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용~ 모두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고 계시겠지요? 저도 간만에 칼퇴 뙇~!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따듯한 시간을 보내서
기분이 쫗네요. 크리스마스로 넘어가는 새벽...
snowall님, brehme님, 김진영님, 그리고 저. 이렇게 대전으로 놀판여행 다녀온 후기를 써 볼까합니다.

바람 쐬러 떠나는 놀판여행 놀판은 무엇보다 면밀히 여행 계획을 세우는 것부터 스트레스받지 않아 좋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꼭 무얼 해야만 한다는 틀도 없습니다. 그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거죠. 뭐, 딱히 특별한 불만이 없는 일상이거나 답답한 이유가 없더라도, 가벼운
마음으로 좋은 사람들과 생각지 못한 해프닝이나 감동, 새로운 만남, 자유를 느낄 수 있을 거에요. 그렇다고 계획없이 여행에
대한 기대를 전혀 하지 않는 건 아닌데, 무엇을 상상하던 그 모든 것 이상을 보게 되니 재미가 배가되는 것 같네요. 헤헤. 설레는 여행의 시작, 서울역 저, 정말 간만에 기차를 타고 떠나요! 우연히 역사 어느 가게에서 영국서 즐겨 먹던 토마토스프 한 그릇을 후루룩 마셨고요.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그간 잠시 멈춰둔 공상을 합니다. 이따금 창밖을 응시하면서 재미있는 생각도 해보고 혼자 미소를
짓기도 해요. 창밖의 스치는 풍경에 생각들을 흘려보내며, 순간 소소한 즐거움에 벌써 기분 전환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운수 좋은 날, 대전역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대전역에 도착했습니다. 행여 픽업하러
오셔서 너무 오래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르겠다는 걱정에 서둘러 전화를 걸었지요. 통화연결음이 한참 지나고 겨우 연락이 닿았는데요. 김진영님과 brehme님은 버스터미널에서 snowall님을 1시간 반째 기다리고 계시다했고, snowall님은 저더러 지하철을 타고 월평역으로
찾아오라고 하셨습니다. 으어... 행복은 역시 잠시, 순간, 일초. 어쩐지 오늘 운수가 좋더니, 운수 좋은 날, 김첨지에 빙의를 해서… 터벅터벅 지하철역으로 향해갔습니다. 역시 놀판, 월평역 11개 역을 지나서 월평역에 도착. 문득, 지난 놀판여행의 악몽들이 새록새록 되살아났지요. 2012 청주, 대전, 광주, 군산, 2013 대구, 울산… 에
이어서 다시 대전이라니! 근데 피식 웃음이
나오더라고요. 그래요, 놀고싶은 판만
짜주는 놀판! 무엇이든 평탄하게 진행된다면 여행의 참 묘미가 없겠지요. 는
무슨… 회사 출퇴근하는 정거장보다 많았고요, 월평역에
도착했을 땐, 20여 분이 더 걸린다고 말씀하셨드랬죠. snowall님을
생각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어요. 후훗. 월평역 근처에 오셔서는 길 건너서 버스정류장으로 오라고 하셨는데, 에효- 정류소가
안 보이길래 그걸 어떻게 아냐며 제가 좀 뾰족하게 굴었죠.. 죄송해요! 늘 편하게 대해주시는데, 버릇없이 마음껏 투덜댔네요. 차 문을 열자마자 snowall님 멱살을 움켜쥐었습니다. 플레이버거런던그린라벨 배고프다고 떽떽대는
저.. snowall님은 대전에서 입소문이 나 장사가 잘된다는 수제버거 가게로 데려가 주셨습니다. 우와- 그린컬러와 영국스타일을 포인트로 꾸며진 가게였는데요, 아기자기하고도 세련된 인테리어에 두 눈이 즐거웠습니다. 아울러
입이 즐겁게, snowall님께서 맛있는 수제버거를 대접해주셨습니다.
멱살잡이가 효과를 본 것 같기도 하고… 무튼 우걱우걱 맛있게 먹으면서 별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무지 허기졌던 터라,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 도통 기억이 나질
않네요. 그렇게 배불리 먹고 별을 보러 떠났지요. 고고!



오리들이 그렇게 유명하다는 카이스트 맑게 개인 하늘을 보며~ 카이스트 드라마가 자연스레 떠오르더라고요. 풉. 어둑어둑 밤이 내린 거리, 카이스트 교정을 가로질러 천문대를 찾아갔습니다. 건물이 동서남북 구역별로 조성이
잘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눈에 띄는 것은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곳곳에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연구실 풍경이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snowall님이 물리 연구를 하고 계시는군요! 야경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진을 좀 찍을 걸 아쉽네요. 아! 보고 싶었는데... 유명한 카이스트 오리는 궁뎅이조차 못봤지말입니다. 별 볼 일, 대전시민천문대 천문대의 입구에 도착해, 약간 경사가 있는
산길을 오릅니다. 헥헥-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천문대 건물이 보입니다. 구름이 낀 추운
날씨에도, 어린이, 청소년, 커플 등등 사람들이 은근히 있었답니다. 연말이기도 하고 겨울에 별이 제일 잘 보인다고 하니까 그런가보옵니다. 
먼저, 내부 전시실을 쓰윽 둘러보는데, 태양수금지화목토천해명 태양계 운행을 보여주는 모형, 달의
운행, 망원경 설명, 행성마다 다른 중력 저울 체험대 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놀판여행의 주 목적!! 하늘을 향해 뚫린, 주관측실에서는 굴절망원경으로
금성을 볼 수 있었습니다. 렌즈 앞에서 눈을 찡긋찡긋거리며 별을 더 잘 보고자 초점을 맞췄지요. 행성 전체의 둥근 모습을 본 것이 아니라, 손톱이나 초승달과 같은
형태를 관측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해요~ 아울러, 보조관측실에서는 좀생이별, 금성, 카펠라, 이렇게 세 가지 별들을 관측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말 유치하다고 생각하지만, 별이 다이아몬드와 같이 찬란하고
예쁘더라고요~! 반짝반짝- 
그리고 지하에 위치한 천체투영실에서 투영기로 돔 천장에 빔을 쏴, 밤하늘과
똑같이 가상 별들을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황도 12궁, 4계절 별자리, 천체의 운행 등 이야기가 함께 곁들어졌는데요. 어두운 공간에 객석 의자 등받이를 뒤로
젖혀 편하게 누워서 아름다운 밤하늘을 즐길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치만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일정 시간동안은 투영실 출입이 제한되는데, brehme님이 시작 전에 나타나지 않으셨지요. 띠로리- 처음 놀판여행에서 우째 이런 일이… 김진영님이 몰래
버리고 온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세 명만 먼저 감상하게 되었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는데, 별
두 개를 이어 쌍둥이자리, 두 개를 이어 작은개자리, (또는
개뼈다귀 모양)라는 설명에 그만 웃음이 빵 터져버렸습니다. 그럼 저 별 하나 찍어 누구라고 하면 되는 거 아니겠느냐, 다
이어서 그리면 되겠다고… 흐허허. 낭만이 없어요. 30여 분 뒤, brehme님과 재회해서
별 음악회와 시 낭송을 감상하러 다시 천체투영실을 방문했습니다. 그런데 M사 뉴스에서 크리스마스에
선보일 영상 촬영을 한다는데, 어떤 사전 동의나 협조 요청도 없이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더라고요. 양해를 구하는 게 먼저 아닌가 괜한 반항심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마냥 티비에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관측실에서도
조명을 눈부시게 켜고 촬영을 하셨드랬죠. 제가 심술이 나서, 두 눈만 빼고 얼굴을 모조리 다 가리고 보았네요. 흐하하.
음악과 별 헤는 밤 곧이어 돔
천장의 별이 있는 밤하늘과 함께,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아이들의 플룻과 바이올린 연주가 시작되었습니다. 조금은 서툰 솜씨일지도 모르지만, 미래의 음악가를 꿈꾸며 감미로운 선율을 만들어내는 고사리손을 보는데 약간
짠한 감정이 드는 건 왜일까요. 무보수 자원봉사라고 들었는데요, 저는 연습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저
본인들이 악기를 잡고 연주하는 순간순간만큼은 연주에 폭~ 빠져서 정말 즐겁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윤동주님의 ‘별 헤는 밤’의 시 낭송을 듣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어느
초등학교 교사께서 신파극의 여주인공과 같은 애절한 어조로, 거의 울부짖다시피 별 하나에 어머니를
외치셨어요. 아무래도 비참하고 암울했던 일제강점기, 윤동주의 심정에 이입해서 그렇게 읊으신 걸로 사료되옵니다만, 사실
과한 톤이 썩 잘 적응되지는 않았어요. 저희 일행은 인상깊었던
시 낭송 목소리를 살짝 흉내를 내보기도 했지요. 별 하나에~
또 하나, 여담인데요. 모든 천문대 관람을 마치고 돌아가던 길에 저 멀리 snowall님을 환한 미소로 지그시 바라보는 한 남자 분이 시야에 들어왔습니다. 남자분들에게 인기가… 아니라 아마도 천문대 관계자로 추측되는 분이셨는데요, snowall님이 별이나 행성에 대해 시원하게 대답하고 이야기를 풀어주는 모습에 반하신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천문대에서 인상적인 광경 중 하나가 바로, 즉흥적인 우주 관련 질문에 snowall님이 기똥차게 대답을 주시는 모습이었거던요. 몇억 광년, 장미성운, 뭐뭐 척척. 척!

밤이 깊었네, 방황하며 춤추는 불빛들, 이 밤에 취해 (술에 취해) 흔들리고
있네요. - 크라잉넛 자자, 지루하게 긴 후기가 거의 끝나갑니다요~! snowall 자택으로 가서 맛있는 치킨을
뜯으며 두런두런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밤이 깊어졌습니다. 저는 몸이 너무나 고단하여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잠들었는데, 김진영님과 brehme 두 분은 날을 새며 별의별 이야기를 깊게 나누시는 것 같았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뭐, 네가 장성택이네 마네, 심각한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우왕-
다음날, 서대전역에서 무궁화 열차를 타고 서울로- 또
한 번의 짧은 1박 2일의 놀판여행을 마쳤습니다. 2013, 12월의 대전 여행. 동심으로 돌아가 깜깜한 밤하늘 속 반짝반짝 별을 본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즐겁고 낭만이
있는 여행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희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별 관측을 드디어 했군요~!! 
사족을 덧붙여봅니다. 요즘 제 주위 사람들이 스스로
타인과 거리감을 두고 소외시키고는 외롭다고 징징대곤 하는 모습을 자주 보는데요. 외롭다는 그 말도 대부분 직접 하기보다는
페북이나 카톡에서나 불특정 다수, 누군가 내 마음을 알아주고 나에게 맞춰주길 바라더라고요. 감히 한 말씀올립니다만, 놀판에 새로 오신 분들도 먼저 손을 뻗어보시면 어떨까요? 제 생각에는 좀 더
적극적으로 들이대야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지고 깊은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흔히들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무척 중요하다고 말하지요, 저는 그 말에 백번 공감하거든요. 여러 연령대, 배경,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부대끼며 친해지기도 싸우기도, 이해하려고 노력을 기울이는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가게
된다고 믿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번 놀판여행에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을 가지고 갔습니다. 여유와 유머를 가진 좋은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여행이
된다는 걸 이미 이전의 여행들을 통해 겪어서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자연스레 되더라고요.
다음은 또 어떤 키워드로, 어떤 분들과 어떤 여정을 만들어 나가게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더 많은, 다양한 분들과 함께하길 바라며 급히 막 써내려간 후기를 이만 줄입니다.
**snowall님께서 이동수단, 숙소를 제공해 주셔서 정말 편안하게 여행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