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감정적이다 고백하자면 나는 감정적이다 알레르기성 재채기와 가려움증과 황사 가루 날리는 거리에 서면 가을 잎에 휩쓸려 떠나고
싶다
지나가는 계절의 안개 낀 문턱마다 울적한 감기는 솜처럼 젖어 들고 피가 더워서 눈물이 흔할까 팔랑개비
열두 번씩 뒤집히는 속
양철 냄비처럼 쉬 끓어서 원시의 바다 꿈을 적시러 가는 지금 이러다간 누구를 사랑하고야 말지
어리석고 순진한 감정으로 이 은총과 슬픔으로
학교에서는 가르친 적 없는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는
연습 없는 감정만 쑥밭처럼 무성하다
부끄럽지만 나는 감정적이다 - 이향아 |