔습니다. 말씀드렸듯이, 고속도로가 계양에서부터 막히기 때문에 경인고속도로로 올라가는 것은 세명의 사람과 한대의 차가 두시간 정도 추가로 고생해야 하는 안좋은 선택입니다.
10시에 만나자고 했는데 영등포에 9시 40분쯤 도착해버린 김진영님은 현맨님에게 전화를 걸어 아무도 성냥을 사주지 않는다며 우울한 목소리로 차가운 서울 인심을 전달했고, 저는 담배를 같이 팔아보라는 컨설팅을 해 주었습니다. 사실은 저희들도 9시 40분쯤 영등포 역에 도착할 수 있었는데 이번에 청와대에 취직하신 박근혜 대통령이 친구들에게 자랑한다며 많은 사람들을 국회로 부르는 바람에 인근 도로가 꽉 막혔습니다. 그 참혹한 교통 지옥을 뚫고 영등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어버린 10시 01분. 그러나 김진영님은 얼어붙은 얼굴을 녹이며 따뜻한 미소로 늦은 저희들을 반겨주었고, 차에 올라탔습니다.
울산으로 가는 길은 경부고속도로-영동고속도로-중부내륙고속도로-대구 국도-경부고속도로 이렇게 탔습니다. 그 사이에 아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 같은데 어쩐지 기억은 안나네요. 그 이후에 있었던 침흘린책님과의 대화가 너무 인상 깊었나 봅니다. 어쨌든,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 10시에 출발한 자동차가 오후 5시쯤 울산에 도착했습니다. 정신줄을 놓고 있다가 도로 하나를 잘못 타서 1시간 더 걸렸네요. 울산에 도착하긴 했는데, 어쩌다보니 울산이 큰 도시라는 것을 '체험'하게 되었죠. 오후 5시에 울산에 진입했는데, 침흘린책 님이 계신 직장까지 가는데 1시간 넘게 더 걸릴줄은 상상도 못했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6시 30분 쯤 예술관 주차장에 차를 대고 침흘린책님이 퇴근하여 도착하시기를 기다렸죠. 15분 정도 더 기다려서 침흘린책님이 예술관 로비에 도착하셨습니다. 나이와 얼굴이 잘 일치하지 않는 동안을 갖고 계신 침흘린책 님은 저희를 보자마자 반갑게 악수를 청하셨고 어려운 분이면 어쩌나 하는 개인적인 걱정은 따뜻한 악수에 다 녹아내렸습니다.
- 침흘린책님께 드린 작은 선물, 빨갛다 님의 색 보정 후 -
예술관 지하에 있는 중국 음식점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살아가면서 입과 귀가 동시에 호강하는 기회는 흔치 않은데, 이번에 맛있는 음식과 재밌는 이야기를 동시에 듣게 되는 호사를 누렸네요. 제가 어휘가 부족하다보니 이 요리들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나타낼만한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만,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2차로 치킨&맥주를 마시며 흥미롭고 즐거운 이야기들을 해 주셨습니다.
- 맛있게 먹었던 코스 요리 -
수만명이 일하는 커다란 직장에 다니고, 세 아이를 키우고, 블로그에 소설을 연재하는 여러 일들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조만간 조직 생활을 하게 될 저희들에게 직장 생활의 비결, 언젠가(?) 아이를 키우게 될 저희들에게 아이들 키우는 비결, 글을 잘 쓰고 싶지만 욕심만 앞서는 저희들에게 글을 쓰는 비결 등을 이야기 해 주셨습니다. 특히,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순서대로 처리하라는 충고가 와닿습니다. 순서가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 치즈에 찍어먹는 치킨 퐁듀 -
좀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는데 침흘린책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저희만 있는게 아니라, 아쉽지만 자정도 넘기기 전에 침흘린책님을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가시질 않고, 저희에게 마지막으로 울산의 바다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 울산 앞바다 -
사실 이 때 바다를 감상하고 돌아와서 사소한 문제가 생겼습니다. 원래는 10시간동안 운전을 하여 너무 피곤하니까 1시간만 차에서 쉬고 올라가려고 했는데요. 숙소를 잡아서 자고 갈까 생각했는데 비용 문제도 있고, 침흘린책님을 만난다는 목적은 달성했기 때문에 올라가긴 해야겠고, 그래서 1시간만 쉬고 가려고 했는데 그만...
주차장 셔터가 00시 30분에 닫히고 말았는데, 그 시점을 놓치고 차에서 쉬고 있었던 저희들은 새벽 1시에 정신을 차렸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문은 닫혀있고 주차장 출입구를 올라갔다가 후진으로 기어내려오는 삽질도 했습니다. 그래서 다시 주차장에 차를 대고, 다행히 사람의 건물 출입은 가능했기 때문에, 밖으로 나가서 따뜻한 음료수를 하나씩 사서 돌아왔습니다.
어쨌든, 주차장 공조기 소리가 시끄럽긴 했지만, 기왕에 이렇게 된거 푹 잤습니다. 새벽 5시 30분에 맞추어둔 알람과 함께 시동을 켜고 주차장 출구로 질주했습니다. 다행히 그 앞에서 10분간 기다린 결과, 새벽에 출근하신 직원 분께서 주차장 문을 열어주셨고 드디어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지하 기지에서 출동하는 독수리 오형제의 기분을 (저 혼자) 만끽하며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서울로 올라갈 때는 김진영님이 두 시간 정도 운전을 도와주셨습니다. 덕분에 차에서도 푹 쉬었네요. 올라가면서 또 이런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침흘린책님으로부터 아침에 연락이 와서 해장국을 사주지 못하신 아쉬움을 전달받았고, 저희는 길일을 잡아서 울산에 다시 한번 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올라갔습니다.
2박 3일같은 1박(?) 2일을 보낼 수 있게 도와주신 침흘린책님께 다시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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